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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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 뭔지 모르겠다

2024-11-07 (목) 이영묵 문인/ 맥클린,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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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로 생각된다. 오후 느지막한 시간에 누가 문을 두드렸다. 문을 여니 두 명의 중년 부인이 서 있었다. 나의 지역 민주당 하원의원 입후보자 선거운동원이라고 했다. 잠깐 기다리라고 하고, 아마도 20달러짜리 수표를 써주면서 2장의 투표를 당신네 민주당표 계산에 합산해도 좋다고 해 주었다. 물론 그녀들은 만면에 미소를 지고 떠나고 말이다.

그 이후 나의 수표용지에 이름과 주소가 있어서 그랬는지 그들이 나의 동의도 없이 등록시켜서 민주당원이 되었는지 아니면 민주당 지지자가 되었다. 그 후 어떻게 나의 이메일 주소를 알았는지 40여년이 지난 오늘까지도 민주당에서 해리스 대통령 후보를 찍으라고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져 들어온다. 당시에는 나 같은 아시아계 소수자이면 당연히 민주당을 지지해야 하고 공화당이야 작은 정부를 원하는 돈 많은 백인들이 지지하는 것으로 알았고 그것이 통념이었다.

그동안 세상은 변했고 나도 변했다. 비교적 나는 지역구 하원의원은 민주당을 지지했지만 대통령도 그리고 지지 정당도 민주당과 공화당 사이를 넘나들었다.


그보다 양당의 정강정책을 자세히 들여다보지는 않았지만 커다란 이슈 그리고 언론에서 볼 수 있는 것들은 민주당이고 공화당이고 간에 모두 그것이 그것 같고 불법 이민, 낙태 등의 이슈도 이젠 그것이 누구의 정책이더라? 할 만큼 뭐가 뭔지 혼란스럽다.

이러한 통념 속에 나의 눈에 비쳐지는 모습 속에 문제가 생긴 것 같다. 근래에 와서 자기를 어느 당의 당원쯤이라고 스스로 여기며 대화 중에 상대방과 말 한마디 나누고 나서는 그들을 반대 당편에 있다고 여기며 그들을 미워하거나 심지어 증오하는 것 같다.

얼마 전 이야기이다. 느닷없이 나의 친지가 오바마 전 대통령이 케냐 사람이라며 그가 대통령이 된 것이 잘못되었다는 것이었다. 내가 미국 법에 미국에서 태어난 사람이 아니면 대통령이 될 수 없다고 설명하면서 그의 아버지가 케냐 사람으로 하와이로 유학을 와서 백인 여성과 사이에서 하와이에서 태어났고 어린 시절 얼마간 케냐로 가서 산 적이 있지만 대통령 후보로서 출마 시 충분한 검증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가 하버드 대학 신문의 흑인 계통으로는 최초 편집장이었음을 부연하여 설명까지 해주었다.

20년 전에 케냐를 여행한 적이 있다. 내 기억으로는 아프리카 대륙에서 영국 식민지였기에 영어권인 케냐와 탄자니아가 있고 그래서 미국과는 우호적인 관계이었다.

독재국가도 아니었고 어느 분파나 게릴라 같은 반국가 투쟁도 없는 고로 왜 오바마 전 대통령을 아무런 이유도 없이 또 필요도 없이 우호적인 나라인 케냐와 나쁜 인상으로 연계를 짓고 그 나라와 오바마 전 대통령을 폄하하려는지 이해가 안 되었다.

공화당 대통령 후보로 월남전 포로 생활을 한 존 매케인 상원의원이 큰 차이로 낙선을 한 것을 아직도 아쉬워하며 그 앙금이 아직도 남아 있는지?

이번 투표 성향은 뒤죽박죽이다. 히스패닉 계통의 사람들이 대다수인 푸에르토리코를 트럼프가 쓰레기 운운해서 히스패닉 계통의 많은 유권자가 공화당을 성토하고 나서자 공화당이 곤경에 처했나 싶더니 바이든 대통령이 또 쓰레기에 대한 이상한 비판으로 공화당 지지로 변하기도 하고 전기차를 절대 배격하는 트럼프 후보에게 일론 머스크가 수백억씩 지원하는가 하면 백인 그리고 돈 많은 재벌들이 세율을 줄여준다는 공화당에게 고개를 돌리고 해리스에게 큰 돈들을 보냈다. 진정 뭐가 뭔지 모르겠다.


나의 상대는 즉, 적이란 갈라치기 그리고 미워하는 현상이 한국에만 있는 줄 알았는데 이번 선거에서 보니 미국도 예외가 아닌 것 같다.

나의 걱정과 두려움이 바로 이것에 있다. 이번 선거가 끝나면 자기가 지지하던 후보가 떨어지면 무장 폭동이 일어날까 두렵다.

지난 대선 때에 의회에 쳐들어갔던 소위 2021년 국회의사당 검거폭동보다 더한 난동이 일어날까 두렵다는 말이다. 이러한 사태를 미리 방지해 줄 방법이 없을까? 세상이 왜 이리 혼란스러운지 혼자 걱정하고 있나? 뭐가 뭔지 모르겠다. 그저 평안했으면 하는 바람뿐이다.

<이영묵 문인/ 맥클린,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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