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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이 우셨다”

2023-12-25 (월) 허종욱 전 워싱턴버지니아대학 교수 사회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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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주위의 사람이 먼저 세상을 떠날 때 마음이 아프다. 함께 살아 온 반려자가 먼저 가면 더욱 그렇다. 더구나 자식이 먼저 떠나면 가슴이 더 메어진다. 먼저 떠난 사랑하는 사람이 하늘 나라에서 영생을 누리고 있고 그리고 장래에 기쁨의 재회를 확신하면서 왜 우리는 헤어짐을 아파할까? 하나님이 인간을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으셨기 때문이 아닐까? 그래서 죽음으로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진 사람은 헤어짐의 가슴 아픈 현실과 머지않아 하늘나라에서 다시 만나는 미래의 기쁨이 교차하는 속에서 산다.

나이가 80후반에 들어서면서 주위의 사랑하는 사람들이 한둘 씩 세상을 먼저 떠나는 아픔을 겪으면서 머지 않아 나도 그 아픔의 대상이 되겠구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하나님의 아들이시지만 인간의 속성을 지닌 예수님도 나사로의 주검 앞에서 우셨다. 요한복음 11장 35절은 “예수님이 우셨다”라고 말하고 있다. 나사로의 누이 마리아와 마르다와 함께 우셨다. 나사로와의 맺혀진 그 인륜 때문에 우셨다. 그리고 곧 예수님은 나사로를 살리셨다. 결국 예수님은 나사로가 곧 살아나실 줄 아시면서 우셨다. 이 얼마나 모순적이면서 인간적인가?

나는 예수님의 신적이며 너무나 인간적인 면을 좋아한다. 인성으로 우리를 위해 우시고 신성으로 부활의 영생을 안겨주신다. 다른 종교에서 찾아 볼 수 없는 기독교의 정수다.
자식을 하늘나라로 먼저 보내고 여생동안 멍든 가슴을 안고 사는 부모님들을 가끔 만난다. 이 아픔은 신앙심의 척도와 아무 상관이 없다. 하늘나라에서의 재회의 기쁨을 몰라서도 아니다. 인간이기 때문에 아프다. 내가 당해보지 않고는 그 심정을 이해하기 힘들다. 이 아픔은 바로 “예수님이 우셨다”의 아픔이다.


자식을 하늘나라에 먼저 보낸 존경하는 두 신실한 목사님이 내가 섬기고 있는 벧엘교회(담임 백신종 목사) 부흥집회에서 말씀을 전했다. 한분은 1년전 춘계부흥회를 맡은 한국 지구촌교회 이동원 원로목사님이고 다른 한 분은 지난 추계부흥회를 맡은 뉴저지 찬양교회 허봉기 은퇴목사님이다. 두 목사님은 말씀을 전하는 가운데 먼저 떠난 자식에 대한 마음 아픈 사정을 실토했다.

이동원 목사님은 2020년 10월 8일 둘째 아들 이범 집사 고별예배에서 “하나님께서 아들을 불러가신 이유를 영원히 찾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래도 굳건히 믿음으로 살아가야 되지 않겠는가?”라는 말로 그의 아픈 마음을 토로했다. 아들을 잃은 아픔속에서도 하늘나라에서의 재회의 기쁨을 굳건히 붙잡고 있는 것이다.

미국 변호사로 모범적인 직장생활과 신실한 교회 생활을 해 온 남편이요, 어린 아들의 아버지인 이범 집사는 43세의 젊은 나이에 대장암으로 고생하다 하늘나라로 갔다. 이범 집사는 한동대 국제법률대학원에서 내 강의를 충실히 수강했을 뿐 아니라 기독교학생회를 조직, 첫 회장직을 맡아 전도활동에 앞장을 섰다. 이듬해 이 목사는 떠난 아들을 기리기는 마음을 담은 책 ‘아들아, 씨유 인 헤븐'(두란노, 2021)을 발간했다.

허봉기 목사님은 사랑하는 딸 크리스틴(한국명 예내)이 목숨을 잃었다는 소식을 2015년 5월 10일 주일 1부 예배 설교중 경찰의 통보로 알게 되었다. 크리스틴은 친구집에 놀러갔다가 아파트 9층에서 이날 새벽 10대 청소년의 칼에 의해 23살의 젊은 나이로 목숨을 잃은 것이다. 이 비보를 들은 허 목사님은 교인들에게 전혀 내색을 하지 않고 3부 예배 설교까지 마쳤다.

허 목사님은 그 후 목회 칼럼에 자식을 하늘나라로 보낸 심정을 이렇게 묘사했다. “죽은 자식을 가슴에 묻는다는 말은 그럴듯한 수사가 아니다. 정말 가슴 한켠에 묵직한 것이 들어 앉아있다. 하루 종일 예내 생각, 혼자 있으나 함께 있으나 시도 때도 없이 눈물이 난다.”

크리스틴은 1991년 서울서 태어나 1993년 부모를 따라 미국에 왔다. 뉴저지 럿거스대학 심리학과 커뮤니케이션 전공으로 졸업, 프린스톤에 있는 광고회사에서 일하면서 대학원 진학을 준비하고 있었다. 허 목사님은 그 후 ‘견디지 말자'(코람데오, 2021)라는 제목의 책을 출판, 심금을 울리는 짧은 주옥같은 글들을 소개하고 있다.

<허종욱 전 워싱턴버지니아대학 교수 사회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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