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세계는 무서운 3차 세계대전의 소용돌이 속에 빠질 위험에 놓여있다. 세상이 너무 험악하다. 세계 곳곳에서 인종 간의 증오, 분열, 폭력이 난무한다. 사람들은 더 이기적이고, 더 물질적이고, 더 영악해진다. 공의가 사라지고 사랑도 사라졌다. 전쟁으로 인해 남이 죽거나 부상당하는 것을 보고도, 나만 잘 먹고 잘살면 그만이라고 치부한다.
오늘의 험악하고 타락한 세상을 만든 인류는 크게 반성하고 참회하며 간절하게 세계 평화를 간구하는 기도를 드려야 한다. 어떻게 기도해야 될까. 도도하게 흐르는 강물을 역행할 수 있는 힘을 주십사고 간구한 성 프란시스의 삶과 기도를 소개한다.
어느 추운 눈 내리는 겨울 밤. 어떤 사람이 사제관의 문을 두드렸다. 잠을 깬 사제는 문을 열었다. 얼굴과 손가락이 찌그러진 험상궂은 나병환자였다. 흉측한 몰골을 보고 섬? 했다. 사제는 두려운 마음을 누르고 어쩐 일인가? 하고 물었다.
“너무 추워서 죽을 것 같아요. 잠시만 몸을 녹이고 가게 해주세요.” 사제는 마음이 내키지 않았지만 신앙적인 양심에 따라 마지못해 방안으로 안내했다. 문둥병 환자로부터 살 썩는 고름으로 인한 악취가 코를 찔렀다. 사제는 빵과 우유를 그에게 먹인 후 그가 떠나주기를 바랬다. 문둥병 환자는 아랑곳 하지 않고 하나뿐인 사제의 침대에 들어가 이불을 뒤집어쓰고 코를 골며 잠을 잔다. 의자에 앉아서 졸고 있던 사제에게 불청객이 다시 한번 요구한다.
“사제님, 저의 몸이 얼어 도저히 추워서 잠을 잘 수가 없네요. 저를 안고 성도님의 체온으로 제 몸을 녹여줄 수 있는지요.” 갈수록 태산이었다. 당장 멱살을 잡고 침대에서 끌어내 대문 밖으로 내쫓고 싶었다. 그 순간 사제는 십자가의 은혜가 생각났다. ‘십자가의 은혜’를 생각해서 문둥병 환자를 꼭 안고 잠을 잤다. 꿈속으로 빠져들었다. 꿈속에서 예수 그리스도께서 환한 얼굴로 기쁘게 웃고 계셨다.
“프란시스야! 나는 네가 사랑하는 예수란다. 네가 나를 이렇게 극진하게 대접했으니 하늘의 상이 클 것이니라.”
“주님, 저는 아무것도 주님께 드린 것이 없습니다.” 사제는 꿈속에서 만난 주님의 모습을 보고 깜박 놀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아! 나와 함께 잔 분이 주님이셨군요. 주님께서 부족한 저를 이렇게 찾아 주셨군요.”
사제는 무릎을 꿇고 문둥병 환자에게 불친절했던 자신의 부덕함을 회개하며 하나님께 감사기도를 드렸다. 이 기도가 세상 사람들을 감동케 한 성 프란시스의 ‘평화의 기도’이다.
“주여, 나를 당신의 평화의 도구로 써주소서/ 미움이 있는 곳에 사랑을/ 다툼이 있는 곳에 용서를/ 분열이 있는 곳에 일치를/ 오류가 있는 곳에 진리를/ 의혹이 있는 곳에 믿음을/ 절망이 있는 곳에 희망을/ 어둠이 있는 곳에 광명을/ 슬픔이 있는 곳에 기쁨을 심게 하소서. 주여, 위로를 구하기보다는 위로하고/ 이해를 구하기보다는 이해하며/ 사랑을 구하기보다는 사랑하게 해주소서/ 자기를 줌으로써 받고/ 자기를 잊음으로써 찾으며/ 용서함으로써 용서 받고/ 죽음으로써 영생으로 부활하리니.”
700년 전 한 성인의 기도가 2023년 오늘 전쟁으로 인한 화마가 세상을 뒤덮고 있는 이때에 우리 모두에게 간절해지는 것은 오늘의 세태가 너무 험악하고 사악하여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 함께 간절히 ‘평화의 기도’를 드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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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니얼 김 메릴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