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흥진의 영화이야기 - 새 영화 ‘이고이스트’(Egoist) ★★★★(5개 만점)
▶ 배경ㆍ성격이 다른 두 남자 통해 사랑의 역학으로 상처의 갈등을
▶따스하면서도 가슴 아프게 다뤄
코수케와 다에코와 류타(왼쪽부터)가 셀폰으로 가족 사진을 찍고있다.
두 젊은 동성애자와 함께 둘 중 한 사람의 어머니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사랑의 드라마이자 성격 탐구의 작품으로 따스하고 차분하고 담담하게 이야기를 엮어 나가는 연출 방식이 마음에 와 닿는다. 사랑하는 두 남자의 마음과 육체를 있는 그대로 솔직히 보여주고 있는데 이런 두 남자의 로맨스와 함께 영화 후반에 이르러 어머니가 등장하면서 모자간의 또 다른 사랑을 가슴 뭉클하게 보여주고 있다.
배경과 성격이 다른 두 남자의 관계를 통해 계급 차이와 자본주의 그리고 사랑의 역학과 둘이 다 가지고 있는 상처의 갈등을 부드럽고 따스하면서도 가슴 아프도록 다루고 있는데 세 사람간의 감정의 이입이 보는 사람의 가슴을 파고드는 신선한 영화다.
영화는 또 죽음을 큰 명제로 삼고 있는데 이런 어두운 명제에도 불구하고 작품 안으로는 생명력과 에너지가 흐르고 있다. 특히 보기 좋은 것은 두 연인으로 나오는 배우들인 료헤이 스즈키와 히오 미야자와의 잘 어우러지는 호흡과 연기. 이와 함께 세 번째의 주인공인 어머니 역의 사와코 아가와의 드러내지 않는 고요한 연기도 감동적이다.
코수케(료헤이 스즈키)는 14세에 어머니를 잃고 18세 때 고향을 떠나 도쿄로 와 패션잡지 편집장으로 성공한 동성애자. 고급 아파트에 살면서 의복과 용모에 신경을 쓰는 사람이지만 허영 덩어리는 아니다. 그가 개인 트레이너 류타(히오 미야자와)를 고용하면서 자신의 성적 신분을 감춘 류타와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감추지 않는 코수케 간에 서서히 사랑의 싹이 튼다.
류타는 병약한 어머니 다에코(사와코 아가와)를 혼자 돌보는 착한 아들인데 경제적으로 넉넉지가 못해 남창 노릇을 하면서 돈을 번다. 류타가 몸을 판다는 것을 안 코수케가 류타에게 자기가 살림 돈을 주겠으니 남창 노릇을 그만두라고 제안한다. 그리고 두 사람은 몸과 마음을 다해 뜨거운 사랑을 나눈다.
한편 류타가 자기 어머니에게 코수케를 소개하면서 코수케와 다에코 간에 즉각적으로 감정이 흐르고 세 사람은 따뜻한 가족 관계를 형성한다. 코수케에게는 새로운 어머니가 생긴 셈이다. 영화는 이 세 사람간의 짧은 만남과 삶을 서글프나 아름답게 주시하고 있다. 라스트 신이 눈시울을 적시게 만들고 있지만 결코 감상적이 아니고 오히려 마음을 고양시켜주고 있다. 아름다운 영화다.
연기와 함께 다이시 마추나가 감독(공동 각본)의 서두르지 않고 민감하며 또 상냥하고 자연스러운 연출이 훌륭한데 노골적인 동성애 섹스 장면들이 있음을 밝혀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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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흥진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