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혼할 때 처신의 중요성

2024-10-06 (일) 김민지 / 변호사 Prosper Law PLLC 대표
크게 작게
이혼케이스를 진행하다 보면 처신의 중요성에 대해 실감할 때가 많습니다. 처신은 상황에 맞게 적절하게 행동하고, 자신의 태도와 행동을 조절하고 조심스럽게 관리하는 것을 뜻합니다.

이전 의뢰인의 부탁으로 맡게 된 이혼 케이스의 경우, 그 결과는 원만한 합의로 끝났지만, 그 과정은 결코 원만하지 않았습니다. 태국에서 온 이민자 출신인 아내는 미국인 남편과 결혼해서 두 자녀를 두고 있었습니다. 친정어머니가 위독해서 1년간 간병 차 모국으로 가게 된 아내는 큰 자녀의 어학연수 겸 함께 떠났습니다.

아내는 남편과 매일 연락을 하면서 지냈습니다. 어느 날 남편은 태국으로 와서, 큰 아이만 데리고 미국으로 돌아갔습니다. 몇 달 후 아내는 이혼소장을 받고 놀라서, 부랴부랴 버지니아로 돌아와 저를 찾았습니다. 남편은 아내를 상대로 접근금지 명령을 신청해서, 아내가 집에 오지 못하게 하였고, 아이들 과의 접촉도 극도로 제한했습니다. 남편은 아내가 태국에서 외도를 했고, 큰 아이를 신체적으로 학대했다고 주장했습니다.


IT 전문가인 남편은 아내 몰래 불법으로 감청하면서 획득한 증거를 바탕으로 이혼 소장을 작성하였고, 이후 아내가 소셜미디어에 직접 올린 사진과 글, 포스팅도 추가 증거로 사용했습니다. 남편의 주장과 증거자료를 검토한 결과, 남편의 불법 도청, 전화기 해킹, 위치 추적 등을 확인할 수 있었고, 결정적으로 아내의 소셜미디어에 가족사진과 함께 올린 글을 태국어에서 영어로 번역하는 과정에서, 남편은 아내가 스스로를 ‘창녀’로 지칭하는 조작된 증거까지 만들어 냈습니다. 전문번역을 맡겨 대조한 결과, 원래 글은 ‘바람 쐬러 나간다’는 문안한 내용이었습니다. 상대방 변호사에게 증거조작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고, 결국 조작된 증거와 여러가지 불법적인 정황 때문에 남편은 끝까지 소송으로 가는 것을 포기하고, 아내와 원만한 합의를 할 수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아내는 별 생각 없이 자기하고 싶은 대로 행동한 결과, 남편에게 공격을 받고 궁지에 몰려 힘든 이혼과정을 겪게 되었고, 남편도 아내에 대한 의심과 분노가 극에 달해, 불법행위와 증거조작 등 문제가 될만한 일을 서슴지 않았고, 결국 그 잘못 때문에 인심도 명분도 잃고 더 이상 싸울 수 없게 되었습니다.

이혼과정이나 이혼 준비중에는, 상대에게 보내는 이메일, 문자, 그리고 소셜 미디어 게시물 등에 대해 신중해야 합니다. 항상 누군가 내가 하는 말과 글을 듣고 볼 수도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매사에 조심해야 합니다. 특히, 소셜미디어에 아무 생각 없이 올린 글이나 사진이 나중에 본인에게 불리한 증거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순간의 감정에 치우쳐서 충동적인 언행을 하면 크게 후회할 일이 생길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혼을 앞두고 있거나 진행 중이라면 처신을 평소보다 훨씬 더 잘 해야 합니다. 최대한, 합리적, 이성적으로 생각하고, 신중하게 말하고 행동하며, 선택과 결정 하나하나에 심사숙고를 해야 나중에 후회할 일이 적어집니다.
문의 (703)593-9246

<김민지 / 변호사 Prosper Law PLLC 대표>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