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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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여운 가을 국화꽃

2024-11-04 (월) 홍희경 극동방송 미주 운영위원장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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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도 어느덧 무르익어 나무마다 각각 설빔 한복처럼 빨간색, 노란색, 그리고 주황색등으로 단장을 하고 제 모습을 한껏 자랑하고 있다. 햇살이 비추면 무지개의 7색과 더불어 그 모습은 사진으로 담겨두어도 그 아름다운 자태를 담을 수 없을 만큼 찬란하다.

가을하면 역시 국화가 가을에 으뜸이다. 서정주 시인이 읊은 국화는 봄에는 소쩍새의 울음속에 새싹을 피우다 한여름에는 천둥의 우렁찬 소동속에 울음을 삼키고 가을의 무서리가 내리는 중에도 노오란 꽃잎을 피우려고 밤새도록 인고의 세월을 지내어 왔다고 한줄 한줄 소중히 써내려갔다.

이 아름다운 국화꽃을 가을이 되면 문앞에 치장해 놓는다. 한껏 노란 자태를 뽐내고 주인께 아침 인사하는 모습을 보고 출근하고 퇴근시 하루종일 수고했다고 해맑게 웃으며 맞이하는 미소에 더욱 정이 가는 내 친구이다. 그러나 지난밤 침입자가 와서 국화꽃만 싹둑 잘라 먹었다. 꽃만 잘라먹고 가지는 그냥 있는 모습이 내 마음에 황량하기 그지없다. 그 침입자는 다름아닌 사슴들이었다. 눈이 해맑고 목이 길어서 사랑받는 그 사슴떼다. CCTV를 돌려보니 사슴가족 네마리였다.


아들은 비비건을 사서 공포탄을 쏘면 사슴들이 다시는 안 온다고 하나 그 방법보다는 사슴이 싫어하는 냄새가 아주 고약한 액체를 꽃에 뿌리면 사슴이 접근 안 한다고 하여 Home Depot에서 사다가 새로 산 국화 꽃에 뿌렸다. 뿌리다가 냄새가 역겨워 구역질 날 뻔하니 사슴도 질겁하고 접근 안하나 보다. 사무실 앞 정원에는 접시꽃 위에 망을 쳐놓고 동물들이 못 먹게 설치해 놓았다.

꽃의 생명은 아름다운 자태와 향기를 품은 냄새인데 망을 친 아주 흉물한 모습과 독한 냄새로 말미암아 근처에 가기가 어려운 모습을 볼 때 에덴동산에서는 이런 모습이 없이 하나님께서 동물과 식물이 상존하는 아름다운 동산을 창조하셨으리라 상상해 본다.

<홍희경 극동방송 미주 운영위원장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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