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 아저씨는 코가 손이래~ 추수감사절 연휴를 이용해 생전 처음으로 2주간 태국과 타이완을 다녀왔다. 이 세상에서 제일 온순한 동물이 코끼리라더니 세상에 내가 코끼리를 어루만지고 바나나를 입에 넣어주고 시냇가에 데려가 목욕까지 시켜주게 될 줄 어찌 알았으랴.
‘툭툭’이라는 소형픽업 트럭의 적재함에 철제지붕만 씌워 승객들을 합승으로 태우고 근거리는 1달러, 좀 먼 거리도 3달러 정도를 받는 치앙마이의 대중교통수단을 타고 도착한 곳은 파타라 코끼리 농장이다. ‘순풍’(코 들어 올리고 입 벌려), ‘디디’(-얼굴을 다독이며- 아주 잘했어!) 같은 간단한 코끼리 언어를 배운 우리가 바나나를 한 개씩 떼어 입에 넣어주니 받아먹는 코끼리도 너무 행복해 한다. 앞으로 내밀면 코를 내밀어 잘도 받아먹고는 더 달라며 긴 코로 내손을 훑는다.
코끼리는 아주 온순한데다 숲에 지천으로 널려있는 온갖 나무가 그들의 식량이라 사료 값 걱정할 필요가 없다. 사육사들과 함께 다섯 마리를 몰고 목욕시킬 작은 강가로 가는 동안 코끼리들이 잠시 길을 벗어나나싶더니 코를 들어 올려 잔 나뭇가지를 ‘우두둑’ 분질러서는 그대로 입으로 가져가 먹는다. 코끼리는 하루에 약 150kg의 식물을 먹어치우고 야생에서는 평균 60년, 사육장에서는 80년을 살 수 있고 거대한 성체가 되면 몸무게가 약 5톤이나 되지만 인간과 잘 교감하는 아주 경이로운 동물이다.
이윽고 작은 강에 도착해 코끼리들이 신난다며 물속에 마구 드러눕자 우리는 저절로 거품이 나는 나무껍질로 쓱쓱 목욕을 시켜주었다. 앗 차거! 사육사가 구령을 내리자 코끼리들은 코로 물을 잔뜩 빨아들여서는 우리에게 물세례를 퍼붓는 장난꾸러기들인데 마치 샌디에고 씨월드에서 범고래에게 물보라세례를 맞는 관객들처럼 우리는 즐거운 비명을 질러대었다.
태국 북부 내륙의 치앙마이는 인구 120여만 명으로 태국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이다. 치앙마이는 탁신 친나왓 전 총리의 고향으로도 유명하다. 비록 지금은 재임 중 부패혐의로 영어의 몸이지만 경찰출신으로 모바일 통신사 등을 창업해 태국 제일가는 부호의 대열에 진입했고 52세 때인 2001년 총선에서 압승해 5년간 집권하는 동안 태국 헌정사에 처음으로 임기를 ‘거의’ 다 채운 기록을 세우면서 태국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킨 유능한 총리로 인정받는다.
4박5일 한 곳만 짧게 방문한 것으로 태국 전체를 말하는 것은 무리가 있겠지만 우선 태국은 사람들이 매우 온화하고 정결하다. 참선과 보시를 중요시하는 뿌리 깊은 불교문화의 영향일 것으로 짐작되는데 길거리 어디서도 인상을 쓰며 언성을 높이는 경우를 본 적이 없다. 사회전체가 차분하다. 또한 길거리, 시장 어디를 가도 잔 쓰레기 하나 없이 깨끗하다.
1인당 국민소득이 한국보다는 많이 낮다고는 해도 쌀농사 삼모작이 가능한 열대지방이라서 그런지 누구하나 배곯을 걱정이 없어 팟타이, ?c얌꿍 같은 맛난 대중음식을 백화점 푸드 코트에서는 2달러에, 재래시장에서는 1달러에 사먹을 수 있을 정도로 물가가 싸다. 2베드룸 준수한 콘도미니엄이 단돈 4만 달러에 불과하다. 푸드 코드 옆자리에서 ?c얌꿍을 즐기던 내 또래의 미국과 유럽 출신 은퇴자들로부터 너무너무 만족한다는 찬사를 들을 수 있었다.
태국서는 물건을 살 때 흥정하다 안 살 것처럼 돌아서면 더 싸게 살 수 있지만, 26살 건장한 총각이 정성껏 치대며 해주는 2시간짜리 타이마사지 가격이 겨우 20달러인 곳에서 뭘 얼마나 더 싸게 사겠다고 흥정을 하겠는가. 나는 5일간 거의 매일 2시간짜리 마사지를 원 없이 받으며 마사지에 대한 일생의 갈증과 여독을 맘껏 풀 수 있었다.
태국의 언어는 매우 부드럽다. 마치 불어처럼 부드럽게 귀에 들어온다. 알파벳 또한 코끼리 떼가 지나가는 모양인 듯 동글동글 아름다운데 코끼리 농장에서 참가자들의 이름을 빨리 읽겠다며 팔뚝에 태국어로 각자의 이름을 적어주는데 그걸 보며 내 이름을 부르는 사육사의 발음이 매우 정확한 걸 보면 태국어도 나름 상당한 과학적 기반이 있는 언어임에 틀림없다.
치앙마이 마을깊이 위치한 작은 부티크 호텔은 아주 맛난 태국 식 브렉퍼스트로 여행자들의 입맛을 돋워주었고 키치넷이 있는 정갈한 객실, 거의 공짜로 돌릴 수 있는 세탁기와 건조기가 있어 매우 흡족하였고 종업원들은 한결같이 친절하고 감사할 줄 알되 기품이 있었다. 오마이 타일랜드, 해피 할러데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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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환 팔로알토 갤럭시부동산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