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 창 이 4월에 다시 한번 기적을

2024-04-12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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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미라/버클리 문학회원

먼 산등성 너머 붉게 물든 해저무는 저녁 노을이 한 폭의 그림인 양 어찌나 아름답고 따뜻한지, 문득, 저 그림같은 석양의 아름다운 4월이 왠지 나에게 기적을 가져다 줄것 같아 나는 꿈을 꾸어본다.

“새해다” 시작 하는가 싶더니 요 며칠 전까지는 또 온 동네는 물론 거리 마다 형형색색 화사한 꽃으로 온통 봄을 열더니 벌써 4월도 중반!

나에게 이 4월은 새삼 엄마로서 평생 기억될 귀한 큰 아들 결혼식도 있었고 올 11월에는 내 인생의 멘토 되시는 가정에 사진 자서전을 만들어 드리고자 계획하고 자료 수집을 시작하는 뜻 깊은 달이기도 하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8년을 함께 해온 내 오른쪽 편 마비와도 열심히 싸워볼 생각이다. 수영도 하고 피아노도 치고 내가 그토록 좋아 하던 줌바도 다시 해 볼 것이다. 지난 시간을 돌이켜 보면, 몸이 불편 하다고 못했던 많은 것들이 도전도 해보기 전에 ‘못 할것 같아’ 하는 생각 때문에 하지 않았던 것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어제는 오랫만에 피아노를 쳤다. 편치 않은 오른손이 템포는 느리고 터치하는 힘은 약했지만 그럭저럭 할 수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그래, 박자가 조금 느리면 어때 사실 그런 음악도 있을 수 있잖아” 나를 다독여 본다. 그 오래 전, 듣지 못하고 말 못하던 자영이가 하고자 하는 의지 하나로 반신반의 하던 나에게 피아노를 배워 가족은 물론 가까운 친구와 이웃들 앞에서 당당히 “김자영 피아노 발표회” 를 열었던 일이 새삼 나를 깨운다. 그 때에도 자영이 당사자 외에는 가능 할거라 생각한 사람은 아마 아무도 없었을 것이다. 가르칠 나 역시 의구심만 가득! 그러나 하고 싶다는 자영이의 의지만이 가르치는 선생인 나는 물론 주위의 많은 이들을 놀라게 하는 기적같은 일이 있었지 않은가.

나는 가끔 생각한다 ‘두 팔과 두 다리가 멀쩡하게 그대로 있는데, 왜? 예전 같이 움직이지 못할까?’ 한편으로는 ‘얼마나 다행인가 운동하고 재활만 열심히 하면 다시 걷고 뛸수 있다’. 게을렀던 지난 시간을 반성하면서 지금부터 오른쪽 되찾기를 시작해 본다. 날마다 규칙적으로 운동하고 걸으며 나와 남을 위해 긍정적이고 바른 생활로 함께 행복하게 사는 것을 생각 만이 아니라 행동으로 실천하기로 다짐해본다. 넘어지면 일어나고 모자라면 보충하고 “할 수 있으면 해야지가 아니라 안해서 못한다. 고로 해야지 할 수있다”.

오랫만에 뒷뜰에 봄을 본다. 돌 틈 사이를 삐집고 샛노란 민들레꽃 하나가 나를 반긴다. 불현듯 잊고 있었던 지난 결심들이 떠올라 나를 숙연하게 만들고 있었다. ‘무엇이든 잘 하고 싶다’는 마음만 가득했지 실천하지 못했던 지난 시간들. 몇해전 처음 뇌졸증으로 쓰러져 오른쪽 손과 발이 마비되고 일년이 지나고 첫 봄이 되었을 때 움직임도 편치 않고 무엇하나 줄 것도 없는데 둘째아들 생일이 돌아왔었다. 마음만 애타는데 번쩍 눈에 뛴 뒷뜰에 피어난 ‘민들레꽃 한송이’. 바로 이거다 싶어 민들레를 꺾어 하얀 편지지에 눌러 붙이고는 내년에는 꼭 내 몸을 낫게해서 아들을 기쁘게 해야지 다짐하며 “아들아 생일 축아하고 많이 사랑해’ 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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