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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의 유래

2023-10-26 (목) 로리 정 갤럭시 부동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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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오노 나나미 작가의 ‘로마인 이야기’에 나오는 내용이다. 로마가 다른 지역을 점령한 후, 제일 먼저 하는 일은 길(도로)과 수도 시설을 건설하는 일이다. 사람이 정착해서 생활하는 도시 형태를 갖기 위해서는 길과 수도가 기본이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 생활 속의 제도나 시스템은 고대 로마의 것들을 답습하는 것이 많다. 정치에서의 상하원 제도나 이미 일상이어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도로와 수도 시스템도 그 예이다. 오늘은 수도 이야기를 해 보겠다.

로마가 수도를 공급하는 방법은 3가지였는데, 첫 번째는 시민들을 위한 공공 수도용, 두 번째는 공중목욕탕, 세 번째는 부유층들의 개인 주택으로 가는 수로인데, 부자들에게는 돈을 내게 했다. 나라에 가뭄이나 기근이 와서 식수가 부족해지면 일차적으로 부자들에게 가는 물을 끊고, 두 번째는 공중목욕탕 그리고 마지막까지 시민에게 공급되는 물은 흐르게 하는 것이 로마의 수돗물 공급 원칙이었다. 후에 이런 마인드는 공화정이 되는 근간이 되기도 했다.


우리의 유틸리티 제도를 보자. 전기·가스·인터넷은 국가가 아닌 사기업이 운영 관리하고 있다. 오히려 독과점을 방지하기 위해서 복수의 회사 중에서 선택할 수도 있다. 집 주인이어도 신용이 없으면 디파짓을 내야한다. 요금을 내지 않으면, 공급을 끊거나 신용이 나빠진다.

하지만 수도는 다르다. 집 주인의 경우엔 디파짓을 내지 않는다. 집 주인이 수도세를 내지 않으면 그 집에 저당을 걸어 두었다가 집 팔 때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재산세와 마찬가지로 은행 모기지보다 상위에 있다.

렌트의 경우는 또 다르다. 세입자가 수도를 오픈할 때, 주인은 세입자가 수도 사용을 허락하는 양식에 사인을 해서 수도국에 제출한다. 이 때 세입자는 린 오프셋(Lien Offset)이라는 일종의 디파짓을 내는데, 페어팩스 카운티 수도국은 190달러, 비엔나는 225달러를 받는다. 세입자가 수도세를 내지 않아서 그 집에 저당을 걸면 주인이 손해를 보기 때문에 수도국에서 다파짓을 받아두는 것이다.

전기·가스는 사용자의 신용이 없거나 부족해서 디파짓을 받아도 1년 동안 요금을 잘 내면 13번째 요금부터 공제된다. 수도는 렌트가 끝날 때까지 디파짓을 돌려주지 않는다. 렌트가 종료될 때 마지막 요금을 공제하고 돌려준다. 요즘은 수도 요금도 올라서 머지않아 디파짓도 올라갈 것 같다. 분기별로 내는 수도요금이 디파짓보다 높기 때문이다. 비엔나의 경우에는 세입자가 수도세를 내지 않더라도 수도 공급을 끊지는 않는다.

시대나 장소를 막론하고 물은 생활의 기본이다. 로마시대처럼 돈이 많은 사람은 물을 돈 주고 살 수도 있었지만, 세입자는 당장 삶 자체가 어려워진다. 그런 면에서 로마 시대처럼 정부나 국가가 수도를 관리하는 것은 국민을 보호하는 최소한의 장치이며 어쩌면 지극히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다음 편에는 도로에 관한 이야기를 해 보겠다.
문의 (703)625-9909

<로리 정 갤럭시 부동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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