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 번의 선거를 치루고 나서
2023-11-19 (일)
문일룡 변호사, VA
지난 11월 7일 열린 버지니아 주 페어팩스 카운티 교육위원 선거에서 광역교육위원으로 당선되었다. 이제 6선 교육위원이 된 셈이다. 9명의 후보자들 가운데 3명을 선출했는데 3명 모두 민주당에서 공식지원을 받는 후보자였다. 페어팩스 카운티가 워낙 민주당 강세 지역이기에 선거 결과는 놀랍지 않았다. 다만 이번 선거에서 교육 이슈들로 첨예하게 대립했기에 혹시 이변이 일어날까 하고 개표 결과를 지켜 보았다.
그러나 역시 페어팩스 카운티 유권자들은 민주당계 후보자들을 지지했다. 광역교육위원 후보자들이 얻은 최종 집계 표수를 보면 민주당계 후보자들은 모두 각각 16만표 이상을 얻은 반면 공화당계는 단 한 명의 후보자만 9만표 대를 획득했고, 나머지 두 후보자들은 8만표대였다. 소위 무소속이라고 하는 3명의 다른 후보자들은 각 3만명 미만의 표를 획득했다.
이번 투표 결과를 놓고 볼 때 적어도 페어팩스 카운티 전체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선거에서 공화당계 후보가 선출될 가능성은 앞으로도 오랫동안 요원해 보인다. 심지어 법원 행정처장 자리는 지난 32년간 공화당 후보가 차지하고 있었지만, 이번에 그 현직 행정처장이 은퇴해 출마를 하지 않자 그 자리마저도 큰 표 차이로 민주당 후보에게 돌아갔다. 그렇기에 페어팩스 카운티 차원에서의 정책 방향 변화나 조정을 원한다면 공화당계 후보로 선거에 도전하는 것보다는 민주당 내 경선에 도전해 당선되는 것이 훨씬 더 현실적일 것이다.
그러면서 생각나는 것이 하나 있다. 여러 해 전 페어팩스 카운티 교육위원회가 카운티 역사상 최초로 여성 교육감을 고용하게 되었다. 그 때 해당 교육감이 일하던 곳은 텍사스 주 내에서도 공화당이 절대적 강세를 보이는 지역이었다. 그리고 그 교육감이 공화당계로 유권자 등록이 되어 있는 것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교육감 고용 시 지원자의 정파적 성향은 고려할 수 없게 되어 있어 거론되지 않았다. 그러나 그 교육감을 고용한 후 물어 볼 기회가 생겼다. 공화당계로 유권자 등록이 되어 있던 사람이 민주당 강세 지역인 페어팩스 카운티에서 일하기가 어렵지 않느냐는 질문을 했다. 그랬더니 교육감은 자기가 살던 텍사스 지역에서는 공화당이 아니라면 어떤 영향력도 발휘할 기회가 없다고 했다. 그러니 개혁이나 변화를 추구하려면 공화당에 가입해야 가능하다고 했다.
현재의 페어팩스 카운티가 비슷한 상황이 아닐까 생각된다. 민주당이 추구하는 여러 정책에 동의할 수 없기에 반대쪽에만 서있는다면 정책 조정에 큰 영향을 주기 힘들다. 그렇기에 민주당 쪽에 합류해 당내에서 변화를 모색해 보기를 권유하고 싶다. 자신의 소신을 저버리라는 뜻이 아니라 현실적인 방법을 찾아 보라는 뜻이다.
사실 민주당원이나 민주당계 선출직 공직자라고 모든 사안에 모두가 같은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같은 당내에서는 소통과 토론을 통해 정책 조정을 이룰 수 있다. 반면 공화당 쪽에 서서 주장을 제기할 때 그게 받아들여지는 경우는 드믈다. 우리가 아는 격언 가운데 “이기지 못 할 바엔 합류하라”는 말이 있다. 변절하라는 말이 아니라 그렇게 해서 좀 더 나은 길로 나가는 길을 찾는데 도움이 되어 달라는 말이다.
이제 페어팩스 카운티에서 다음 교육위원 선거는 4년 후에나 있게 된다. 그 4년 안에 우리 한인 동포사회에서 교육위원 직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생길 사람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나는 언제나 그런 사람들을 정파에 상관 없이 환영한다. 내가 아는 지식과 경험을 나누고도 싶다. 주저 말고 연락하기 바란다.
이번 선거에서 도움을 준 모든 분들에게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 특히 본선 보다 지난 5월에 치루어진 예측불허의 당내 경선에서 큰 표 차로 1등 당선을 할 수 있도록 민주당 가입 절차를 거쳐 표를 찍어 주신 분들에게 더욱 고맙다. 본선보다 훨씬 더 어려운 당내 경선이었기에 본선은 상대적으로 덜 힘들게 치를 수 있었다. 이제 1월에 임기가 시작되면 이번이 나에게 교육위원 직으로는 마지막일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후회 없이 일을 하고자 한다. 그러나 부족한 점이 보일 때마다 충고를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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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일룡 변호사, V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