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 창 지금이다! 66세 아줌마여

2024-03-15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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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 미라/버클리 문학회원

문득, 버티칼 사이로 빛 한줄기가 눈부시다.

도전! 이건 아마 66세, 그 유별나다는 개띠 아줌마의 필살기 인지도 모른다.
올해는 “할 것이다”도, “했었다”도 아니고 “한다”로 살기로 했다.

8년 전, 나는 갑자기 뇌출혈로 쓰러져 두번의 뇌수술을 했다.
수술 사흘 만에 의식은 찾았지만 수술 후유증으로 오른쪽 팔 다리를 전혀 움직이지 못하는 편마비 환자가 되었다. 더구나 대소변도 가리지 못하는 현실에도 나는 나의 긍정 마인드 덕분인지 아니면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후자 덕분인지 전혀 슬프거나 두렵지 않았다. 오히려 하나님께 감사의 기도를 했었다.
“주님, 감사합니다. 저에게 기적이라는 축복을 주시려고 이런 것 이라는걸 압니다. 감사합니다!” 참, 어떻게 이런 기도를 했는지.

유난히 운동을 좋아 했던 내가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수 없는 현실 앞에서도 나는 이상하리 만큼 단 1%의 의심도 없이 ‘난 꼭 회복되어 많은 사람들의 희망이 될거야’ 하며 가족들의 근심 어린 위로에 오히려 내가 가족들에게 웃음으로 위안을 주었다.

그때만 해도 믿음도 별로 없었는데 무슨 자신감에 그랬는지 더구나 “감사” 인사 까지나.
다만 전혀 움직일 수 없는 오른손을 왼손으로 어루 만지며 “미안해 오른손, 네가 얼마나 귀한지 몰랐었어, 오른손아 네가 나으면 내가 글도 많이 쓰고 귀하게 여길께’ 진심으로 오른손에게 사과를 했었다


대소변 가리기 부터 휠체어에 앉고 서고 혼자 옷 벗고 입기, 물리치료, 한방 침치료, 맛사지며 때론 가족의 보살핌 아래 서고 걸어보고 보조기에 의지해 동네 돌기를 하루 이틀… 수없이 넘어지기를 다반사 , 걷고 또 걷기를 어느덧 일년이 조금 지나자 난 비록 완벽하지는 않아도 혼자 설수 있었고 어설프나마 걸을수 있었다.

오른쪽 편마비로 변해버린 나의 일상도 어느덧 8년이 지났다.
마비되고 일년 반 정도 되었을 무렵부터 난 홀로서기를 시작 하였다. 맨 처음 시도는 글 쓰기였다. 오른손과의 약속도 있었고 오랫동안 글을 쓸 수 없이 지내다 보니 너무나 쓰고 싶었다. 오른손으로는 펜을 들어 글을 쓰기 힘들었지만 컴퓨터가 있어 조금은 쉽게 글을 쓸수 있었다. 더욱 벅찬 것은 마비된 팔을 재활하여 쓴 첫번째 글이 한국일보 “여성의 창”이였다. 내용을 떠나서 3개월 동안 매주 금요일 마다 내 오른팔로 글을 다시 쓸수 있다는게 얼마나 신나는 일이였는지 모른다. 그 후로 3년 전 또 한번 더 “여성의 창”을 썼고 이번에 세번째 “여성의 창”을 쓰고 있다. 오늘의 여성의 창은 너무나 귀한 인간 승리인 “미라의 창”이기도 하다.

그동안 어설프게나마 피아노도 다시 칠 수 있게 되었고 스스로 운전도 해서 스포츠 클럽도 가고 컴퓨터도 배우러 학교도 다니며 씩씩한 아줌마로 살아가고 있다.

가끔은 불편한 오른쪽을 핑계로 “몸이 좀 좋아지면 해야지” 했던 많은 일들이 고개를 내밀고 있다.

이 아침, 한줄기 빛에서 더 빛날 나의 내일이 눈부시다
“ 66 줌마여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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