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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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커 씨는 어디에

2024-01-15 (월) 권향옥 워싱턴문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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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티셔츠 흰 반바지
얼굴 가득 미소를 띠고 워커를 밀며
온 동네를 누비던 노신사 워커 씨

아침에 나가봐도
점심때 나가봐도 늘 눈에 뜨이고
마주치는 사람마다 악수하며
억센 악력을 자랑한다

그런 그가 가을부터 보이지 않는다
낙상? 나쁜 병?


매일 궁금해하는 사이
가을은 겨울로 변하고
궁금함이 초조함으로 변했다

이야기 고픈 눈길로 쳐다보며
걸음을 멈추곤 하던 워커 씨
모르는 척 짧은 일별만 주던 숫기
없는 나

동갑인 친정아버지 떠올리며
건강하기를 속으로 기도했는데
이대로 못 볼 수도…

좀 더 다정하지 못했음에
깊은 후회가 마음을 휘젓는다

이제 다시 소생의 봄
가지마다 파란 싹이 나오듯
활짝 웃으며
워커를 밀고 나타날
건강한 그의 모습을 기다린다

<권향옥 워싱턴문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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