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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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죽음

2024-10-21 (월) 대니얼 김 사랑의 등불 대표,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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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대 내과 전문의인 정현채 교수는 40여년 간 중환자를 치료하면서 사람이 죽음을 맞이하는 마지박 모습을 이렇게 설명한다.

“중환자들은 몇 달 전부터 하루 종일 잠만 자고, 목에 가래가 끓고, 소변이 중단되며, 점점 기력이 쇠잔하여 임종에 이르게 된다. 임종을 앞둔 환자의 모습은 두 종류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전남대학의 정 교수는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되돌아 보게 되고, 친지들에게 너무 고맙고, 공기도 고맙고, 바람도 고맙다. 모든 것이 고맙다. 라고 말하며 행복하게 죽음을 맞이했다. 남미의 어느 독재자 대통령은 임종 전에 의사에게 매달리며 나는 살고 싶다. 나 좀 살게해 줘. 라고 발악하며 몸부림치다가 흉측한 모습으로 임종한 사람도 있다.”

인간은 모두 하나님의 섭리에 따라서 이 세상에 태어나고, 살며 죽는다. 죽음은 인간에게는 숙명적인 세상에서의 종착역이다. 자신이 살아온 지난 세월을 돌아보면, 세월이 유수와 같고, 찰라처럼 빠르게 지내 왔음을 자각한다. 이왕 살고 죽는 인생을 관조하며 어떻게 오늘을 보람되고 행복하게 살다가 편안한 마음으로 죽음을 맞이할 수가 있을까. 나는 그 방법은 빈자들을 위해 참된 사랑과 헌신의 삶을 살고 떠난 성자의 모습을 보고 배우고, 그 배움을 실천하는 것이라고 믿는다. 나의 인생에 있어서 삶의 참된 가치를 일깨워 준 존경하고 사랑하는 나의 신앙의 길의 롤모델인 이태석 신부의 삶을 모본으로 살고 싶다.


이름 석자만 들어도 눈물을 흘렸던 사람들. 그의 이름은 남 수단의 슈마이처 또는 톤즈의 성자로 불렀던 고 이태석 신부다. 오랜 내전으로 총소리가 멈추지 않았으며 전쟁이 일상화가 된 곳, 말라리아, 콜레라, 한센병(문둥병)들이 만연하여 죽어가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퀸즈 마을에 병원을 짓고 하루에 200-300여 명의 환자들을 치료해서 병을 낳게 해주었다.

처음 진료를 시작했을 때는 어려움이 많았다. 7살이면 총을 쏘는 법부터 배우고, 10살에는 총을 매고 전쟁터로 가야하는 아이들이었다. 이런 아이들과 동네 사람들이 이 신부를 불신하고 칼을 들이대며 동네를 떠나라고 협박을 했다.

이 신부는 어떻게 하면 주민들과의 관계를 개선할 수 있을까, 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민했다. 본국에 있는 남수단 선교활동 지원단과 상의해서 케냐에서 대형 전력 발전기를 구매해서 병원 옆에 설치하고 병원과 동네 마을 전체에 전기를 공급했다. 두 번째는 그의 병원 사무실에 TV와 풍금을 설치하여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아름다운 노래를 들려주었다. 세 번째는 각종 악기를 구비해서 어린이 밴드를 조직해서 음악 생활을 통해 어린이들에게 아름다운 꿈을 심어주었다. 이 신부의 주위를 맴돌기만 했던 아이들이 이 신부를 믿고 사랑하게 되어 이 신부의 친구가 되고, 이 신부의 방에서 함께 생활을 하게 되었다. 동네 사람들과 어린이들에게 베푼 참된 사랑을 보면서 사람들은 이 신부를 의지한다.

이 신부가 환자를 만나면, 청진기를 가슴에 대고 병을 진단하는 것이 아니라, 문둥병으로 손마디 끊어지고 마디에서 진물이 흐르는 사람의 손을 꼭 잡고 하나님께 병을 낳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그리고 치료를 시작했다.

이 신부는 “의사와 환자와의 만남은 사랑으로 영결된 영혼의 만남이다.”라고 생각했다. 이 신부의 선행으로 퀸즈를 넘어 다른 동네의 환자들도 몰려오기 시작했다. 이 신부는 자기 혼자의 힘으로는 모든 환자를 돌볼 수가 없었다. 본국 선교회에 요청하여 자원 봉사자 의사가 도착했다.

한편으로는 장기적인 목적으로 남 수단의 모든 사람들이 의료 혜택을 받기 위해 매년 총명한 소년들을 선발하여 한국의 의과대학에 유학을 보냈다. 10년이 지난 후 57명의 청년들이 의사가 되어 남 수단으로 돌아와 전국의 병원에서 환자를 진료하게 되었다.
안타까운 것은 밤, 낮 없이 쉬임없이 동네 이웃들을 위해 헌신하느라 자신의 건강을 돌보지 않아 불치의 대장암 말기 판정을 받았다. 동료의사들이 수술을 통해 수명을 연장하기를 간곡하게 권했다. 이 신부는 하나님께 순종하기로 결심했다. 의료진, 누나, 형님이신 신부에게 마지막 부탁을 했다. “내가 암에 걸려 곧 죽는다는 말을 내가 죽기 전에 어머니께 말하지 마세요.”

임종이 임박했을 때 어머니가 이 신부의 손을 맞잡고 통곡을 한다. 이 신부의 눈가에 눈물이 맺히면서 “어머니”를 한번 부르고는 하나님 곁으로 떠났다.
57명의 이태석 신부가 양성한 의사 제자중의 한사람인 존 의사에게 방송국 기자가 왜 이 태석 신부를 사랑하는가 하고 물었다. 그는 눈물을 글썽이며 말한다.


“이태석 신부님은 퀸즈의 사람들에게 사랑의 씨앗을 뿌리시고, 그 열매를 거두게 하셨습니다. 신부님은 우리에게 사랑을 가르친 적이 없습니다. 우리는 신부님의 행함을 눈으로 보고 사랑을 배웠습니다. 우리들은 이 태석 신부님의 사랑의 씨앗을 모든 국민들에게 뿌릴 것입니다, 이 태석 신부님은 사랑이십니다.”

세속에서는 가진 것 하나를 열로 나누면, 우리가 가진 것은 십분의 일로 줄어들지만, 사랑의 씨앗 한 톨을 이웃에게 나누면 씨앗이 땅에 떨어져 죽어서 수많은 열매를 맺는다. 이 신부의 신념이었다.

나는 죽음이 소멸하는 것이 아니고, 천국으로 옮겨 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가난한 남을 위해 이타의 삶을 실천하고 살아간다면, 행복한 죽음은 내가 만드는 것. 오늘 하루를 사람들의 마음에 아름다운 사랑의 꽃을 피우며 나의 신앙의 길을 가꾸며 살아갈 것이다.

<대니얼 김 사랑의 등불 대표,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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