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우리 집에는 빨강 돼지저금통이 아이들 방에 하나씩 있었다. 심부름을 하거나, 착한 일을 했을 때 부모님들은 동전을 상으로 주셨으며 우린 그걸 돼지저금통에 넣으며 이 저금통이 언제 채워질까 상상하며 들어보고 딸랑딸랑 흔들어보던 추억이 있다.
저금(貯金)의 시작이었다. 그러나 시니어가 된 지금 우리에게는 저금보다 더 중요한 게 저근(貯筋)이다. 바로 근육을 저축해야지만 모아둔 저금도 써가며 활기찬 노후를 보낼 수 있다. 아무리 모아둔 돈이 많아도 근력이 저하되어 걷기조차 힘들어, 집밖을 나갈 수 없다면 저축의 의미가 사라지는 것이다.
저금은 돈을 모으는 것이나, 쓸수록 없어지는 반면, 저근은 근력을 저축하는 운동으로서, 몸을 쓸수록 근육이 모이니 노후의 최고선물이다.
요즘 이곳 버지니아는 연일 92F를 넘는 폭염이 계속되고 있으며, 이러한 불볕더위에는 대낮 야외활동보다는 집안에서 간단히 할 수 있는 근력저축 체조를 통하여 근력을 증진시키는 것을 추천한다. 65세 이상의 안전사고 중 63%는 미끄러지거나, 넘어져 발생하는 낙상 사고이다.
우리가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집안에서도, 작은 문턱이나 침대, 소파, 욕실 등에서 낙상사고는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으며, 주위 분들 중 가벼운 낙상에도 팔이 골절되고 골프를 치다 갈비뼈가 골절되었다는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심지어 오랜만에 보는 손주가 반갑다고 달려와 할머니를 껴안았는데 아뿔싸 할머니 갈비뼈에 실금이 갔다는 실화도 있다.
이와 같이 노년기가 되면, 골 구성 성분에 무기질이 많아지므로 탄력성이 적고, 골절되기 쉽다. 그러므로 운동에 의한 근 수축으로 골격에 힘을 작용시킴으로써 골격의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하여야 한다.
걷기, 계단 오르기, 의자에서 일어나는 동작 등을 우리는 생활 기능이라 하며, 이는 생활 피트니스라고도 한다. 일본 가노야국립체육대학의 후루나와 교수팀이 약 2,000명의 어르신 체력을 측정한 결과 어르신들이 보여주는 노쇠는 바로 허벅지 대퇴사두근의 쇠퇴에 따른 것임을 발표하였다.
어르신들에게 빈번히 발생하는 낙상이나, 질환으로 인해 자리보존하고 누워 지내게 되면 대퇴사두근이 급격히 쇠퇴해지고, 체중당10g이 빠지면 스스로 걷는 자립 보행이 곤란해지고 칩거형이 되면 대퇴사두근의 근육량이 2일간에 1%가 떨어진다. 즉 감기로 1주일간 자리보존하면, 대퇴사두근이 3-5%가 떨어지며 50세 이후에는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연간 10%의 근육이 줄어들고, 10년 후부터는 약 10%씩 근육량의 소실이 증가한다.
이 발표 이후 저명한 노화예방 전문 체육학자인 후루나와 교수가 저근운동 체조를 만들었으며 서울시립대학교 노인 건강운동연구소장이던 필자가 이 체조에 대한 감수를 의뢰받고 수정, 보완하여 일본과 한국에서 각각 저근체조를 보급하였다. 어르신들을 16주간 주 1회 저근체조를 지도하고, 집에서 매일 실시하고 저근체조 일지를 쓰게 한 결과 다음과 같이 체력과 인지 능력이 향상된 것을 알 수 있었다.
◆일본과 한국에서 16주 저근운동 실시 후 체력결과 (2017년)
1. 체력 증가: 의자에 앉았다 일어서기, 윗몸일으키기, 5m 빠르게 걷기, 좌전굴에서 체력증가 확인
2. 건강관련 QOL(Quality of life-8설문지): 신체적 총점, 신체기능, 전체적 건강감, 일상 역할기능 점수 향상
3. 보행과 동적평형 능력 개선: 보행시간, 두발이 동시에 지면에 닿는 시간 등이 단축. 스태프의 길이와 보폭은 증가, 보행능력과 동적 평형능력 개선됨
4. 인지기능과제 유지 & 향상
저근체조는 언제나 어디서나 할 수 있는 쉬운 동작으로 구성되어 있다. 간단한 동작이지만, 매일 매일 틈을 내어 근력 저축체조(저근)한다면 더욱 건강한 액티브 시니어가 될 수 있다. 우리 모두 저근(貯筋)해요! 으라차차!
(서울시립대학교 도시노인건강운동연구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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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설향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