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폭발 직전의 상황인가?

2025-11-17 (월) 12:00:00
크게 작게
1978년이 저물어가는 무렵 백악관에 한 텔레그램이 날라들었다. 윌리엄 설리번 당시 테헤란주재 미국대사가 보낸 것이었다.

‘샤(Sha)가 없는 이란- 생각지 못할 것을 생각하면서‘- 텔레그램 제목이었다. 50년간 철권통치를 해온 팔레비 왕조가 곧 무너질 수도 있다는 내용이었다. 충격파가 워싱턴을 휩쓸었다.

그리고 100일후 이란 왕정은 마침내 붕괴되고 팔레비 왕은 망명길에 나섰다.


46년이 지난 오늘날 이란 회교혁명정권은 그 당시와 아주 흡사한 상황을 맞닥뜨리고 있다.

온통위기의 연속이다. 대대적 시위에, 폭동이 그치지 않고 있다. 이슬람 신정체제에 이란국민들은 몸서리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말 이란이 조종해온 시리아의 알아사드 체제가 붕괴됐다. 뒤이은 것이 이스라엘과 미국의 공격으로 이란 회교정권의 전략적 입지는 날로 약화되고 있다.

거기에다가 유엔제재가 재개되면서 이란혁명체제는 전례 없는 고립상황을 맞고 있다.

이 와중에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이 수도를 테헤란을 벗어나 다시 정하는 것은 선택사항이 아니라 필수불가결의 사항이라고 선언을 하고 나섰다.

100년 만에 최악의 가뭄이 덮쳐 수도 테헤란의 물 공급이 끊겼다. ‘최악의 경우 테헤란 대도시권 주민 1500만 명이 도시를 떠나야 할 처지’에 몰려 비상조치의 필요성을 역설한 것이다.

오랜 가뭄으로 수도권의 주요 수원인 카라지 댐 저수량은 8% 미만을 마크하고 있다. 테헤란 인근에서 식수를 공급하는 5개 주요 댐 저수량도 5% 수준으로 떨어졌다.


테헤란이 맞이하고 있는 재난은 물 부족뿐만이 아니다. 지하수를 무분별하게 뽑아낸 결과 테헤란 시 지반이 매년 25cm씩 내려앉고 있다.

그 결과 도로와 지하 파이프라인, 건물기초 등에 균열이 일고, 메트로 철로가 휘어지는가 하면 주거지역에는 거대 싱크홀이 발생, 대피소동이 빈발하고 있다.

거기에다가 하루 4200만대 이상의 차량통행으로 테헤란의 대기오염은 연 6000여명의 사망자를 불러올 정도로 치명적이다.

테헤란을 벗어나면 사정은 나아질까. 아니 더 나쁘다.

전국적으로 강우량은 지난해보다 45%가 줄었다. 전국의 주요 댐의 저수량은 46% 수준이고 그 중 7개 댐은 10%선이다. 그 결과 40개 도시는 물 배급 상황을 맞고 있다.

이렇게 물 부족사태에 시달리던 지방주민들이 그나마 찾아드는 곳이 테헤란이다. 전체 국내 이주민의 20%가 테헤란으로 몰려들고 있다.

이에 따라 커지기만 하는 것은 테헤란 외곽의 빈민촌이다. 그렇지 않아도 공공서비스는 중단상태에 있다. 그런 환경에서 새 이주자들이 맞닥뜨리게 되는 것은 심각한 빈부격차다.

테헤란은 거대한 ‘불만의 압력솥’이 되어 가고 있다고 할까.

이 모든 재난은 천재(天災)에서 비롯된 것인가. 아니다. 그 보다는 곪을 대로 곪았다고 할까, 그런 제도적 부패에서 찾아진다.

그 원흉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다. IRGC는 정규군과 별도로 이슬람 신정 정권을 수호하고, 이란 국내외 안보를 담당하는 조직으로 ‘정부 위의 정부’로 불리고 있다.

IRGC는 경제 권력도 독점하고 있다. 제조업에서 금융에 이르기까지 이란의 경제 전반을 장악하고 있다.

그런 IRGC 소유 회사들이 환경 평가도 없이 무분별하게, 그리고 자신들의 이해에 따라 댐 인프라공사를 도맡았다. 그 대가를 이란의 국민대중이 속절없이 치루고 있는 것이다.

‘불만의 압력솥’은 언제 폭발할까.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