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 문자 그대로 철저히 외부와 차단된 거대 수용소와 같은 북한 정권을 탈출한 북한 주민을 지칭하는 말이다. 북한에는 거주이전의 자유, 이동의 자유가 극도로 제한되어 있음은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COI) 보고서에도 명시된 주지의 사실이다.
해외 체류 탈북민 현황과 실태의 시작점은 탈북민의 규모다. 하지만 대다수 해외 탈북민이 있는 중국 정부는 중국 국내문제, 북한과 맺은 조약 등을 이유로 내세워 탈북민을 난민이 아닌 불법이민자라는 입장을 견지하며 탈북민에 대한 공개적 실태조사를 원천 봉쇄하고 있다. 이에 중국 내 탈북민이 10만 명이라는 추정도 있지만, 지금까지도 규모가 불명확한 추정이라는 한계를 안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지난달 9일 중국에 구금돼 있던 탈북민 600여 명이 집단으로 전격적으로 북한으로 강제북송 당하였다는 언론보도가 있었다.
코로나19 확산을 거치며 북한은 국경을 폐쇄했었으나 9월 항저우 아시안게임의 개막을 앞두고 북중 국경이 다시 개방되며 중국 내 탈북민 다수가 강제북송 위기에 내몰렸음이 알려졌었다. 국제사회와 국내 시민사회의 막으려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중국 정부는 아시안게임이 폐막하자마자 2600여 명으로까지 알려졌던 구금 상태의 탈북민 중 600여 명의 대규모 인원을 북송시켜 버린 것이다.
중국에 있는 탈북민의 많은 수가 여성인데 탈북여성들은 범죄의 표적이 되어 인신매매, 강제결혼, 성범죄를 당하고 있음이 보고되고 있다. 이런 인권침해는 탈북민이 중국 공안에 체포되어 북한으로 송환되면 심각한 구타, 고문, 공개처형에 이르기까지 더욱 잔혹해지는 것이 사실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중국 정부는 탈북민을 체포, 구금, 북송하는 인권유린의 악순환을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상임이사국이며, 난민협약과 고문방지협약 등의 당사국으로서 국제법에 의거해 탈북민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음은 자명하다. 난민협약의 제33조에도 강제송환금지의 원칙(non-refoulement)이 명시되어 있고, 고문방지협약 제3조 제1항에도 이 원칙을 규정하고 있다. 강제송환금지 원칙은 국제법상 강행규범(jus cogens)으로서 국제 조약 또는 관습법보다 강한 효력이 인정되고 개별 국가 모두를 구속하는 국제법상 최상위 규범이다.
중국 정부가 탈북민 강제북송을 계속하는 것은 탈북민들이 고문, 죽음을 당할 것을 명백히 알면서도 자행하는 범죄이자 국제법에 대한 중대한 위법행위인 것이다. 강제북송은 북한 정권이 행하는 반인도범죄(crimes against humanity) 라는 사실을 중국 정부는 직시해야 한다.
이 범죄의 악순환을 멈추기 위해 국제사회와의 협력은 필수적이다. 엘리자베스 살몬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이 강제북송 문제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우리 정부는 지난달 박진 외교부 장관이 줄리 터너 미국 신임 북한인권특사를 접견한 자리에서 탈북민 강제북송은 어떤 경우에도 안 된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제는 더욱 실질적이고 공개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유엔 총회는 중국이 강제북송을 계속하면 중국의 유엔 인권이사회 이사국 자격을 검토하는 문제를 고려해야 할 것이다. 대한민국 정부는 중국 정부에 대해 지금까지의 조용한 외교에서 벗어나 헌법상 우리 국민인 탈북민 강제북송 중단을 자국민 보호 측면에서 공개적으로 적극적으로 요구해야 한다. 탈북민 강제북송은 생명과 인권의 문제로 접근해 긴급하게 중지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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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연 북한인권개선과 자유통일을 위한 모임 NANK 대표 / DC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