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4일 내가 미국에서 다녔던 고등학교인 T.C. Williams High School (현재는 Alexandria City High School) 에서 수학을 가르치던 루이스 코코니스 (Louis Kokonis) 선생님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접했다. 나는 1975-76년에 그 선생님의 Algebra 5 (미적분 예비반) 클래스에 있었다.
선생님은 1958년부터 가르치기 시작해 91세로 돌아가실 때까지 은퇴를 하지 않고 계속 가르치셨다. 그러니까 65년을 교직에 몸담으셨던 거다. 가르침이 인생 바로 그 자체라고 할 만큼 평생교육자이셨다. 생전에도 그랬지만 앞으로 두고두고 전설적인 교육자로 기억될 분이다. 선생님의 별세 소식에 심심한 조의를 표한다.
선생님을 마지막으로 뵌 건 2019년 여름이었다. 당시 나는 연말 은퇴를 앞둔 현직 페어팩스 카운티 교육위원으로 페어팩스 카운티의 신규 교사 오리엔테이션에서 강연할 기회가 있었다. 나에게 선한 영향을 주었던 선생님들에 관한 이야기들을 천 명이 넘는 신규 교사들과 나누었다. 그 가운데에는 코코니스 선생님도 포함되었다.
특히 당시에 이미 교직 생활을 60년 이상 하시고 계시다는 이야기에 장내의 모든 신규 교사들이 놀란듯 했다. 그리고 나의 강연 말미에 내가 특별히 초청했던 코코니스 선생님을 강단 위로 모셨다. 그리고 선생님에게 인사도 부탁했다. 체육관이 떠나갈 정도의 박수와 환호성이 뒤따랐다.
그 전에 뵈었던 것은 같은 해 1월에 선생님의 교직 생활 60년 기념 장학금 모금 리셉션 자리였다. 그 때 많은 과거의 제자들이 그 자리를 찾아와 선생님에게 감사와 축하 인사를 드렸다. 나 외에도 여러 다른 한인 제자들이 같이 했다.
그리고 2016년에는 학교로 선생님을 찾아가 뵈었다. 버지니아 주 알렉산드리아 시에 위치한 그 학교는 유명한 ‘Remember the Titans’라는 제목의 영화에 나온 학교이다. 그 사이 학교는 많이 달라져 있었다. 내가 다니던 당시의 학교 건물 옆에 9천만불 정도를 들여 새 건물을 지어 모든 교실들과 그 외 시설들을 옮겼다고 했다. 옛 건물은 헐려 주차장으로 변했다.
미리 약속하고 찾아간 시간에 선생님은 미적분을 가르치고 계셨다. 당시 84세로 57년째 교직에 몸담고 계셨는데 적어도 1년 정도는 더 하고 싶다고 하셨다. 가르치는 게 그냥 좋으시다고 했다. 물론 그 후 1년이 아니라 돌아 가실 때까지 8년 정도 더 가르치신 셈이다.
그리고 그 해 여름 방학에는 교사를 대상으로 하는 1주간의 AP물리 수업도 들으실 계획이라고 하셨다. 이유는 가르치는 미적분과 미분방정식이 AP물리 과목에서 많이 사용된다고 하는데 실제로 어떤지 보고 싶어서라고 하셨다. 그리고 미분방정식은 수준이 꽤 높기에 당신도 수업 준비에 상당히 많은 시간을 들인다고 덧붙이셨다. 오랫동안 수학을 가르치셨으니 이제는 아무런 준비 없이도 어느 수준의 수학이든 쉽게 가르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아직도 수업 준비에 철저하신 선생님이 더욱 존경스러워졌다.
내가 배울 당시 선생님은 항상 몸 전체에 백묵가루를 뒤집어 쓰고 계셨다. 칠판에 쓰신 것을 지울 땐 지우개 대신 그냥 손바닥을 사용하고 나중에 양복 바지에 손을 슥슥 닦아내곤 하셨다.
툭하면 나보고 “바보 같은 한국인, 한국으로 돌아가라”고 장난 삼아 놀려대던 어느 백인 급우를 내가 어느날 참을 수 없어 수업이 끝나자마자 멱살을 잡고 벽에다 밀친 적이 있었는데, 그 때 나에게 야단 한 마디 안 치시고 그냥 말리기만 하셨다. 선생님 교실에 앉아 한 시간 정도 수업을 지켜보았다. 백묵은 더 이상 사용하지 않으셨다. 덕분에 옷은 깨끗했다.
미국에 이민 온지 얼마 안 되어 여러가지로 어려워했던 시절 항상 따뜻하게 대해 주었던 老은사를 당시 늦게나마 학교로 찾아가 뵌 것은 아주 잘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80대 중반의 나이에도 변함없이 열정적으로 가르치고 계셨던 선생님의 모습은 나에게도 큰 도전이 되었다. 이제 직접 뵐 수는 없지만 2019년에 선생님과 함께 찍었던 사진으로 인사는 드릴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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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일룡 페어팩스카운티 교육위원 변호사, V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