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을 대신하여, 정당, 인종, 성별, 할머니가 사용하는 언어에 관계없이 모든 미국인을 대신하여, 제 어머니를 비롯해 험난한 여정을 시작한 모든 분을 대신하여, 저와 함께 자란 사람들 열심히 일하고 꿈을 좇으며 서로를 돌보는 사람들 지구상에서 가장 위대한 나라 미국의 역사에 기록될 모든 이들을 대신하여, 저는 당신의 미합중국 대통령 지명을 수락합니다."
카멀라 해리스가 민주당 대통령 후보 수락 연설을 시작하며 내놓은 스피치였다. 시카고 전당 대회에 모인 당원과 미국인 그리고 세계인이 지켜보는 가운데 카멀라 해리스는 엄숙하고 진지한 말과 태도로 당파와 인종을 초월한 미국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는 선언을 했다. 당원 한눈 한눈을 바라보는 그녀의 시선은 참과 거짓을 떠나 한 인간으로서의 고뇌와 다짐이 되어 세계인의 마음에 큰 울림을 주었다.
1964년생 59세, 그녀의 인생 여정을 간결하지만 진솔하게 풀어나가며 감정에 호소했다. 이민자의 삶과 비영어권의 벽 그리고 여러 갈래의 뿌리를 통한 설움, 그 모든 험난한 여정의 끝에서 그녀의 올곧은 스피치는 미국에 사는 모든 나와 같은 이민자의 역경의 눈물과 설움이 한꺼번에 쏟아내는 역할을 하게 되었다.
그녀는 모두를 대신하여~로 시작해서 대신하여~로 끝냈다. 한마디로 자신의 신념과 경험을 토대로 정의를 실현하겠다는 고루한 태도가 아닌 국민이 눈높이에서 국민이 원하는 정책을 대통령의 이름으로 대신 이루겠다는 강한 리더로서의 희생정신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만약 트럼프가 대통령 자리에 앉는다면 미국의 강력한 힘과 엄청난 세계의 파워를 단지 트럼프 자신의 욕심을 채우는 데에 힘을 쓸 것이라는 말로 자신과는 다른 개인적 성향을 고무시켰다.
부통령 시절 그녀는 바이든의 그림자 역할을 아주 충실히 해냈다. 바이든의 성공을 위한 희생을 자처했고 오히려 부통령의 역할에 대한 의심을 받을 정도였다. 오바마가 바이든 부통령을 대했던 시절을 생각하면 부통령인 해리스를 너무 세워주지 않는다는 비교를 당해야만 했다. 결정적으로는 해리스가 부통령에서 대통령의 후보가 되었지만, 바이든이 후보 사퇴를 하지 않았다면 이번 전당 대회에서 외친 “Thank you Joe" 대신 파렴치하고 욕심 많은 노인네로 역사에 남을 뻔한 건 자명한 사실이다.
미국의 지난 역사와 지금의 미국을 비교해보면 아슬아슬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160년 전 제정된 낙태 금지법을 부활해 모든 여성의 권리를 하루아침에 박탈해 피땀 흘려 쌓아온 민주주의를 후퇴를 자처하는 오류를 범하고 정경협착으로 총 규제의 느슨함을 틈타 무차별적인 사용으로 모든 이들의 사고방식과 행동 패턴마저 바꾸어 버렸다. 특히 마약을 합법화하는 주가 늘고 있고 평범한 일상에 위험이 노출되어 어린아이의 건강과 일반인들의 정상적인 사고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게 미국의 현실이다.
해리스는 여자임과 동시에 이민자이고 흑인과 인도의 혼혈아임과 동시에 아이를 출산한 경험이 없는 여성이고 아이가 있는 남자를 초혼으로 선택한 평범함이 일도 없는 독특한 환경에서 성장하고 살아온 사람이다. 미국 역사상 단 한 번도 여자 대통령이 나온 적이 없으며 버락 오바마를 제외한 미국 사람 아닌 타 인종이 되기 어려울뿐더러 흑인계 인도인이라는 꼬리표는, 사회적 편견을 이겨내기 어려운 일이라는 것은 짐작하고도 남을 일이다. 이러한 악조건임에도 불구하고 긍정적인 마인드와 불의에 수긍하지 않는 정의감과 변화하고자 하는 통찰력과 인내로 지금의 그녀를 만들었다.
연설 끝자락에 ‘지구상에서 가장 큰 미국인으로의 특권과 자부심에 따르는 엄청난 책임감을 지키기 위해 노력합시다'라는 말에 모든 당원이 환호하는 장면에서 세계인은 미국의 활기차고도 확실한 미래를 보았을 것이다. 즉 현시대 지구상에서 미국인이 가지고 있는 특별한 권리를 어떻게 사용하고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에 촛점을 두고 세계 평화와 평등을 위해 해리스 자신뿐 아니라 미국인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는 강력한 메시지로 모두의 마음을 울렸다고 본다.
그녀의 핵심은 인종이나 성별에 관계없이 모든 사람이 행복할 권리를 다시 찾고 특히 중산층의 번영과 발전을 약속했다. 해리스의 연설은 그녀의 철학이 담긴 가슴에서 우러나온 말이기를 진심으로 바라며 연설로 그치지 않고 평등한 세상을 만들기에 앞장서는 소신 있고 책임감 있는 대통령이 되길 바란다.
감히 한국인 이민 1세대로서 나의 다음 세대에는 카멀라 해리스와 팀 월즈를 토대로 인종차별 없는 세상에서 동등한 권한과 성차별 없는 미국인으로 세상에 첫발을 내디딜 수 있는 우리가 되길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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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나 엘리콧시티, M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