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흥진의 영화이야기 - 새 영화 ‘캉클레이브’ (Conclave) ★★★★½ (5개 만점)
▶ 종교영화의 외형 속의 스릴러
▶ 화려한 의상ㆍ장엄ㆍ정교한 세트
▶ 뛰어난 연기와 눈부신 촬영에 훌륭한 음험함 음악 등 더해
가톨릭의 관료체제에 회의를 느끼는 로렌스 추기경은 교황 선거 관리의 책임자로 일한다.
사망한 교황의 후계자를 뽑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기만과 야심과 비밀 그리고 불관용과 증오의 복잡다단한 인과관계를 파고드는 사망한 교황의 총무처 장관 격인 로렌스(레이프 화인스) 추기경의 수사과정(?)을 종교영화의 외형 속에 스릴러로 다룬 흥미진진한 드라마다. 화려한 의상과 장엄하고 정교한 세트를 비롯해 뛰어난 연기와 눈부신 촬영과 음험함을 간직한 음악 등이 모두 훌륭한 작품이다.
교환 선출 과정에서 벌어지는 음모와 추문 폭로와 야심과 비밀 등이 마치 대통령을 뽑는 선거 과정에서 일어나는 정치판의 놀이와도 같이 느껴지는데 로렌스 추기경이 이런 어두운 내막을 파고드는 과정에서 긴장감과 서스펜스가 압박감마저 느끼게 한다. 제목은 교황 선출을 위한 추기경들의 비밀회의를 뜻한다.
교황이 급사하면서 전 세계에서 100여명의 추기경들이 바티칸에 도착한다. 물론 추기경들은 모두 남자들로 대부분이 나이를 먹었다. 교황 선출을 착오 없이 진행하는 임무를 맡은 사람이 로렌스 추기경. 그런데 로렌스는 가톨릭의 관료주의적 체계에 대해 회의를 느껴 교황의 보좌관 역을 그만두겠다고 죽은 교황에게 사표를 냈다가 반려됐다. 그래서 그는 교황선출 회의 진행 임무에 큰 부담감을 느끼고 있다.
추기경들 중에서 내용의 축을 이루는 사람들은 죽은 교황의 오른 팔 격이었던 몬트리얼 출신의 트렘블레이(존 리트가우). 교황 직에 대한 야심에 찬 트렘블레이는 자기가 교황에 선출 되리라고 자신하고 있다. 이탈리아 태생으로 라틴어로 말하는 테데스코 추기경(세르지오 카스텔리토)은 오만불손한 인종차별주의자로 가톨릭이 너무 진보화해 다시 보수적이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또 교황 직은 당연히 이탈리아 사람이 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이지리아 태생의 아데이에미 추기경(루시안 마사마티)은 흑인 최초의 교황이 될 야심에 가득 찬 사람. 그리고 미국 태생의 벨리니 추기경은 로렌스의 단짝으로 진보적인데 자기는 교황 직을 원치 않는다고 말한다. 멕시코 태생으로 아프가니스탄의 카불에서 활동하고 있는 젊은 베네테스 추기경(칼로스 디에스)은 교황이 죽기 전에 비밀리에 추기경으로 임명한 사람이어서 로렌스조차 그가 카불의 추기경인지를 모르고 있다.
이들 추경들에게 봉사하는 수녀들의 지도자는 아그네스(이사벨라 로셀리니-잉그리드 버그만의 딸)로 그는 추기경들을 위해 음식을 만들고 식탁과 추기경들의 세면도구 등을 정리하는 일들을 하는 수녀들을 관리하고 있다.
추기경들이 외부와 완전히 차단된 시스틴 채플에서 투표를 시작하는데 며칠에 걸쳐 몇 차례의 투표가 진행되지만 교황 선출이 매번 무산되고 만다. 이 과정에서 은근한 선거운동(?)이 벌어지고 또 비밀과 음모와 계략과 스캔들이 폭로되는데 로렌스는 선거관리에 부담을 느끼면서도 마치 사건을 수사하는 형사처럼 이런 어두운 내용의 진위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끈질기게 파고든다. 여기에 테러까지 일어나는데 마치 신의 저주요 경고처럼 느껴지긴 하나 다소 과장된 듯하다. 플롯이 반전을 거듭하면서 결말은 깜짝 놀라게 만든다. 두 번 놀라게 된다.
연기들이 좋은데 그 중에서도 화인스의 고뇌하는 얼굴 표정과 눈빛 속에 진실을 밝히겠다는 단연한 의지가 엿보이는 압축된 연기가 단연 돋보인다. 확신에 차고 빈 틈 없는 에드워드 버거 감독의 연출이 매우 훌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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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흥진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