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초 이사장 임기를 시작하면서 저는 ‘K-정신건강(K-Mental Health)'의 기틀을 다지기 위해 현장의 목소리에 더욱 귀를 기울여 왔습니다.
최근 한 지인으로부터 다급한 전화를 받았습니다. 심한 불화를 겪던 한 부부의 자녀가 학교와 외부 상담 과정에서 엄마와의 갈등을 털어놓았고, 상담사는 한국 특유의 훈육 방식을 오해하여 ‘아동 학대 조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린 일이 있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본인의 의도와 달리 ‘문제 부모'로 낙인찍힌 어머니는 극심한 자책감에 빠져 “내가 없어져야 문제가 해결될 것 같다"며 자살 충동을 암시하는 말을 남겼습니다.
그 말에 놀란 지인은 저를 통해 그 엄마와 워싱턴가정상담소의 전문 상담사를 연결했습니다. 우리 문화를 잘 아는 상담사는 미국인 상담사들에게 한국적 훈육의 맥락을 설명하며 케이스를 중재했고, 덕분에 해당 어머니는 조사를 피하고 심리적 안정을 되찾을 수 있었습니다.
문화적 문맥의 중요성과 정신건강 응급처치의 시급성을 잘 보여주는 사례였습니다.
비한국계의 관점에서 보면 한인 가정의 ‘우리’ 개념과 ‘무한 책임’ 의식이라는 문화의 특수성을 ‘위험'으로 오독하여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한인들이 사생활 노출을 꺼려 한국인 상담사를 피하기도 하지만, 위급한 상황일수록 언어와 정서를 공유하는 전문가의 도움이 필수적입니다.
워싱턴 가정상담소는 올해 메릴랜드 몽고메리 카운티와 협력하여 '정신건강 응급처치 프로그램'을 본격 가동하고 있습니다. 위기의 순간에 어디로 연락해야 하는지, 주변의 징후를 어떻게 포착해야 하는지 더 널리 알리겠습니다.
‘K-정신건강(K-Mental Health)'은 단순히 상담 횟수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한인 가정의 속사정을 가장 잘 이해하는 따뜻한 손길이 되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한인의 감성을 가장 잘 이해하고 문제 해결 방법을 정확히 제시할 수 있는 워싱턴 가정상담소의 최고의 전문가들이 한인 가정에 더욱 가깝게 다가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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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고은 워싱턴 가정상담소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