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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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하는 마음

2023-10-30 (월) 문성길 의사 전 워싱턴서울대동창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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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살아오면서 누리는 그 모든 것에 으레 당연시 해오며 감사할 줄 몰랐던 것 같다. 제일 큰 것은 그저 살아있음(생명)에 대한 것이 아닐까?

누군가 말하길, 이승에서 진흙땅에 뒹굴며 사는 것이 저승에서의 삶보다는 그래도 낫지 않을 까 했다는 것부터 시작해 평소 거의 불편 없이 움직여 주고 생활할 수 있게 해주는 이 한 몸뚱어리를 굴러가게 하는 건강이 둘째가 아닐까 한다.

그 이외에 나열할 수 없을 정도의 부지기수의 사실에 대한 감사를 모르고 사는 것이 바로 우리들 인간일 것이다.


문명의 발달로 우리들이 누리는 폐해도 있긴 하지만 혜택 누림이 그 얼마나 많으며 큰가. 옛날 부싯돌 비벼 희미한 호롱불 켜서 아낙네들 길쌈을 이불솜 넣고 바느질하던 때가 있었는가 하면 지각 있는 젊은이들 공부 모습을 보며 주경야독(晝耕夜讀)이라는 말도 생겼을 때는 아마도 에디슨의 전기발명 훨씬 이전인 듯하다.

이제는 문명기기의 노예가 자의건  타의건 되어가는 세계인 것 같다. 그러나 얼마 전엔 전쟁연습도 실탄 사용 없이 실제 전쟁터처럼 음향과 환경을 꾸며 시행한다고 한다. 그뿐이랴. 의료분야에선 원격진료가 일부에선 이미 시작된 지 꽤 되었고 힘든 수술도 로봇 기술의 도입으로 훨씬 수월해졌다, 하지만 이런 모든 것이 정착화, 상시화 되면 처음의 흥분도 가셔지고 으레 본래 그래왔던 것처럼 당연시 되어 별거 아닌 걸로 여겨질 시대가 또한 곧 올 것이다.

그뿐이겠는가. 컴퓨터 세상에 전기가 갑자기 끊긴다면,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불편함을 초월해 사회 기능 자체가 정지상태가 될 것이다.

엊그제 맨발 해변걷기 도중 무슨 연유였는지 잠시 ‘정신줄’이 끊어졌던 것 같다. 집에 오니 스마트 전화기를 잃어버린 것을 뒤늦게 알았다. 걷기 도중 바닷물이 찰랑찰랑, 들락날락하는 바로 물가에서 윗저고리 얇은 주머니에서 떨어져 나온 것으로 생각되었으며 위치 추적 앱으로 장소확인이 되었다. 평소엔 아랫바지 깊숙한 주머니에 넣고 걸었었는데 말이다.

비용도 문제이지만 그보다는 사진들 복원은 불가하다는 전문가의 말과 더불어 일부 연락처는 알 수가 영영 없을까.  또한 그 많은 Pass Word 등으로 걱정이 되며 며칠이긴 하지만 외부와의 소통불가로 불편할 것을(이미 불편함이 시작되었지만) 예상하면 그동안 감사함을 으레 당연시 해왔던 좋은 예일 것이다.

잃어버린 사실이 단순히 “잃어버림” 이상의 엄청난 “불편함”이 있다는 것을 모르고 그저 모든 것에 대한 감사할 줄도 모르고 살아온 것이 나의 인생인 것 같아 부끄럽다.

한국에선 카카오 회장이 무슨 연유로 당국의 조사를 받는다 하나 그 동안 우리들이 다른 이들과의 소통(국내적, 국제적)의 편리함과 무료혜택을 받아 온 것을 생각하면 그분의 큰 하자가 없는 한 당국의 선처를 부탁드린다.

<문성길 의사 전 워싱턴서울대동창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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