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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환호할 일인가?

2024-11-20 (수) 강창구 클락스빌,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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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만원 디올백(Cristian Dior)으로 1년여를 세상천지가 떠들썩하더니 검찰의 ‘무혐의 불기소 권고(2024.9.6 강일원 수심위원장)’를 내린 지 두 달이 지났다. 전 경기도지사 시절인 2021.8월에 이재명 부인 김혜경이 104,000원어치(본인제외 78,000원) 식사비를 당시 법인카드로 결재하게 했다는 것으로 선거법위반 1심 판결은 150만원 벌금형(박정호판사)을 내렸다. 판결 하루전인 2024.11.14일 희대의 거간꾼 명태균은 2021년 대선에서 홍준표와 치열하게 경선을 치룬 윤석열후보의 부인 김건희로부터 500만원을 받았다는 보도가 나왔다. ‘아이 과자 사주라고’ 했단다.

‘죽산 조봉암’, 겨우 이름 정도를 기억하거나 전혀 처음 듣는 분들이 참 많을 것으로 안다. 그를 기억하지 못하게 했던 것은 한국근대사의 한 비극적 단면이다. ‘한국전쟁(6.25전쟁)때 도망쳐버린 이승만과는 달리 국회를 끝까지 남아서 지킨 국회부의장(조봉암)을 피난 갔다가 뒤늦게 돌아온 이승만이 전쟁당시에도 ‘정위치’했던 사람을 정적(政敵)으로 사형시켜 버린 적반하장 치욕의 역사다.

죽산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만 더 이어가 본다. ‘서울사수’방송을 해 놓고 이미 대전까지 도망가버린 이승만을 당시 국민들은 물론 국회까지도 까맣게 몰랐다. 이승만 정부의 초대 농림부 장관으로 세계적으로 성공적인 농지개혁으로 한국전 초기 북한군의 ‘농민혁명운운’선동에 남한의 농민들이 부화뇌동하지 않게 하였고, 자족사회로 산업화의 기틀을 닦았던 그는 전쟁이 나자 국회의 중요서류들을 안전지대로 옮기느라 가족도 챙기지 못해서 딸과 아내가 행방불명되어 생사를 모른다.

전쟁 후 야당지도자 신익희의 사망으로 새로운 야당지도자가 된 조봉암은 ‘평화통일’을 정강정책으로 내세웠지만 이승만에 패한다. 그런 조봉암을 이승만은 간첩, 국가보안법으로 기소한다. 당시 극우정객인 장택상,윤치영등도 무죄구명을 했으나 육군 특무대에서 1957.7.31(60세)사형을 집행 시켜버렸다. 조봉암은 2011년 1월 이명박 정권시절 대법원의 재심 판결에서 ‘정치탄압에 의한 사법살인’ 임을 분명히 적시함과 함께 무죄가 선고되면서 명예를 되찾았지만, 사형집행 52년이 지난 뒤였다.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 지금도 이 말을 믿고 있는 국민이 있다면 그 인내심에 경의를 표한다. ‘백팔번뇌(百八煩惱)’는 불교용어이다. 인간이 지닌 백여덟 가지의 번뇌. 안(眼), 이(耳), 비(鼻), 설(舌), 신(身), 의(意)의 육근(六根)에 각기 고(苦), 락(樂), 불고 불락(不苦不樂)이 있어 열여덟 가지가 되고, 이에 탐(貪)과 무탐(無貪)이 있어 서른여섯 가지가 되며, 이것을 다시 과거, 현재, 미래로 각각 풀면 백여덟 가지가 된다. 골퍼들이 그 앞에만 서면 수많은 번뇌를 하게 되는 골프장 핀홀의 지름도 108 mm이다 우연일 것으로 생각한다. 백팔번뇌에 빠져 붕어 눈알을 돌리고 있을 작금의 국힘당 의원 숫자도 108명이다.

요즈음 한국 정국을 2016년 촛불정국에 비교하고, 연상하는 분들이 많다. 실정(失政)의 주체는 8년전에 비해서 훨씬 심각해서 박근혜 전대통령 탄핵이 오히려 ‘동정’을 사고 있을 정도임에도 그 끝이 오리무중이다.

다른 점 세가지는 첫째가 검찰과 사법부다. 나라의 근간을 흔드는 일에는 불기소, 무혐의요. 0.73%차 낙선하고 패배를 승복한 야당후보가 선거기간에 했던 수많은 말들 중에서 ‘10년전의 사람을 잘 모른다.’는 ‘기억’과 ‘상부의 압력을 느꼈다.’는 ‘주관적 감정’을 허위라고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해 버렸다. 애당초 재판 그 자체가 무리라는 정치적 여론은 완전히 무시되었다. 그가 야당대표서가 아니고 ‘공정’의 문제를 넘어 68년전 조봉암 사법살인 사건과 아주 흡사하다. 그 때의 국민들이 아니라는 것만 조금 다르다.

둘째는 개혁과 혁신은 리더와 집권당이 하는 것이다. 국민이나 야당은 혁신을 하지 못해서 정권을 잃고 나서 이렇게 땅을 치고 있는 것이다. 혁신중의 혁신은 인사이고, 공천혁신이다. 국힘당의 선거는 말만 공천(公薦)이지 유권자들과는 하등의 상관이 없다. 강서구청장 공천이 그랬고, 김영선 의원만 그랬겠는가, 세세년년 그렇게 해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할 가능성이 많은 특정지역의 정치토양이 그렇다. ‘막대기만 꽂아도 된다.’는 것은 점잖은 표현이다. 적어도 박정희의 유신 이전이던 60년대 말까지는 이렇지는 않았다.

셋째는 108명의 백팔번뇌다. 앞선 언급처럼 사람에게 충성할 사람들로 108명을 채웠다. 2016년 당시 새누리당은 보수정당임에도 122명 의원중에서 개혁적인 인물들이 62명이나 있었다. ‘국민을 위하고, 민의를 외면하는 정당의 끝이 어떤 것인지를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도 기우다. 입 아프게 말하지 않아도 또 그런 공천과 투표는 여지없이 또 다시되풀이 될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백팔번뇌(?)’ 그런 것도 없을듯하다. 108명들은 나라도, 국민도, 정당도 우선이 아니다. 오로지 개인의 이해관계만 있을 뿐이다.

그런 개인들을 막대기 뽑듯이 뽑아야 하는 유권자분들의 심정도 착잡할 듯하다. 그 비분강개해 했던 박근혜 탄핵의 검사인 윤석열, 한동훈을 그토록 표변해서 감싸고 있어서 얻어지는 것이 무엇일까, 그러는 사이에 나라는 결딴이 나버리겠지만 그게 무슨 상관이랴 !

<강창구 클락스빌,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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