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방울 방울이 페니라면, 가슴 찢어지는 이 아픔들이 금이라면, 주머니마다 가득가득 나는 부자가 되고 말거야” - 가수 달리 파튼의 오래 전 노래 한 구절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면 눈물을 주체할 수 없고 아픔을 감당하기 어려운 것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 하지만 지금은 아무리 많은 눈물을 흘리고 그 눈물들이 페니로 바뀐다 해도 부자가 될 수 없다. 페니의 가치가 너무 떨어졌기 때문이다.
1센트짜리 동전, 페니가 종말을 맞았다. 지난 12일 연방 재무부 산하 조폐국의 마지막 페니 주조를 끝으로 미국은 더 이상 페니를 생산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물론 페니가 당장 없어지지는 것은 아니다. 시중에 나와 있는 3천억 개의 페니는 여전히 유통된다. 그럼에도 페니 생산이 중단되자 소동이 없지 않다. 미 전역의 소매점들이 거스름돈 부족으로 크고 작은 불편을 겪고 있다. 3천억개나 되는 페니들 중 실제로 사용되는 것보다 집안 어느 책상서랍 안, 어느 카우치 밑 혹은 동전 통이나 유리병 안에 담겨서 잊혀진 경우들이 많기 때문이다. 건국의 아버지 벤자민 프랭클린은 “페니 하나 아끼는 게 페니 하나 버는 것”이라며 근검절약을 강조했지만 그가 살던 18세기로부터 지금은 많이 바뀌었다. 생산가는 너무 높고 사용가치는 별로 없는 무용지물에 가까운 동전으로 퇴락하고 말았다.
미국에서 1센트짜리 동전이 처음 만들어 진 건 1787년 사설 조폐시설에서였다. 이어 연방 조폐국이 첫 공식 페니를 주조한 것은 1793년. 처음에는 자유를 상징하는 여성 그림을 동전에 새겼다가 1909년부터 에이브러험 링컨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링컨의 얼굴을 동전에 담았다.
페니는 처음 100% 구리로 만들어졌다. 당시는 구리가 쌌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폐국은 1857년부터 생산가를 낮추기 위해 동전 크기를 줄이고 구리(88%)에 아연(12%)을 섞기 시작했다. 오늘날에는 구리는 불과 2.5%, 아연이 대부분(97.5%)이다. 구리는 동전 겉면 도금용으로만 사용되는 데, 그래도 수지타산이 맞지 않다. 연방 조폐국에 따르면 2024년 기준, 페니 하나 만드는데 드는 비용이 3.69센트나 된다. 만들수록 손해인 것이다. “오늘날 페니의 가치는 너무 떨어져서, 최저임금 이상 버는 사람이라면 길에서 페니를 봐도 멈춰 서서 그걸 줍는 게 오히려 손해”라고 한 전직 조폐국장은 말했다.
게다가 돈으로 쓸 일이 거의 없으니 페니 생산 중단 논의는 오래 전부터 있어왔다. 페니뿐 아니라 현금을 거의 쓰지 않게 된지 오래다. 대부분 크레딧카드나 전자결제로 상거래를 해서 2024년 미국에서 현금으로 행해진 거래는 13% 정도에 불과했다.
그렇게 페니는 사라지고 남는 건 추억뿐. 반짝이는 페니를 주우면 행운이 따른다고 길을 걸으며 반짝이는 걸 찾던 시절이 있었고, 돼지저금통에 페니를 가득 모아 은행에 가서 지폐로 바꾸며 뿌듯해 하던 추억이 있다. 그뿐이 아니다. 남북전쟁 때 북군 병사들은 페니로 봉급을 받았고, 20세기 중반에는 페니 로퍼가 인기를 끌었다. 편안한 스타일의 구두, 로퍼의 발등 부분에 페니를 끼워 넣는 게 동부 멋쟁이 대학생들 사이에서 유행이었다. 동전은 급할 때 공중전화 사용용. 그래서 이름이 페니 로퍼였다.
70년대 중반만 해도 아이들은 1센트 동전 들고 가서 풍선껌을 사먹었는데, 지금은 페니로 살 수 있는 게 없다. 그런 동전 만들자고 국민들의 세금을 쓸 수는 없는 일. 연방 재무부에 따르면 2024 회계연도 한해 동안 페니 근 32억 개를 생산하면서 8,530만 달러의 손실이 발생했다. 그렇게 적자 생산 해온지 19년. 페니는 더 이상 존재를 고집하기 어렵게 되었다. 이로써 232년 미국인들의 삶에 함께 했던 페니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