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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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겨울

2024-01-08 (월) 김정혜 포토맥문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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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독대 하얗게 눈꽃으로
앙상했던 나무도 흰 옷을 입고
설빔이 곱게
대청마루 뒤주 위로 널린 음식
엄마의 겨울은 바쁘고 힘겹다

그때 겨울은
춥고 무서웠던 폭풍한설
눈 덮인 길 위에는 멍멍이 발자국
처마 밑 고드름이 아프다

해는 꽁지가 빠지게 달아나고
어둠은 일찌감치 밤을 몰고 와
느긋하게 길게 놀고 있다
혹여 밤손님이 하얗게 웃어줄까
살살 창문 두드리며 비가 내린다


추워서
구름도 서로 부둥켜 안고
엄마의 겨울은 살을 에는 추위
덕분에 우리는 푸근하고
뜨끈한 구들장이 화로가
따스했다

우리의 겨울은 신나고 아름다운데
힘겨웠을 엄마의 겨울

<김정혜 포토맥문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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