유언장이 없으면 나라에 재산을 모두 빼앗긴다는데 그 말이 맞냐는 질문을 생각보다 많이 받는다.
지인들에게 그런 이야기를 들었다며 설마 그럴 리가 있냐고 손사래를 치고 집에 돌아와 생각해보니 덜컥 겁이 나셨다 했다. “유언장이 없어도 가족들에게 상속은 됩니다” 라고 말씀 드리면, 클라이언트의 궁금증은 ‘그럼 유언장을 굳이 왜 만들어야 하는 것인지’로 자연스레 이어진다.
고인이 유언장이 없이 사망한 경우, 거주지 주법으로 정해진 상속 우선 순위자가 법으로 정해진 상속분을 받게 된다. 예를 들어 버지니아에 거주하던 고인이 유언장 없이 사망한 경우, 고인의 배우자가 살아있다면 거주지 법인 버지니아 법에 따라 배우자가 제1순위 상속인이 된다.
자녀가 있어도 결과는 같다. 다만 고인의 자녀 중 한 명이라도 현재 배우자가 아닌 자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자녀가 있다면 현재 배우자는 전체 상속 재산의 3분의 1만을 상속 받을 수 있고 나머지 3분의 2는 자녀들이 나눠 갖게 된다.
이처럼 생각보다 자세히 상속순위 및 상속분이 법으로 규정되어 있어 “유언장이 없어도 상속이 이뤄지기는 한다”라고 말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유언장은 왜 필요한 것일까. 유언장은 법으로 정해진 상속 내용과는 다른 나만의 상속 계획이 있을 경우에 그 쓰임이 가장 빛을 발한다. 내가 사망했을 때 나의 전 재산이 배우자에게만 가는 것을 원하지 않을 때, 혹은 내가 운영하고 있는 사업은 큰 아들에게 물려주고, 살고 있던 집은 딸에게 상속하길 원할 때 등 법으로 정해진 길이 아닌 나만의 상속 지도를 만들려면 별도의 상속 플랜을 문서로 남겨야 하는데, 그 대표적인 예가 유언장인 셈이다.
나의 상속 플랜이 법으로 정해진 내용과 다를 바가 없다면 유언장이 있고 없고의 차이는 크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내가 원하는 특정 상속 계획이 있다거나, 특히 재혼을 하여 전 혼인으로부터 태어난 자녀가 있다면, 문서화된 나만의 상속 플랜은 반드시 필요하다.
수십 년 전 이혼을 했고, 전 배우자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자녀가 있던 고인이 따로 유언장을 남기지 않고 사망한 경우, 법정 상속은 현 배우자와 ‘모든’ 자녀들에 대해 이루어지기 때문에, 남은 배우자는 수십 년간 연락이 끊겼던 남편의 전처소생의 자녀를 수소문하여 상속 절차를 진행하여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또한 한국처럼 가족관계등록이 법제화 되어있지 않은 미국에서는 법정상속순위에 대한 증명이 간단하지 않아, 분쟁이 있을 경우 상속 절차가 기한 없이 지연될 수도 있다. 유언장이 있고 없고의 차이가 남은 가족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이처럼 상황에 따라 천지차이일 수 있는데, 이와는 별개로 유언장이 있건 없건 공통적으로 반드시 거쳐야 하는 절차가 있다.
바로 법원의 상속 절차 전반에 대한 관리 감독, 흔히들 말하는 Estate Administration 혹은 Probate 절차이다. 유언장이 없다면 고인의 재산이 법으로 정해진 대로 상속이 이루어지는지, 유언장이 있다면 그 유언장이 적법요건을 갖추어 작성된 법적 효력이 있는 유언장인지를 법원에서 검증을 하고, 전반적인 유언 집행 절차를 관리 감독 한다.
시간과 비용이 든다는 면에서 이를 우회할 수 있는 상속 플랜을 선호하는 경향이지만, 국가기관인 법원의 검증 및 관리 감독 역할은 ‘고인’의 입장에서는 매우 든든한 상속재산 수호자가 되어 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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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리 이 /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