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하고 자기파괴 적인 남자의 집념과 광기 그려
2024-01-19 (금)
박흥진 편집위원
▶ 박흥진의 영화이야기 - ‘던디 소령’(Major Dundee·1965) ★★★½(5개 만점)
던디 소령(왼쪽)과 외팔이 스카웃(제임스 코번)이 아파치족을 추적하고 있다.
미학적 폭력영화의 대부 샘 페킨파 감독의 남북전쟁을 배경으로 한 웨스턴으로 자기 내면의 악마로부터 쫓김을 받는 오만하고 자기파괴 적이요 이율배반 적인 남자의 집념과 광기를 그린 이상하고 무질서한 작품이다. 페킨파는 주인공 던디 소령을 백경을 쫓는 에이하브라고 말한바 있다.
1864년. 뉴멕시코의 남군 포로수용소 소장은 동부서 징계형식으로 쫓겨 온 북군 소령 던디(찰턴 헤스턴). 그는 아파치족이 수용소 요새 인근의 백인정착민들을 학살하고 사내아이들을 잡아가자 아파치 일당 체포를 명예회복의 기회로 삼고 잡탕 추적대를 구성한다.
과거 던디의 친구이자 남군장교로 포로가 된 벤자민 대위(리차드 해리스)와 그의 부하들 그리고 실전 경험이 없는 북군장교(짐 허튼)와 산전수전 다 겪은 외팔이 스카웃(제임스 코번) 및 흑인졸병들로 구성된 추적대는 도주하는 아파치족을 따라 멕시코 깊숙이 들어간다.
영화는 이 과정에서 추적대와 아파치간의 싸움보다 던디의 집념과 함께 잡탕 추적대원들 간의 갈등과 싸움을 보여준다. 그리고 던디 못지않게 나름대로의 맹목적인 신념에 사로잡힌 벤자민과 던디간의 팽팽한 대결의식과 함께 둘 간의 우정이 아름답게 그려진다. 추적대와 아파치 간의 치열한 전투는 마지막에 리오 그랜드 강에서 벌어지는데 유혈장관이다.
유혈폭력이 난무하는 영화에서 거친 아름다움과 우수가 깃든 감정이 담긴 장면은 멕시칸 마을에서 보게 된다. 던디일행이 프랑스군이 주둔한 멕시칸 마을의 해방군으로 들어와 마을 사람들과 함께 술 마시고 춤추고 또 음악과 노래 속에 여인(독일 배우로 육체파로 알려진 센타 버거)과의 로맨스마저 경험하는 부분은 황량하고 살벌한 영화의 쉼표 구실을 한다.
영화는 처음에 개봉됐을 때 제작사인 컬럼비아에 의해 난도질을 당해 상영되면서 평과 흥행서 모두 실패했다. 후에 잘려져 나갔던 12분을 복원하고 음악을 완전히 새로 작곡해 재개봉 됐다. 질서정연한 플롯이 없는 산만한 내용의 영화지만 특이한 경험을 할 수 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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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흥진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