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시나까(西中) 변호사는 많은 의뢰인을 통해서 얻은 경험으로 운(隕)을 믿는다는 책을 발간한 적이 있다. 공감하는 책이다. 운을 논하기 위해서는 오스트리아 태생 정신과 의사이면서 심리분석학의 창시자인 지그문트 프로이드(Sigmund Freud: 1896-1939)를 빼놓을 수 없다. 성리학(性理學)도 간과할 수 없다.
이러한 학술적 근거와 내 경험을 토대로 논한다. 운은 있는 것 같다. 큰 송사(訟事)에서 승소, 천하를 얻은 것 같던 사람이 수 년 후 파산하는 한편, 송사에 패소, 낙심하던 사람의 인생이 활짝 열리는 걸 보면 송사가 능사가 아님을 말한다. 보이지 않는 운이 좌우하는 예가 있음이 현실이다.
프로이드가 말하는 꿈에 대한 이론은 잠재의식에 쌓여있던 욕구, 실망, 원한 등이 꿈으로 나타난다는 이론이다.
그런 경우가 있다. 내가 군에 있던 때(1957-1963)는 6.25 전쟁에 필요한 장교를 양성했을 뿐 제대시키는 규정이 없어서 장교 숫자는 포화상태였다. 특히 대위급이 그러했다. 중위 계급장을 8년간 달고 다닌 경우도 보았다. 국회, 지방의회에 출마한다는 이유와 병원에 입원하는 방법으로 제대하는 것이 유행이었다. 1963년 원(願)에 의한 예편(군 인사법 35조)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1963년 9월 30일 첫 케이스로 예편했다.
많은 장교가 예편했다. 반대로 위관급 장교 부족현상이 초래했다. 월남전은 장교 부족 현상을 가중시켰다. 군에 남아있던 동기생들은 진급하기 시작하여 후에 중령, 또는 대령으로 예편했다. 요점은 대위 진급이 안 되는데 대한 불만이 잠재의식에 쌓였던 것 같다는 추론이다. 제대 후 군과 관계가 없는 상황에서 대위로 진급하는 꿈을 꾼 걸 보면 프로이드의 잠재의식이 작용한 것 같다. 그렇지 않은 경우도 물론 있었다.
내가 생각지도 않았던 사건이 예시적으로 나타나는 꿈도 있고 출생할 때 인생 항로가 정해진다는 성리학(性理學) 이론도 접하게 되었다. 성리학의 신비는 할아버지 정백(庭栢: 1870-1937) 조부의 말씀으로 터득했음을 뒤에 설명하기로 하고, 우선 육군공병학교에서 교관으로 근무할 때의 경험이다.
영외 거주하는 장교들은 김해 시내 민가에서 생활하면서 학교 통근 차량으로 출근했다. 육사 11기 도(都) 대위가 옆자리에 앉았다. 근무 부서도 다르고 안면만 있는 사이였다. 11기 소령진급이 임박했다는 소문이 있을 때다. 간밤에 도 대위가 진급하는 꿈을 꾸었기에 진급하냐고 물었더니 아직 소식이 없다고 한다. 꿈 이야기를 해줬다. 사무실에 도착하자 도 대위한테서 전화가 왔다. 내 길몽 덕으로 진급한다는 전화다. 프로이드의 잠재의식 이론과는 무관한 사건이다.
나의 조부 정백은 성리학자였다. 성리학은 성리(性理), 의리(義理), 이기(理氣)를 추구하는 학문이다. 즉 성품을 다스리고, 옳은 것을 추구하며, 이것을 다스릴 용기를 추구하는 학문이다. 할아버지는 내가 태어난 다음해에 작고하셔서 뵌 적은 없지만 장수하신 할머니와 어머니를 통해서 하신 말씀을 전해 들었다.
내 이름의 탁(卓) 자를 할아버지가 택하셨다고 한다. 나에 대해서 하신 말씀은 “개천에서 난 작은 고기가 바다로 나가 큰 고기가 될 아이다” 라고 하셨단다. 미국에 와서 사는 걸 보면 작은 고기가 바다로 나간 건 맞는 말이다. 큰 고기는 생각할 나름이지만 성리학이 앞날을 예시하는 건 놀랄 일이다.
내 아버지 경수(京洙: 1896-1950), 정백 할아버지의 아드님은 6.25때 동네 유지였다는 이유로 집혀가 투옥됐다가 9.28 서울 수복 직전에 북으로 압송 도중 미아리고개 넘어 야산에서 집단 사살된 걸로 추정한다. 이야기의 초점은 할아버지가 아드님의 미래를 예고한 사실이다. 50세 후 너의 운명은 “백지(白紙)와 같다”라고 하셨단다. 6.25 때 아버지 나이가 54세였다.
이러한 가문의 영향으로 성리학을 믿는다. 사서삼경(四書三經)의 경전(經典): 시경(詩經), 서경(書經), 역경(易經) 중 역경이 훗날을 예고하는 경전이다. 임금을 보좌하는 관료 중 역관(易官) 이 있었음을 상기한다. 미신 같은 이야기이지만 나는 조부님의 영향으로 성리학적 생각을 저버릴 수 없다.
이혼을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는 이유도 그러한 배경의 영향 때문일 것이다. 이혼뿐 아니라 일반 민사소송도 안하는 것이 답이다. 소송을 당한 입장에서 방어는 해야겠지만 소송을 제기하지 말라는 말이다. 성리학의 성리(性理), 의리(義理), 이기(理氣)를 따르면 소송당할 일은 없을 것이다. 만사(萬事)는 자업자득(自業自得)이다.
<
이인탁 변호사/ 페어팩스, V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