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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쇼군’의 성공은 ‘오징어게임’ 덕?

2024-09-27 (금) 라제기 영화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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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드라마 ‘쇼군’이 미국 지상파TV NBC에서 방영됐다. 1975년 나온 미국 작가 제임스 클라벨(1921~1994)의 동명 소설을 밑그림으로 삼았다. 1600년 일본 전국시대가 막을 내릴 무렵 영국인 항해사 존 블랙손이 일본에서 겪는 이야기가 화면을 채웠다. 당대 미국 스타 배우 리처드 체임벌린이 블랙손을, 20세기 일본 영화의 얼굴인 배우 미후네 도시로(1920~1997)가 유력 다이묘 도라나가 요시이를 각각 연기했다.

‘쇼군’은 1980년대 당시 드물게 일본 역사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였으나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TV 아카데미상’이라 불리는 에미상 시상식에서 최우수 리미티드시리즈상을 수상했고, 골든글로브상 최우수 TV시리즈상을 받았다. 북미에서는 화제를 뿌렸으나 정작 일본 이웃나라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드라마였다. 일본 대중문화 향유가 엄격히 통제되던 시절이었기 때문이다. 한국인은 신문 보도나 방송 해외토픽 등을 통해 ‘쇼군’의 성공을 대략 짐작할 수 있었다.

드라마 ‘쇼군’은 새롭게 만들어져 올해 2월 선보였다. 1980년 ‘쇼군’에 비해 오리엔탈리즘이 희석됐고, 일본 역사 고증에 좀 더 충실했다는 평이 따랐다. 완성도뿐 아니라 시청자들의 환호를 샀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훌루를 통해 첫 공개된 ‘쇼군’은 방영 첫 주 미국 OTT 콘텐츠 중 시청 분량 1위를 차지했다. 지난 15일 열린 에미상 시상식에서는 작품상과 감독상, 남우주연상, 여우주연상 등 18관왕을 차지하는 파란을 일으켰다.

일본 경제 일간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쇼군’의 18관왕 달성 이면에는 한국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있다고 보도했다. “(대사) 70%가 일본어인 드라마가 미국에서 흥행한 것은 (‘오징어 게임’ 같은) 한국 드라마의 약진이 토양을 만든 덕이 크다”는 것이다. 일리 있는 분석이다. 20세기 후반 만약 동아시아 콘텐츠의 우수성과 시장성을 알린 ‘쇼군’이 없었다면 ‘오징어 게임’이라는 신화는 가능했을까. 1980년 ‘쇼군’이 있었기에 ‘오징어 게임’의 성공이 있었고, ‘오징어 게임’ 후광으로 올해 ‘쇼군’이 18관왕 위업을 달성할 수 있었다.

<라제기 영화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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