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총선을 앞두고 새해 벽두부터 들려오는 이합집산 탈당에 유권자는 매우 혼란스럽다. 이준석 국민의힘당 전 대표의 탈당을 시발로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까지 탈당을 했다. 양당 전 대표들의 탈당은 한국 정치사에 초유의 사건이다. 세계 정치사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괴이한 정치 현상이다.
이런 와중에 야당 대표가 극우 정치 세력으로 부터 테러를 당했다. 이 끔찍한 비이성적인 정치를 우리는 이를 어찌 보아야 할까? 정치의 근본 목적에 대해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윤석열 대통령은 어떠한가? 취임 2년이 다 되어 가도록 검찰 수사권을 무기로 분명한 권위주의적 본능을 보여 주는 것 외에는 서민과 민생을 위해 하는 일이 별로 없다. 여당 대표를 한번도 아닌 두번이나 내치고, 정치적 파트너로 함께 대화하고 타협해야 할 야당대표 목줄을 옥죄며, 비판적인 언론에 재갈을 물리는 일을 서슴치 않는다. 예상대로 이러한 공격은 정치적 스펙트럼 전반에 걸쳐 당혹감, 충격 및 분노를 촉발시켜 여론을 스스로 악화시키고 있다.
우리는 이전에 지역적 차별과 이념적 갈등, 그리고 당파적 적대감이 국가를 분열시켜 민주주의를 파괴한 정치적 재앙을 이미 경험한 바 있다. 하지만 이토록 처참하게 공권력을 동원해 대통령이 입법부의 권능을 무시하고, 국회의 견제 기능과 사법부의 독립을 해치며 언론을 위협하는 행위는 한국 현대사에서 전례가 없는 일이다.
이른바 대의정치의 실상은 적절한 인물을 선출하여 그의 양식과 양심에 공동체의 공사(公事)를 맡기는 위탁 정치라 말할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에 적합한 지도자인지는 많은 의문이 든다. 그가 집권한 후 정치는 존재하지 않으며, 공영 언론과 사영 언론은 무색할 정도로 관영 언론이 되어 버렸다.
경제는 또 어떠한가? 한 마디로 기득권층의 배만 불리고 있다. 정부는 그 모든 편익을 노동자, 납세자에 떠넘기고 상위 계층에 몰아 주고 있다. 기업은 경제의 총수요가 부족하자 노동 유연성으로 이익을 취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윤석열 대통령은 시도때도 없이 자유를 외친다. 어디에서도 집을 장만할 돈이 없고, 일을 할 수 있는 직장이 없는 사람에게 자유롭다고 말할 수 있을까? 현대에 와서 인간은 물질을 필요로 하고, 물질에 의거해서만 생명을 부지해 갈 수 있고, 물질의 충족을 통해서만 행복을 얻을 수 있다.
어지간한 사람도 돈의 위력을 뿌리치기가 쉽지 않는게 우리가 살고 있는 자본주의 현실이다. 그래서 우리는 시장 경제를 바로 잡을 수 있는 정치인을 뽑아야 한다. 제대로 된 정부라면 공동의 이익을 추구해야 한다. 그러나 권력자들은 모두를 위한다고 주권자를 기만하면서 자기들만을 위한 사익을 취한다.
우리가 공동체 의식을 갖지 않으면 정치 시스템은 절대로 변하지 않는다. 1인 1표 시스템의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반드시 투표장에 가서 투표를 해야 한다. 참여하지 않고 변화를 바라는 것은 아주 비겁한 옳지 못한 행위이다.
자신의 처지를 공통 의식과 공감 시키지 못한다면 동시대 살고 있는 사람이라 할 수 없다. 투덜과 시니컬한 태도는 결코 세상을 바꾸지 못한다.
우리는 종종 길거리에서 새치기를 했다는 둥, 자기 발을 밟았다는 둥 사소한 이유로 언성을 높이고 있는 사람들을 보곤 한다. 사실 이런 유의 싸움은 서로에게 득 될 것이 없다. 그렇지만 정작 싸우고 있는 당사자들에게는 통하지 않는다. 사과를 하고 받아들이면 될 일을 화난 마음에 어떻게 든 상대를 이겨야 된다는 생각 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때로 싸움은 사소한 데 목숨 거는 어처구니없는 지경까지 치닫기도 한다. 그럼에도 정작 자신들은 뭐가 잘못됐는지 깨닫지 못한다. 싸움이 끝나고 나서야 스타일 구겼음을 깨닫고 허탈해 할 뿐이다. 여의도 정치가 지금 이런 모습이다. 권력과 지배욕을 위해 싸움만 하는 자들은 대화와 토론을 쓰레기통에 버리고 파벌을 형성해 서로를 흠집 내며 비난하고 있다. 그야말로 개망신 짓을 하고 있다.
올바른 대화는 열린 마음으로 상대를 대하고 서로를 받아들이는 합의에서 출발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준이 필요하다고 정치철학자 하머마스는 말하고 있다.
“내용이 참이어야 하고, 성실히 지킬 것임을 믿을 수 있어야 하며, 말 하는 사람들 사이의 관계가 평등하고 수평적이어야 한다.”
이렇게 이루어진 대화는 서로가 합리적이라고 인정하는 최선의 결론을 얻을 수 있다. 우리가 현재의 투견 정치와 잘못된 정치 관행을 정직하게 이번 총선에서 청산해야 만 더 공정하고 공평한 미래를 건설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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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국 정치 철학자, V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