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늘 하루 이 창 열지 않음닫기

인생의 예기치 않은 사고들

2024-01-08 (월) 이혜란 실버스프링, MD
크게 작게
얼마 전 볼티모어 병원에서 일하는 한국인 여자 약사 하나가 아침 11시께 출근해서 주차를 하던 중에 권총으로 위협을 당하고 이때 차까지 빼앗기는 사건이 신문에 보도되었다.
당시 그녀는 다른 쪽에 있던 가방을 가지러 돌아서는데 흑인 한 명이 총을 들고 위협하며 차량을 훔쳐 달아났다고 했다. 범인들은 다른 차에 타고 있는 여자 하나와 2인조 같았다
휴대폰은 경찰이 병원 근처에서 찾았지만 훔쳐간 가방 안에 들었던 은행 카드 회사에 전화하고 집 열쇠를 모두 바뀌었어도 집 주소를 알고 있는 그들이 혹시라도 집을 찾아올까 두려움에 잠 못 이루던 밤이었다고 한다.
오래전 나도 버지니아에 있는 식당에 갔다가 강도를 당한 적이 있다. 저녁 7시쯤인가. 집 근처 한 골목길에서 나를 따라온다는 느낌의 차 한 대. 아니나 다를까, 그 차는 갑자기 속도를 올려 내 차를 뒤에서 들이박는 것이었다. 놀란 나는 급히 차에서 내렸고 차는 약간 긁힌 흔적이 있었다.
그는 펜이 있으면 자기 전화번호를 주겠다고 해서 내 차로 들어간 순간 “움직이지 말아!” 소리에 고개를 약간 올려 쳐다보니 사냥용 작은 칼이 목에 와 있고 술 냄새 뿐만 아니라 마약에 취한 듯한 몽롱한 눈의 18세 정도의 흑인 남자 아이 얼굴이 보였다.

내 가방을 달라고 해서 넘겨주면서 내가 그에게 했던 말은 “너희들 엄마를 생각해. 필요한 것 가지고 가지만 나를 해치지는 말아. Just don’t hurt me” 만 계속 외치고 있었다.
그때 너무 놀랐던 기억은 아마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집에 오자마자 즉시 카드를 캔슬했지만 그들은 어느새 500불 어치를 사용했었다.

나중에 그들을 잡고 재판도 진행되었지만 갓 18살을 지난 한 명만 빼고 나머지 두 명은 14살과 16살이라 소년원에 갔다고 했다. 그 일이 있고는 한동안 밤에 잠을 자지 못했던 기억이 난다.
오래전 들은 이야기 하나. 한 나그네가 길을 가다 저편에서 커다란 호랑이가 오고 있었다.


너무 놀란 나그네는 들길을 냅다 달리다 우물을 발견, 엉겁결에 우물로 들어가 보니 마침 굵은 칡넝쿨이 밑으로 뻗어 있었다. 그런데 우물 바닥에는 커다란 뱀이 있었고 올라갈 수도 또 내려 갈 수도 없는 상황에서 한숨을 쉬고 있었다.

갑자기 들리는 윙윙 하는 꿀벌 소리에 나그네는 돌 틈 사이에 흘러내리는 꿀을 손가락으로 찍어먹는다.

그때 위를 올려다보니 자기가 잡고 있는 밧줄을 새 두 마리가 갉아 먹고 있는 것이었다.
인생은 예고 할 수 없는 많은 일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그래서 항상 신경을 쓰고 위험은 피해 가려 하지만 그것도 쉬운 일은 아님을 우리는 안다.
그저 한해도 무사히 지날 수 있음을 우리는 감사해야겠다.

<이혜란 실버스프링, MD>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