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다루기 힘든 분쟁 중 하나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갈등이다. 이 분쟁이 다루기 힘든 이유 중 하나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의 영토·안보·난민 갈등 뿐만 아니라 성지를 둘러싼 유대교와 이슬람교의 종교적 충돌이 융합되어 있기 때문이다. 1946년 이래로 이 분쟁과 관련된 유엔 총회 결의안은 700개에 가깝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은 100개 이상인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은 다국간 전쟁, 무장봉기, 테러 행위 등 계속해서 갈등으로 번지는 불쏘시개 상자로 아랍에서 반미정서를 불러 일으키는 가장 큰 요인 중 하나이다.
1948년 이스라엘이 일방적으로 국가를 선언한 다음 날 아랍 5개국의 공격으로 전쟁이 일어났고 가자지구는 이집트가, 서안지구와 예루살렘 동부는 요르단이 점령했고, 예루살렘 서부는 이스라엘이 점령했다. 그 후 1967년 6일 전쟁으로 이스라엘은 서안지구와 가자지구는 물론 시리아 골란고원 대부분과 이집트 시나이 반도까지 점령하면서 현재까지 점령지역에 불법 정착촌(settlement)건설을 계속 확장하고, 봉쇄를 통해 속박과 억압적인 통치를 강행하고 있다.
이 전쟁으로 수십만 명의 팔레스타인인들이 알 나크바(Al Nakba) 대재앙이라고 부르는 상황에서 도망치거나 집에서 쫓겨났다. 약 100만 명의 팔레스타인 난민들과 이들 후손들은 대부분 요르단·레바논·시리아에 흩어져 살며 유엔 총회 결의안에 따라 팔레스타인 땅으로 돌아갈 권리를 주장하고 있으나 이 땅을 불법 점령한 이스라엘은 난민들의 귀환을 강제로 막고 있다.
이로 인해 팔레스타인인들은 독립 해방운동인 무장봉기(intifadas)를 일으키며 UN의 지지로 자치권을 회복하였지만 서안과 가자 지구는 그 후 다른 길을 가며 파타와 하마스 당파로 분열했다.
2006년 팔레스타인 총선에서 하마스 당파가 승리하고 파타가 불복하면서 가자지구는 하마스가 지배하고 서안 지구는 파타가 통치하는 이중 권력 상태에 들어갔다. 이스라엘은 하마스 수중에 떨어진 가자에서 정착촌을 철수하고 다히야 독트린(Dahiya Doctrine)을 시행하며 물과 전기를 제외한 모든 물품 공급을 중단하는 봉쇄를 시작했다.
이스라엘은 그 이후에도 가자지구에서 세 차례 전쟁을 벌였고, 매번 팔레스타인 민간인을 대량 학살했다. 가자지구 주민이 지붕 없는 감옥에 갇힌 채 고립되어 살아 왔지만 국제사회는 별로 관심을 두지 않았다. 장장 76년 동안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미국을 비롯해 국제사회가 하마스의 이스라엘에 대한 참혹한 테러 행위를 비난하는 것은 당연하다. 소셜 미디어에 등장하는 사진과 영상은 참혹하다. 음악 축제 파티에 참석한 사람들이 영문도 모른 채 납치나 학살당했다. 지붕으로 아이들을 탈출시키려던 아버지가 살해당하고, 다섯 살과 세 살 먹은 두 딸을 둔 젊은 여성이 인질로 잡혀갔다.
이러한 잔혹행위(atrocities)는 비열했으며 명백하게 비난 받아 마땅하다. 결코 정당화될 수 없는 테러 행위이다. 하마스의 광신적인 종교적 이데올로기, 필사적인 반 유대주의, 폭력과 죽음에 대한 숭배가 이런 잔혹한 참사를 낳았다.
그렇다고 해서 이스라엘이 민간인을 대상으로 군사 목표물이 아닌 도시 건물이나 민간 주거지를 폭격하거나, 환자와 부상자를 치료하는 병원에 대한 공격을 가하는 행위 등이 테러행위에 대한 자위권 방어로 결코 정당화 될 수 없는 반 인륜적 범죄라는 사실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주민을 봉쇄 시키고 대량 학살을 자행하는 이러한 행위를 미국이 침묵하고 묵인하는 것 또한 도덕적으로 매우 옳지 않다. 뿐만 아니라, 미국이 일방적 이스라엘 편을 들어 팔레스타인 민간인 대량학살에 사용되는 무기와 자금을 지원하는 것 역시 외교적 실책이며 큰 잘못이다. 미국은 휴전과 불법 정착촌이 멈출 때까지 이스라엘에 대한 모든 지원을 중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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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국 정치 철학자, V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