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사다리차 타고 루브르 박물관 침입, 보석 털어간 4인조

2025-10-19 (일) 10: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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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왕실 전시실 몇분만에 털려…8점 도난, 황후 다이아 왕관은 회수

▶ 일요일 개장 30분 뒤 발생…관람객 퇴장 조치·종일 휴관에 혼잡

사다리차 타고 루브르 박물관 침입, 보석 털어간 4인조

루브르 박물관 [로이터]

일요일인 19일(현지시간) 오전 프랑스 파리의 관광명소 루브르 박물관에 4인조 괴한들이 사다리차를 타고 침입해 보석류를 훔쳐 달아났다.

AFP·AP 통신과 BBC 방송에 따르면 범인들은 이날 오전 개장 시간 30분 뒤인 9시 30분께 박물관에 침입해 프랑스 왕실 보석류가 전시된 '아폴론 갤러리'에서 보석류를 훔쳐 달아났다.

라시다 다티 프랑스 문화장관은 사건 발생 직후 엑스(X·옛 트위터)에 "강도 사건이 발생했다"고 썼으나, 프랑스 당국과 언론은 이후 이 사건을 강도보다는 '절도'로 표현하고 있다.


로르 베퀴오 파리 검사장은 BFM TV에 보석을 훔친 4명을 쫓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이들이 보석류 9점을 훔쳐냈고 그중에 1점은 범행 현장 인근에서 회수됐다고 말했다.

프랑스 언론은 범인들이 떨어뜨리고 간 보석은 나폴레옹 3세 황제의 부인 외제니 황후의 왕관으로, 부서진 채로 발견됐다고 전했다. 루브르 홈페이지에 따르면 이 왕관은 다이아몬드 1천354개와 에메랄드 56개로 장식된 것이다.

프랑스 문화부는 아폴론 갤러리에서 도난당한 보물 8점은 값을 매길 수 없을 만큼 귀중한 문화 유산이라며, 나폴레옹 1세가 부인 마리 루이즈 황후에게 선물한 에메랄드·다이아몬드 목걸이, 나폴레옹 3세의 부인 외제니 황후의 왕관과 브로치, 18세기 마리 아멜리 왕비와 오르탕스 왕비와 관련된 사파이어 목걸이 등이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베퀴오 검사장은 범인들이 센강 쪽 외벽에 사다리차를 대고 올라갔으며 범행 후에는 전동 스쿠터를 타고 달아났다고 전했다. 주요 외신도 범행에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사다리가 박물관 2층에 걸쳐져 있는 모습을 찍은 사진을 보도했다.

범인들은 전동 절단기를 사용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이들이 표적으로 삼은 아폴론 갤러리는 프랑스 왕실 보석류가 있는 화려한 전시실로 센강 쪽에 위치하며 가장 많은 관람객이 몰리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와는 불과 250m 떨어진 곳에 위치한다. 다만, 아폴론 갤러리에서 가장 유명한 전시품으로 꼽히는 140캐럿짜리 레장 다이아몬드는 도난품에 포함되지 않았다.

로랑 누네즈 내무장관은 앞서 프랑스 매체에 범행이 단 7분 동안 일어났으며 도난당한 보석이 값을 매길 수 없는 귀중품이라고 말했다. 또한 다티 장관은 범행이 4분 만에 일어났다고 전했다.


외신들은 파리 경찰청에서 불과 800m 떨어진 곳에서 개장 시간에 일어난 대담한 범행으로, 보안 구멍에 대한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고 짚었다.

극우 국민연합(RN)의 조르당 바르델라 대표는 엑스에 "루브르는 우리 문화의 세계적 상징이며 이번 사건은 우리 나라에 대한 참을 수 없는 모욕이다. 국가의 부패가 어디까지 간 것인가"라며 에마뉘엘 마크롱 정부에 화살을 돌렸다.

박물관은 이날 하루 휴관했다. 사건이 박물관 개장 이후에 벌어지면서 이미 입장한 관람객들이 퇴장 조치되고, 이를 미처 알지 못한 관광객들이 계속 박물관 앞에 도착하면서 박물관 안팎에서 혼잡이 빚어졌다.

루브르 박물관은 지난해에만 방문객 900만명이 찾은 관광 명소로, 메소포타미아, 이집트부터 유럽까지 전 세계 유물과 예술 작품 3만3천 점을 전시하고 있다.

절도 및 강도 사건도 여러 차례 겪었다. 1911년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 도난 사건이 가장 잘 알려져 있다. 이탈리아인 빈센조 페루자가 훔쳐낸 모나리자는 2년여 만에 루브르로 돌아왔고, 이 사건으로 모나리자의 유명세는 더 높아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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