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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무청과 법무부의 침묵과 은폐

2024-06-03 (월) 전종준 변호사,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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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 한인 회장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한국 병무청 직원이 한인회에서 설명회를 개최한다고 해서, 필자에게 어떤 질문을 하는 것이 좋은지 질문지를 부탁하여 3개의 질문을 전해 주었다. 재외동포청 ‘국적 및 병역법 설명회’란 제목하에 처음으로 열린 설명회이기에 약간의 기대도 있었다. 그동안 수없이 두들겼던 위헌에 대한 조금이나마 미주동포의 어려움을 직시하고 해결해 보려는 의지가 있는가 싶어 거는 기대였다.

병무청의 이은영 사무관은 “국적이탈 미신고 선천적 복수국적 남성의 경우, 24세부터 25세 1월15일까지 국외여행허가를 신청하면 37세까지 병역 연기가 가능하고 한국 방문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설명회가 끝난 뒤, 모 회장은 병무청 직원에게 다음의 3개의 질문을 던졌다고 한다. 첫째, 국적이탈 미신고자인 18세 이상 선천적 복수국적자는 90일 한국 방문이 가능한가? Yes, No로 정확하게 답변하고 그 법적 이유는 무엇인가? 둘째, 병무청에서는 국적이탈 미신고자인 선천적 복수국적자에게 25세가 되는 해까지 국외 여행허가서 신청을 안내하고 있는데 국외 여행허가서를 신청하려면 한국에 출생신고를 하여야 하는데 미국이 주된 생활지인 선천적 복수국적자에게 한국에 출생신고를 강요하는 것이 한국에 무슨 이익이 있는가? 셋째, 미 주류사회에 진출하려는 한인 2세들에게 한국에 출생신고를 강요하여 복수국적의 증거가 남게 되면 미 공직이나 정계 진출 등에 장애가 될 수 있는데 이것이 한국의 국익과 재외동포의 거주국에서의 정치적 신장에 어떻게 도움이 되는가?

모 회장의 질문이 끝난 뒤, 병무청 직원은 직답에 침묵했다고 한다. 국적이탈 미신고자는 병역 기피자가 되어 한국 방문시 체포될 수 있다는 답변을 회피한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현행법의 정당화만 설명하려는 의도였기에 미주 동포의 입장에 대한 경청이나 문제 해결에 대한 대안 제시 및 건의는 찾아 볼 수 없었다고 한다.


며칠 뒤, 재외동포청에서는 김연우 법무부 사무관을 통해 워싱턴에서 ‘예외적 국적이탈 허가’에 대한 설명회를 개최했다. 김 사무관은 “만 18세가 되는 해 3월 말까지 국적이탈을 제 때에 하지 못한 정당한 사유가 있으면 예외적으로 국적이탈 허가 신청을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법무부 직원은 “정당한 사유”가 무엇이며 어떤 조건을 밝혀야 하는지 구체적인 설명은 보도되지 않았다.

여기에서 “정당한 사유”란 단순히 몰라서 기간내 신고하지 못한 것은 정당한 사유로 인정되지 않을 수 있다. 또한 복수국적으로 인하여 외국에서의 직업 선택에 상당한 제한이 있거나 이에 준하는 불이익을 증명하여야 한다. 즉 사관학교 입학의 거절이나 취소, 혹은 공직 진출에 제한 등의 불이익이 발생해야 예외적으로 국적이탈을 허가해 준다는 뜻이다. 따라서 앞으로 정보 계통 직업을 갖기 위해 국적이탈을 하고자 하면 대부분 거절된다. 왜냐하면 피해 구제가 아니라 피해를 본 뒤 국적이탈을 허가해 주기 때문이다. 소가 웃을 일이다. 피해를 본 뒤 국적이탈 허가 신청을 하면 1년 이상이 소요되기에 인생의 기회를 놓치고 만다. 병역과 무관한 한인 2세의 미래를 막고 있는 현행법의 부당함에 대해 설명회에서는 침묵과 은폐로 일관했다.

그러나 2020년 9월 헌법재판소는 “선천적 복수국적자는 병역자원이 아니다. 주된 생활지가 외국이며 한국에 출생신고조차 되어 있지 않은 경우에는 국민으로 파악하기 어렵고, 그가 대한민국에 입국하지 않으면 현실적으로 병역의무를 이행하도록 하기 어렵다”라며 원정출산과 이민출산을 구별하여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즉, 한국에서 권리없이 병역 의무만 부담시키는 것은 위헌인 것이다. 그런데도 법무부는 아직도 병역과 무관한 선천적 복수국적자에게 “병역부담 형평의 원칙”을 잘못 적용하며 예외적 국적이탈 허가제를 유지하려고 하는 것이 큰 문제이다.

이번 재외동포청 ‘국적 및 병역법 설명회’는 지난 3월 뉴욕 일원 한인 단체와 기자회견 후 선천적 복수국적자의 족쇄를 풀기 위한 국적법 개정을 촉구한 대통령 청원서를 공동 서명해 보낸 뒤 개최되었다. 대통령 청원서에 대한 법무부와 병무청의 답변은 이번 설명회와 닮은꼴로 문제의 핵심에서 동떨어진 변명 수준으로 국적 자동상실제의 부활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표명한 것이다.

이번 설명회 기사를 본 한 동포는 “문제 해결 능력이 없는 공무원들만 재외동포청에 모여 일하는 거 아닌가 싶어요”라며 불합리한 법에 대한 개선의지가 없는 ‘재외동포 없는 재외동포청’에 일침을 가했다. 해외동포 2세 남자와 여자를 위한 국적자동상실제는 특혜가 아니라, 피해 구제이기에 22대 국회에서는 꼭 통과되길 기대해 본다.

<전종준 변호사,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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