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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증이 오랫동안 방치되면 위무력증이 된다

2023-12-27 (수) 정호윤 예담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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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후에 갑자기 속이 더부룩해지면서, 명치와 머리가 아프고, 설사나 변비가 시작되고, 트림이나 방구에서도 심한 악취가 나는 것이 꼭 음식이 식도나 위장 어딘가에 걸려 있는 것만 같다면 그것이 바로 한의학에서 말하는 체증이다. 그런데 이러한 체증의 근본 원인을 제때에 맞춰서 치료해 주지 못하면, 이러한 증상이 계속해서 반복되는 과정에 점점 악화되어, 결국에는 만성적으로 아주 소량의 식사밖에는 할 수 없을 정도로 위의 운동성이 심각하게 약해지는데 이것이 양방에서 말하는 위무력증이다. 즉, 체증이 오랫동안 방치되면 위무력증이 된다. 이처럼 이 둘은 사실상 병의 원인과 기전이 서로 같은 질환이기에 위무력증이 있는 사람은 자주 체하게 되고, 자꾸만 체하다 보면 결국에는 위무력증이 생기게 되는 식으로 밀접한 상관관계를 보여주는 것을 임상에서도 자주 목격한다.

체증에 대한 몰이해가 위무력증을 만든다
그런데 미국에서 임상을 하면서 발견한 재미있는 사실은 갑작스러운 급체로 인해 한의원을 방문하는 환자들의 대부분이 한국인이라면, 위의 기능이 심각하게 저하된 위무력증을 가지고 한의원을 방문하는 이들은 대부분 미국인이라는 사실이다. 최근1년만 놓고 봐도, 심각한 위무력증으로 최소 수개월 이상 고생 고생하다 나를 찾아온 외국인 환자가 한 20명쯤 된다면, 같은 기간 심각한 위무력증으로 본원을 찾은 한국인 환자는 그 반의 반도 안 되었던 것 같다.

위무력증이 생기면 나타나는 증상들
위무력증이란 말 그대로 위가 힘이 없어 잘 움직이지 않는 것을 말한다. 오장육부 가운데 다른 장기에는 사용하지 않는 ‘무력’이란 말을 굳이 위에 사용하는 이유는 위장은 위가 잘 움직이지 않는 경우가 유난히 많아서다. 위장의 근육이 무력해지면 위의 가장 중요한 기능중의 하나인 음식을 잘게 부수는 역할을 할 수가 없게 되고, 그 정도가 심해지면 소화기능이 무척이나 약해져 소화불량, 메스꺼움, 구토, 복부 팽만감, 만성 속쓰림, 식욕부진까지 나타나게 된다.


체증과 위무력증 치료의 기본은 위장을 움직이게 하는 것
체증이나 위무력증 같은 소화장애 치료에 있어 일시적으로 소화기능을 증진시키기 위한 식 후 소화제나, 속이 불편한 증상을 제어하기 위한 위산억제제 사용은 정답이 아니다. 이러한 치료는 오히려 위장의 활동을 더욱 게으르게 만들어 만성화 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의학에서는 이러한 체증계열의 병을 고치기 위한 기본 방침을 ‘위장의 기능을 항진시켜 스스로 움직일 수 있게 하는 것’에 둔다.

그것을 위해 위장의 연동기능을(부수는) 강화시키는 약재를 사용하기도 하고, 위장의 움직임을 자극하기 위해 사지말단에 침자극을 가하거나, 복부에 직접적으로 마사지나 뜸을 통한 자극을 가해 위장과 대장의 움직임을 유도하는 식이다.

체했을 때 잘 먹고 잘 쉬는 것은 오히려 독이 된다
하지만 체했을 때 내시경을 통해 식도와 위장을 들여다보아도 식도나 위장을 가득 채워 막아버린 음식이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현대의학은 ‘체증’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경향이 강하다. 체했을 때 병원을 찾으면 일반 병원에서 하는 검사에서는 딱히 특별한 원인이 발견되지 않으므로, 의사들은 별다른 치료 없이 ‘잘 먹고 잘 쉬라는’ 조언을 해주는 경우가 많은데, 이 조언을 열심히 따르면 오히려 증상은 악화된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얘기지만 위장의 연동기능이 저하돼 체증이나 위무력증이 생겼을 때 잘 먹는 것은 독이 된다. 차라리 처음 체한 증상이 나타났을 때 24-48시간 금식을 하면서 소화기관을 쉬게 하고, 그 이후에도 천천히 소식을 하면서 보식하는 과정을 1주일 정도 거친다면 대부분의 체증은 스스로 좋아질 수 있다.
문의 (703)942-8858

<정호윤 예담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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