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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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세지감

2024-10-06 (일) 이영묵 문인/ 맥클린,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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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서울에 가면 인사동 부근에 묵는다. 우선 글 쓴다는 사람들 만나자고 하면서 인사동 근처 식당을 이야기 하면 내 또래의 글쟁이들 만나는 곳이라 그런지 당연시 한다. 또 음식 값도 괜찮다. 그래서 도착하자마자 글쟁이 몇 명과 소위 대폿집에서 만났다. 여러 화제로 즐거운 대화의 꽃을 피었고 그리고 약방의 감초처럼 한국 정치 이야기가 빠질 수가 없었다.

설화! 세치 혓바닥 잘못 놀려서 화를 부른다는 이 말은 결코 변하지 않는 영원불멸의 진리일 것이다. 그리고 이런 현상은 어떤 주제를 과잉으로 강조하다가 자기 스스로 덫에 걸리곤 한다. 곧 설화이다.

지난번 트럼프와 해리스 두 후보 토론에서 불법 이민자들의 문제점을 이야기 하다가 그만 트럼프 후보가 이민자들이 고양이를 삶아 먹기도 한다고 이야기를 진전시켜 곤욕을 치루기도 했다. 이런 이야기들은 손바닥만한 나의 휴대폰에 넘치고도 넘친다. 그리고 재미가 쏠쏠하다. 더군다나 한국 정치 이야기들은 압권이다. 내가 재미를 보며 들여다보는 동안 소위 스타 탄생들을 꽤나 많이 볼 수 있었다.


스타 탄생에는 꼭 얼간이 같은 조연 역의 바보가 꼭 등장한다. 김 모라는 비례대표 의원이 윤 대통령과 당정 고위층이 청담동 술집에서 파티를 벌였다는 헛소리를 하는 것도 모자라 청문회에서 한동훈 법무장관에게 질의인지 저격수인지 하다가 자기가 바보가 된 것이 아니라 한동훈 장관을 수퍼스타로 만들어 주어 한때 한동훈 그가 나서면 사진 같이 찍자고 구름처럼 몰려들었었다. 정작 그는 종국에 국회의원 공천도 못 받았고 말이다.

지난 국정감사 청문회가 열리는 동안 나는 서울에 머물고 있었다. 야당의 얼간이 대부분의 비례대표 국회의원들이 차기 지역구 공천을 받고 싶어 안달을 하는지 저격수로 나서 성토인지 뭔지 떠들었다. 함량이 꽤나 떨어진 바보 같은 질문의 저격수 노릇으로 또 다시 수퍼스타들을 탄생시키고 있었다. 김문수 노동장관, 한덕수 국무총리 등 말이다.

다음날 아침 나에게는 다른 세상이 기다리고 있었다. 어제 좀 춥다고 생각했는데 감기 기운을 느꼈다. 일요일이라 약방이 문을 닫아 호텔 종업원에게 혹시 타이레놀 있으면 좀 줄 수 없느냐 하니 바로 앞 25시라는 편의점에 가 보란다. 가보니 타이레놀, 판피린 등 감기약들이 즐비하게 진열 되어 있어 “와 대단하구나” 하며 호기심으로 매장을 쭉 돌아보니 소위 한때 동네마다 있었던 슈퍼 같아 보였다.

응급 약과 아침을 먹고 신촌에 있는 약속장소로 친구를 만나러 갔다. 그런데 다시 한 번 격세지감을 느꼈다. 2년 전에 왔었던 서울이건만 달라져도 너무나 달라졌기 때문이었다. 어젯밤에 내가 즐겼던 유튜브 이야기들은 나 같은 할 일 없는 늙은이들의 소일거리이었다.

세상은 너무나 바쁘게, 그리고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고 서울에 사는 젊은 그들은 이제 세상의 중심이 자기라고 패기에 찬 자신감이 넘쳐나고 있었다. 몇 년 전만 해도 있었던 미국 소식은 어떠냐, 워싱턴 소식은 어떠냐, 라는 질문은 이제 없었다. 서울의 자기들이 K pop이다 뭐다 하면서 이제 한국이 문화뿐만 아니라 정치이고 중심이라는 듯 생각하고 있는 듯 했다.

저녁에 다시 나의 숙소에서 가까운 종로 3가 식당거리에서 동창 친구와 만났다. 모든 메뉴가 만 원짜리인 식당거리이다. 이 친구가 머리를 손가락으로 빗질하며 한마디 했다.
“시내에서 보통 이발료가 3만원이야. 그런데 이곳 종로 3가에는 아직도 4천원이고 솜씨도 훨씬 좋고 마음도 편안해.”

역시 인사동에서 종로 3가 지역은 나의 동네이었다.
친구와 헤어지고 숙소로 오는 길 익선동을 지났다. 익선동이란 본래 궁의 내시들이 살았던 동네로 집은 궁에서 가까웠고 지붕은 낮게 지은 동네이었다. 그런데 이곳이 먹자골목으로 변해 있었고 음식 값은 염가이고 손님들은 확실히 외국 관광객으로 법석이었다. 그것도 일본, 중국뿐만 아니라 서양의 노란 머리의 젊은 여행객으로 말이다.

이 음식 골목을 지나면서 라면이다 뭐다 하면서 세계를 향하다가 만원짜리 음식이 항공기 기내음식을 넘어 이들 음식점이 세계를 점령할 것 같다. 참 한국 젊은이들이 무한 경쟁을 하면서 음식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그 창의력이 세계를 흔들 것 같다. 흐뭇하다.

이제 워싱턴의 한국 거리의 미래를 보려면 한국의 오늘을 보라고 이야기해야 할 것 같다. 음식 또한 워싱턴 한국 식당거리인 애난데일, 센터빌의 미래가 곧 오늘의 한국 식당거리가 될 것이라고 말이다. 특히 식당 하시는 분들에게 이야기 하고 싶다. 한국의 변화 그리고 세계로 뻗는 그것…한국은 나의 머릿속에 각인되어 있는 세상이 아니었다. 정말 격세지감, 한마디이었다.

<이영묵 문인/ 맥클린,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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