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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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보다 어려운 감사

2023-11-20 (월) 옥승룡 목사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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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병은 예전에는 불치병이었다. 오늘날에는 여러가지 항생제를 함께 사용하여 약 6개월 내지 1년내에 완치가 가능하다고 한다. 나병의 감염 경로는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감염자의 기침이나 코에서 나오는 체액 등에 의해 전염된다고 생각해서 사람들이 가까이 하기를 꺼려했다. 그러나 속설과 달리 나병은 감염력이 강하지 않으며 오랫동안 긴밀한 접촉을 한 경우에만 전염된다고 한다.

이러한 의학적 지식이 없었을 때에는 감염을 우려하여 나병 환자의 행위를 제한했다. 성경도 나병 환자는 찢어진 옷을 입어야 하고 머리를 풀어헤쳐야 한다고 말씀한다. 건강한 사람이 지나가면 “부정하다 부정하다”고 외쳐서 사람들이 접근하지 못하게 해야 했다. 그래서 가족이나 친구들과 같이 살지 못하고 사회에서 격리되었다 (레위기 13:45-46).
불치병이었기 때문에 육신이 힘들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어울려 살지 못하니까 마음까지 아프게 하는 병이 나병이었던 것이다.

성경을 보면 이렇게 힘든 형편에 있던 나병 환자 열 명이 예수님께 치유를 간구한 말씀이 있다 (누가복음 17장). 사람들 가까이 가면 안되었기 때문에 먼 발치에서 소리 높여 “예수 선생님이여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하면서 예수님께 간청했다. 예수님은 “제사장들에게 너희 몸을 보이라”고 하셨다. 가정과 사회로 복귀하기 위해서는 제사장의 철저한 검사를 받아야 했기 때문에 (레위기 14장) 제사장들에게 몸을 보이라고 하신 것이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 제사장들에게 가서 몸을 보이라고 말씀하셨을 때는 나병이 아직 고쳐지지 않았을 때였다. 왜냐하면 이들이 제사장들에게 가다가 깨끗함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누가복음 17:14).

제사장들이 있는 성전을 향해 가기 시작했을 때에는 아직 몸에 병이 있었다. 나병이 있는 몸으로 정상인들 사이를 지나다가 또는 병든 몸을 제사장들에게 보였다가 큰 낭패를 당할 수 있었다. 그러나 열 명의 나병환자는 예수님의 말씀대로 제사장들을 향해 떠났다.

밤새도록 그물을 던졌지만 잡은 것 없이 지친 몸으로 육지로 돌아온 베드로에게 예수님은 깊은 곳으로 가서 그물을 내려 고기를 잡으라고 하셨다. 베드로는 “밤이 새도록 수고하였으되 잡은 것이 없지마는 말씀에 의지하여 내가 그물을 내리리이다”고 하면서 예수님의 말씀에 순종했다 (누가복음 5:5). 이러한 베드로의 믿음이 열 명의 나병환자에게도 있었던 것이다.

예수님께 대한 믿음이 열 명의 나병환자에게 있었지만, 감사하는 믿음은 오직 한 사람에게만 있었다. 열 명 중 한 명만 예수님께 돌아와 감사를 드린 것이다 (누가복음 17:15-17).

나머지 아홉은 언제 내가 나병에 걸렸었나 싶게 행방도 모르게 사라졌다. 그 아홉 사람은 예수님께 간구하고 말씀에 순종하는 믿음은 있었지만 감사하는 믿음은 없었던 것이다.

뒷간에 갈 적 마음 다르고 올 적 마음 다르다는 속담이 있다. 문제가 해결되기 전과 해결 된 후에 우리의 생각과 자세에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감사하기가 믿음을 보이기 보다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그 어려운 감사를 할 때, 우리에게 더 좋은 일이 일어나기도 한다 (누가복음 17:19).

<옥승룡 목사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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