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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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복(制服) 이야기

2024-03-20 (수) 문성길 전 워싱턴서울대동창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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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금없는 제복이야기가 왜 나왔나? 독자들께서는 분명 “뜬금” 없으렷다. 제복보다는 유니폼(Uniform)라는 말이 더 익숙할 것 같아 유니폼 이야기로 바꿔 쓰련다.
다 아시는 바이나 일정한 집단의 구성원이 입기 위해 일정한 양식으로 만든 복장을 말한다고. 뭐니 뭐니 해도 학생 때의 그것, 즉 교복(校服)을 빼놓을 수 없겠다.

지금은 학생들에게 너무나 자유가 많아져 머리도 길게 기를 수도 있고 자유자재로 자신이 원하는 복장도 하는 세상이지만 반세기 전만 해도 학생들 모두가 일률적으로 교복을 입어야만 하는 시대가 분명 있었음을 기억하실 게다.

남자형제들이 많은 집안에선 형들이 입던 교복을 동생들에게 물려주는 아름다운(?)전통, 가풍(家風)이 있지만 동생들은 체격에 맞지 않아 “재봉사 저리가라!”할 정도의 어머님들 솜씨 좋은 바느질 실력으로 어깨춤을, 바지가랑이를 접어 줄여 입는 동생들은 끔찍이 싫어하고 언제쯤이면 새 교복을 입어볼까 하는 생각도 해보곤 한 기억들이 꽤 있을 줄로 여겨진다.


소위 이름 있는 학교의 학생일 땐 말해 무엇하랴! 자신들의 교복 입은 모습이 한껏 자랑스러웠을 것이며 다른 이들 눈에 띄었으면 했을 것이다. 특히 여학생들의 깨끗하게 풀질, 손질 정성껏 해서 입은 여름 교복 입은 모습은 한창때의 짓궂은 남학생들은 물론 아마도 목석이 아닌 바에 거의 모든 남학생들의 마음을 후끈 달게 했었으리라.

한 여담으로 도로 포장이 아니 된 지역에 살던 고교시절, 여름철이면 비로 인해 길이 질컹질컹 엉망일 때 이웃의 같은 학교 친구 여동생(지금 증조할머니가 된)이 말쑥하게 차려입은 하얀 교복에 어느 짓궂은 녀석이 흙탕물을 튀게 하여 울며 집에 되돌아온 것을 본 그 친구가 달려 나가 흠뻑 두들겨 주었다는 일화도 들은 바 있다.

유니폼이란 자신의 소속이나 특성까지도 뚜렷이 잘 나타내주는 고마운(?) 상징이다. 각각 다른 팀 운동선수들의 것들, 군인들의 것들이 그것이다. 소년단, 소녀단(Boy Scout, Girl Scout)원들도 그들만의 복장이 있다. 연예인들, 특수층들도 각양각색의 연회복(宴會服)이 있는 줄로 안다.

은퇴 후 건강관리를 위해 산행도 다니고 걷기도 하며 이것저것 시도를 해오는 중 현역 때는 너무도 바쁘기도, 흥미도, 소질도 별로 없는 듯하기도, 편견도 있어 등한히 했던 골프를“늦게 배운 도둑 밤새는 줄 모른다”듯이 유튜브 통해 강의를 듣고 실험을 운동 도중 이리저리 시도를 하며 성공하는 재미를 요즈음 좀 즐기고 있다.

LPGA 선수들 시합이 최근 2-3년 우리 동네(LAX, LA 국제공항에서 서남쪽으로 15마일)에서 개최되어, 한국낭자들의 모습을 직접 볼 수 있어 응원도 하며 사인도 주책없이 이 나이에 받으며 손주 위해서라고 슬쩍 능청을 부린다.

더 나아가 금년에는 대회 명칭을 아예 ‘Seri Pak Championship’ 으로 명명해 개최됨으로 4일간 일반표 구입은 물론 대회 준비위원회에 직접 가서 자원봉사 역(Volunteer)을 하기로 하니 각종 혜택이 주어지지만 유니폼만은 자비로 구입해야한다고 해서 오케이했다.
제복 입어보기는 학생 때 교복, 소년단원 시절 소년단복, 고교시 유도복(柔道服), 군의관 시절 군복, 그리고 이제 박세리 골프대회 자원봉사 복장을 입어보게 되는가 보다.

제복이란 소속감을 고취하고, 단결력을 불러일으키며 최소한 외견상으론 모두가 평등함을 나타내주는 것 같지 않을까?

<문성길 전 워싱턴서울대동창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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