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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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자(homeless people) 봉사를 다녀와

2024-06-27 (목) 허종욱 전 한동대 교수 사회학박사,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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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8일 메릴랜드 엘리콧 시티 벧엘교회(담임 백신종 목사) 사회봉사부가 매달 둘째주 토요일에 실시하는 노숙자 봉사에 영어권 청소년 15명과 한어권 성인 7명 모두 22명의 봉사팀이 교회 간이 버스 3대에 나누어 타고 볼티모어 시내 노숙자 모임장소를 다녀왔다.

오전 11시쯤 다운타운 83번 고속도로 다리 밑 공용주차장에 도착했을 때 150여명의 노숙자들이 모여 있었다. 다른 두 곳에서 미국교회에서 온 봉사자들이 노숙자들을 위해 음식을 준비하고 있었다. 우리는 교회에서 마련한 샌드위치와 여름 양말 100개를 진열대 위에 놓고 박봉진 목사님의 기도에 이어 이들을 마지했다. 이들이 선물을 받고 있는 동안 김희식 장로님이 색소폰으로 찬송가를 계속 연주했다.

이들은 질서정연하게 줄을 서서 봉사자들이 나누어주는 비닐 봉지에 넣은 선물을 받았으며 나는 이들에게 ‘오늘의 양식'(벧엘교회발행-매일 하나님의 말씀 묵상과 기도를 안내하는 QT소책자)을 한권씩 전했다. 어떤 분들은 ‘오늘의 양식'을 이미 받아 읽고 있다고 말했다.


버스를 타고 교회로 돌아오는 동안 조금전에 만났던 노숙자들의 모습들이 내 뇌리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이 봉사를 위해 매달 시간과 물질로 봉사하는 팀원들이 너무나 보람되고 흐뭇하게 보였다.

나는 피츠버그대학에서 학위를 마치고 이 지역 한 주립대학에서 근무를 시작했던 1971년 9월 볼티모어 시내 YMCA 숙소에서 노숙자들을 처음 대할 기회가 있었다. 나는 주거 할 아파트를 찾는 동안 이 숙소에서 한 주간 머물고 있었는데 볼티모어 시 당국이 노숙자들 20여명에게 이곳에 숙소를 마련했다.

두 명의 노숙자들이 밤 늦게까지 고성을 질러서 나는 잠을 이룰수가 없었다. 알코올 중독자들인 것 같았다. 이들 가운데 마약중독 또는 정신질환으로 고생하는 분들도 있다고 했다. 그때만 해도 시 당국에서 노숙자들을 집단적으로 수용할 쉘터(shelter)를 마련하지 않았다. 내가 미국에 오기 전인 1960년대 후반기 서울역 앞에서 지나가는 사람들의 선처를 요구하고 있던 노숙자들의 가련한 모습들을 회상하게 했다. 그때만 해도 정부에서 노숙자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재정적 여력이 작아서 많은 기독교 기관과 교회들이 나서서 이들을 돌봐주곤 했다. 그 때 내가 봉사에 참여했던 일들을 회상해본다. 당시 노숙자가 된 동기가 어떻튼 교회가 나서서 이들을 보살펴 주어야 하는 것이 성경적으로 마땅하다는 생각을 했다.

지난 6월 11일 LA타임즈는 LA의 캐런 배스(70) 시장과 샌프란시스코의 런던 브리드(49) 시장이 노숙자 문제해결에서 서로 다른 견해, 방식, 정책을 표명했다고 보도했다. 이 두 시장은 흑인 여성들로서 이 도시에서 처음으로 시장에 당선됐다. 런던 브리드 시장은 노숙자 문제에 대해 강경책을 선택, 오는 11월 상정될 범죄자 처벌 강화를 골자로 한 주민발의안을 적극 지지하고 있다.

반면, 배스 LA시장은 범죄자 처벌 강화를 반대, 앞으로 대법원에서 “노숙자를 범죄인 취급하려는 사람들을 더 부추기는 판결이 나와선 안 된다”며 반대 의사를 분명하게 밝혔다. 이 두 시장의 예처럼 노숙자 문제를 담당하고 있는 여러 자치단체장들 사이에 상반된 의견을 가지고 정책을 수립, 진행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에 상관없이 볼티모어 노숙자들을 돌봐주고 있는 여러 교회들의 본을 받아 더 많은 교회들이 노숙자 봉사에 참여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허종욱 전 한동대 교수 사회학박사,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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