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소비자들이 가장 돈을 많이 쓰는 계절이다. 연말 대목을 맞아 백화점을 비롯한 소매업체들은 파격적 세일, 무료 선물 증정 등 각종 판매 전략을 동원해 소비자들 관심 끌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확히는 관심을 끌어 지갑을 열게 하려는 것.
그런가 하면 소비자들 역시 지갑 열 준비가 되어있기는 마찬가지다. 전국 소매연맹(NRF)이 공개한 연말 판매 예상치를 보면 1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두달 동안 미국의 소비자들은 총 9,573억 ~ 9,666억 달러를 지출할 전망이다. 연말 매출이 한해 비즈니스의 성공여부를 결정하는 만큼 소매업체들은 신나면서도 피 말리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그렇다면 소비자 개개인은 이번 할러데이 시즌에 얼마나 돈을 쓸 계획인가. NRF 조사에 따르면 미국의 소비자들은 선물, 크리스마스 장식, 파티 음식, 기타 연말 관련 상품 구매로 평균 875달러를 쓸 계획이다. 중상층에게는 큰 액수가 아니지만 그달 그달 빠듯하게 살아가는 서민층에게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추가 지출이다.
그래도 한해를 마무리하며 가족친지들에게 사랑을 전하기 위해 저마다 선물 샤핑으로 바쁘다. 마땅한 선물 찾느라 이 샤핑몰 저 샤핑몰 다니느라 발이 부르트기도 하고, 컴퓨터 앞에 앉아 이 사이트 저 사이트 찾아보느라 손가락에 쥐가 나기도 한다. 그럼에도 상대방이 좋아할 걸 생각하면 벌써부터 행복해지는 것이 선물 샤핑이다.
그런데 그것이 문제이다. 상대방이 과연 이 선물을 좋아할까… 생각해보면 자신이 없는 경우가 많다. 너나 할 것 없이 가진 물건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집집마다 아이들은 장난감이 넘쳐나고, 중장년층은 수십년 사들인 물건이 집안을 메워서 처치 곤란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거기에 또 물건을 더해줘야 할까… 이 부분에서 선물 고민은 시작된다.
줘서 행복하고 받아서 행복한 선물은 어떤 것일까. 돈을 어디에 쓸 때 행복한가를 생각해보면 답이 나온다. 같은 액수의 돈이라도 물질적 소유를 위해 쓴 경우보다 경험에 투자한 경우 행복감이 훨씬 높다는 것은 여러 연구에서 밝혀진 바이다. 예를 들어 100달러로 물건 하나를 사면 당장은 행복해도 금방 시들해지지만 콘서트 티켓을 사면 좀 다르다. 콘서트 가기 전부터 설렘으로 행복하고 연주를 보면서 행복하고, 콘서트 현장에서의 경험을 추억하며 두고두고 행복해질 수 있다.
이색적 휴가나 여행, 운동경기 관람 등 특별한 경험의 기회는 누구나 환영할 좋은 선물이다. 예산에 따라 커피 전문점이나 식당 선물권, 미술관이나 박물관 티켓, 마사지 선물권 등 경험의 선물은 생각보다 다양하다.
시간에 쫓기며 사는 현대인들에게는 한갓진 시간만큼 아쉬운 것도 없다. 그래서 돈으로 물건을 산 경우보다 시간을 산 경우 행복감이 더 높다는 것이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 연구진의 연구결과이다. 재정적 여유가 있다면 집안일을 직접 하느라 심신이 파김치가 되는 대신 돈을 주고 사람을 고용해 일을 맡기라는 것이다. 선물도 마찬가지. 물건 대신 여유로운 시간을 선물한다면 받는 이들의 행복감은 대단히 높아질 것이다. 예를 들어 어린 아이들 키우며 맞벌이하는 부부에게 집안 청소 인력을 보내주거나 음식을 배달 시켜주는 것이다.
한편 브리티시 콜럼비아 대학의 엘리자베스 던 교수의 연구에 의하면 사람은 자신을 위해서보다 남을 위해 돈을 쓸 때 훨씬 더 행복감을 느낀다. 연말 선물 샤핑하느라 돈 쓰고 몸 피곤하면서도 우리 모두 행복한 것은 그 때문이다. 행복한 선물의 시즌에 많은 이들과 많은 선물들, 되도록이면 경험의 선물이나 시간의 선물을 많이 주고받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