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여년 전 그 당시에 미국에 살았던 한인들은 한흑 갈등을 유발시킨 ‘두순자 사건’을 기억할 것이다. 한인사회에 대한 테러와 폭력적인 보이콧으로까지 번진 두순자 사건 말이다. 이민 와서 갖은 고생 끝에 LA 흑인 빈민지역에서 가게를 운영하던 55살의 가정주부 한인 두순자씨가 한 흑인 소녀를 강도로 오인해 죽음에 이르게 한 사건이다.
1991년 3월 16일 LA에서 리커스토어를 운영하던 두순자씨는 15세 흑인 소녀 라타샤 할린스를 절도범으로 오인해 물리적인 다툼으로 번지게 되었고, 라타샤 할린스는 두순자씨의 리볼버 권총으로 사살되었다.
두순자씨는 결국 법원으로부터 400시간의 사회봉사 활동 명령과 5년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흑인 커뮤니티에서는 그녀가 받은 형이 너무 낮다고 하면서 한인들에 대한 매우 부정적인 이미지가 부각되기 시작했다.
이 사건이 벌어지기 1년전인 뉴욕에서도 한흑갈등의 불씨가 생겼었다. 1990년 1월18일 브루클린 처치 애비뉴소재 한인 청과물가게 레드애플에서 흑인 여성 고객과 점원사이에 1달러짜리 과일을 놓고 시비가 벌어져 결국 뉴욕내 한흑 갈등의 막바지까지 가게 된 사건이다.
이로 인해 흑인들의 한인상점 불매운동이 8개월이상 벌어졌다. 직접적인 피해업주는 보다 못해 ‘우리는 하나다’ 라는 슬로건이 담긴 플래카드와 피켓을 들고 가게 앞에 섰고, 그 모습이 사진기자들에게 찍히면서 이 갈등은 봉합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억척스럽게 한인들이 미 전역에서 가게를 일구던 시절의 이야기들이다.
다행히 이제 한흑 갈등은 옛말이 되었다. 30년이 지난 지금 한인들이 저소득 흑인학생들의 꿈을 실현해주는데 동참하고 있다.
작년 봄, 뉴욕 공립학교 고등학생 105명이 방한해 7박 8일 일정으로 한국에서 다채로운 경험을 했다. 데모크라시 프렙 공립학교는 뉴욕 할렘가에 2005년 설립된 차터고등학교다.
브롱스 프렙 차터고교 교직원들과 학생 40여 명도 남서울대 캠퍼스를 방문해 한국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저소득 흑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뉴욕 브롱스와 할렘가를 중심으로 5곳의 고등학교 과정에서 공부하고 있는 학생들 중 대부분은 한국어를 공부하고 있고, 2013년부터 꾸준히 매년 방한 수학여행을 실시하고 있다고 한다.
이들 학교중 가장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곳은 뉴욕 할렘에 있는 자율형 공립학교인 ‘데모크라시 프렙 공립학교’이다. 한국식 교육방식을 도입해 화제가 되는 곳이다.
저소득층 학생 위주의 고등학교인 데모크라시 프렙, 할렘 프랩차터, 브롱스 프렙, 뉴저지주 캠든의 데모크라시 프렙 프리덤 고교 등 한국어를 교과 과정에 편입시켜 한국아이들처럼 교육시키는 미국 학교들이 늘고 있는 추세다. 이 학교들은 가난과 범죄 그리고 마약의 절망속에서도 철저한 한국식 교육으로 ‘흑인청년 르네상스의 기적’을 이루고 있다.
백인인 데모크라시프렙 공립학교 설립자이자 교장은 한국의 교육을 미국 할렘가 뿐만 아니라 전세계 20억명 학생들에게 전해주고 싶다고 웅변한다. 이 학교 학생들은 한국어를 의무로 배우고 있다.
올 봄에도 다양한 인종의 저소득학생들이 한국으로 수학여행을 떠나게 될 것이다. 특히 올해는 브롱스의 중학생들까지 한국으로 수학여행을 간다는 소식이다. 마침 뜻있는 많은 한인 독지가들이 이들의 여행에 필요한 경비를 보태 한흑 화합에도 적지 않게 기여했다. 이 작은 나비의 날갯짓이 태풍을 불러오는 나비효과로 이어진다면 전세계 한인들에게 힘과 용기를 불어 넣어줄 것이다.
용의 해인 올해야말로 한인들이 잘만 하면 미국사회는 물론, 한흑간의 사이에 갈등과 분열을 해소시키고 화합을 꾀할 수 있는 주역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이를 통해 전세계 한인 커뮤니티들이 우물 안의 개구리가 아니라 글로벌 속의 위대한 코리안들로 승천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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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영 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