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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다시보기] 니콜라 푸생의 ‘낙원의 목동들’

2024-10-11 (금) 신상철 고려대 고고미술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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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세기 프랑스 화가 니콜라 푸생은 낙원의 목동들이라는 주제로 두 점의 그림을 제작했다. 그중 루브르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1638년 작 ‘낙원의 목동들’은 고전주의 양식으로 제작된 두 번째 버전의 작품이다. 루이 14세 시기에 창립된 프랑스 왕립 미술 아카데미가 가장 모범적인 회화의 모델로 푸생의 작품을 꼽았을 만큼 그는 당대 최고의 화가였다. 유럽 화단에서 프랑스 미술의 독자성을 수립한 화가이자 프랑스 고전주의 양식의 창시자로 평가받고 있는 그의 작품들 중 가장 많은 미술사적 연구의 대상이 된 작품이 바로 이 그림이다.

고요한 전원 풍경을 배경으로 세 명의 목동들과 한 여성이 자리 잡은 화면 중앙에는 사각형 모양의 석관이 놓여 있다. 등장인물들은 시선과 손가락을 통해 석관 표면의 한 부분을 지시하고 있는데 이곳에 새겨져 있는 문장은 라틴어로 적힌 ‘나 또한 낙원에 있다(Et in Arcadia ego)’이다. 이 문장의 주어는 석관 안에 놓인 망자이거나 혹은 죽음으로 해석된다. 어떤 방식을 적용하든지 이 문장은 낙원에서조차 인간의 유한성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메멘토 모리, 즉 자신의 죽음을 기억하라는 고전적 메시지가 담겨 있는 것이다.

이 그림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여성 옆에 위치한 목동의 행동이다. 그는 석관에 비친 동료의 그림자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그리스 여신의 형상을 한 인물을 바라보고 있다. 로마 시대의 학자 플리니우스는 고대 그리스인들이 빛에 비친 사물의 그림자를 통해 회화 작업을 수행했다고 기록했다. 이를 근거로 그림자가 회화를 상징하는 요소라 가정한다면 이 작품의 의미는 달라진다. 그림 속 인물들이 죽음의 공포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이유가 예술의 존재 때문이며 예술 작품들은사라진 기억들을 소생시키고 인간의 영혼을 치유하는 힘을 지녔다는 푸생의 철학을 담은 그림으로 새롭게 해석될 수 있다. 회화를 관념의 산물로 보았던 그의 사상가적 면모가 엿보이는 작품이다. 죽음을 소재로 한 이 그림이 감상자들에게 평온한 기운을 전달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신상철 고려대 고고미술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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