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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칼럼] ‘허세’

2023-12-11 (월) 김창만/목사·AG 뉴욕신학대학(원)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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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윗과 골리앗의 대결은 바위같이 단단한 믿음과 물거품 같은 허세의 싸움이었다. 다윗은 순간의 힘으로 골리앗을 넘어뜨리지 않았다. 축적된 내면의 믿음으로 넘어뜨렸다. 앞뒤 좌우에 힘센 경비병을 거느리고 최신 무기로 완전무장한 거대한 골리앗은 허세 때문에 패했다.

허세로 가득 찬 골리앗은 다윗을 업신여기며 말했다. ‘네가 나를 개로 여기고 막대기들을 가지고 내게 나왔느냐.’ 골리앗은 다윗이 여러 개의 막대기들을 손에 들고나오는 것으로 잘못 보았다. 극심한 착시 현상이다.

골리앗은 심한 비대증으로 야기된 시력에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무장한 경비병의 호위를 받아 느릿느릿 움직이는 것으로 보아 골리앗은 건강이 좋지 않은 것 같았다. 골리앗의 호언장담은 실속 없는 허세와 오만의 가면이었을 뿐이다.“ (말콤 글래드웰의 ‘다윗과 골리앗’ 중에서)

어떤 사업가는 소규모 점포 주인인데 명함에는 “OO기업 회장”이라고 황금색으로 박아 놓았다. 허세 때문이다. 신문과 TV에 가끔 나오는 북한 군인을 보라. 영관급만 되어도 앞가슴 전체를 가리는 훈장을 포도덩굴처럼 무겁게 매단다.


세어보니, 금색 훈장이 30개가 넘었다. 변변하게 내세울 것이 없으니까 화려한 황금색 훈장과 명암으로 자신을 드러내고 겉치장하는 것이다. 허세로 무장한 군대의 군기(軍氣)는 허약하다.

시드기야가 유다의 왕이 되었을 때다. 중동의 새로운 강자로 등장한 바벨론의 느부갓네살이 노도와 같이 쳐들어와 예루살렘을 유린했다. 그 때 엄청난 일이 일어났다. 100년 전 히스기야가 느부갓네살의 사절단에게 자랑삼아 보여 주었던 궁전의 보물과 성전의 기물을 하나도 남기지 않고 다 약탈해갔다. 히스기야의 잠간의 허세가 후손들에게 큰 비극을 안겨 준 것이다.

지혜로운 자는 자기가 가지고 있는 보화의 뿌리를 경솔하게 드러내지 않는다. 조용히 내공을 쌓고 은밀한 실력으로 자신을 무장한다. 성경 잠언은 말한다. “슬기로운 자는 지식을 감추어 두어도 미련한 자의 마음은 미련한 것을 전파하느니라.” 생텍쥐페리는 <어린왕자>에서 말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빌 게이츠, 스티브 잡스, 마크 주커버그같은 최고 CEO들의 외모를 보라. 신제품을 소개하는 화려한 자리에서도 진(jean)바지에다 평범한 스니커(snicker)을 신는다. 미국의 아이비리그 대학과 영국의 옥스퍼드, 케임브리지 같은 명문 대학은 신문에 광고내지 않는다. 호랑이를 보라. 호랑이의 기척은 언제나 베일에 싸여있고, 실력 행사는 절제되어 있다.

철저히 자신의 자취를 감추고 카파도키아 수도사처럼 동굴 안에 잠복, 실력을 축적하는 삶을 산다. 확실한 것을 좋아하는 호랑이의 성품이 절제된 단순성을 낳았다. 그렇다. 허세의 열등감이 작용하는 동안에는 창의적 도약은 어렵다. 당신은 리더인가. 자신의 존재를 과도하게 인정받으려는 허세의 욕망에서 벗어나라.

<김창만/목사·AG 뉴욕신학대학(원)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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