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적진 내부서 작전하는 탐색구조기도 배치…긴장감 고조
▶ WP “미국, 협상 과정서 군사적 우위 과시”…이란 “협상도 전쟁도 준비”

그래픽 [로이터]
미국이 최근 한 달 사이 이란 인근에 항공모함 전단과 전투기 등 대규모 군사력을 집결시킨 사실이 인공위성 사진을 통해 확인됐다.
워싱턴포스트(WP)는 3일 위성 이미지를 분석하고, 미 국방부 당국자를 인용해 미군이 수십 대의 군용기를 전진 배치하고 항모를 포함한 총 12척의 군함을 중동 해역에 집결시켰다고 보도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의 협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확실한 군사적 우위를 과시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지금까지 파악된 전력 규모는 지난해 6월 미군이 이란 핵시설을 타격할 당시보다는 작다. 다만 향후 며칠 안에 추가 배치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WP는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니미츠급 항모인 에이브러햄 링컨호가 구축함 3척의 호위를 받으며 지난달 26일 미 중부사령부(CENTCOM) 작전 구역에 진입, 현재 북아라비아해에 머물고 있다.
미 항공모함이 중동 해역에 배치된 것은 작년 10월 이후 처음이다.
항공모함 전단은 미국 군사력의 상징이다. 링컨호 항공모함 전단은 적 레이더를 피할 수 있는 최신형 F-35 스텔스 전투기를 포함해 약 70대의 함재기를 운용한다.
전략적 요충지인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는 유도미사일 구축함인 USS 맥폴과 USS 미쳐가 배치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주변에서는 최근 이란의 드론 항공모함으로 추정되는 샤히드 바게리호가 포착돼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스라엘과 인접한 홍해와 지중해 동부에는 USS 델버트 D. 블랙, USS 벌클리, USS 루스벨트 등 구축함들이 포진해 있다. 이는 군사적 충돌이 발생했을 경우 이란이 미국의 우방인 이스라엘을 향해 보복 공격을 감행할 가능성을 염두에 둔 배치로 해석된다.
아울러 미국은 중동 전역에 패트리엇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도 추가 배치했다.
데이나 스트롤 전 국방부 부차관보는 "미군은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 타격을 지시할 경우를 대비해 다양한 공격 옵션을 제공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며 "단순한 국지전 이상의 광범위한 작전을 준비하는 모양새"라고 진단했다.
중동 내 미군 공중 전력 변화는 더 구체적인 작전 양상을 보여준다.
위성 데이터에 따르면 카타르 알우데이드 공군기지와 요르단 무와파크 살티 공군기지에는 미군 전투기, 정찰기, 공중급유기 등 30여 대가 추가 배치됐다.
특히 요르단 기지에는 작년 6월 미국도 참전한 이란과 이스라엘 간 '12일 전쟁'에 투입됐던 F-15E 전투기 대대와 지상군 지원용 A-10C 공격기가 배치된 것으로 파악됐다.
주목할 점은 적진 깊숙이 침투해 조종사를 구출하는 데 쓰이는 탐색구조기 HC-130J '컴뱃 킹' 2대가 그리스에서 요르단으로 이동했다는 사실이다.
군사 전문가들은 탐색구조기와 다목적 헬기의 등장은 미 국방부가 적진 내부에서의 작전 수행과 병력 회수 상황까지 대비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실제 군사 작전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이 같은 전력 배치가 이란의 핵 협상 복귀를 압박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인터뷰에서 "이란이 대화를 해오고 있다"며 협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러나 이란 내부 상황은 녹록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반정부 시위 유혈 진압으로 인한 사망자가 수천 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협상 준비도 돼 있지만 전쟁 준비 또한 돼 있다"며 맞서고 있다.
파비안 힌츠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 연구원은 "이란의 단거리 탄도 미사일 전력은 작년 6월 전쟁 이후에도 여전히 건재하다"며 "이 미사일들은 역내 미군 기지와 이스라엘을 타격할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런 가운데 미 중부사령부는 이날 아라비아해에서 에이브러햄 링컨 항공모함에 공격적으로 접근한 이란 드론을 격추했다고 성명을 통해 밝혔다. 이로부터 몇시간 뒤 호르무즈 해협에서 이란 혁명수비대(IRGC) 병력이 미국 국적 선박을 위협하는 사건도 발생했다고 미 중부사령부는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