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시각적·감정적으로 아름답고 심금을 울리는 명작

2023-09-29 (금)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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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적·감정적으로 아름답고 심금을 울리는 명작

농부와 그의 순진한 아내는 모진 시련을 겪은 후 더욱 단단한 사랑으로 맺어진다.

독일 감독 F. W. 무르나우가 만든 1927년 작 무성영화로 시각적으로 또 감정적으로 몹시 아름답고 심금을 울리는 명작이다. 독일 표현주의 작품의 불안한 요소와 즐거운 유머와 정열적 사랑을 갖춘 도덕극으로 주인공 3인의 이름이 없는 것도 내용의 보편성을 말하고 있다.

아름답고 아기처럼 순진한 아내(재넷 게이너)와 갓난아기와 함께 행복하게 살고 있는 잘 생긴 농부(조지 오브라이언)는 도시에서 내려온 선정적인 요부(마가렛 리빙스톤)의 유혹에 빠져 아내를 죽이고 요부와 함께 도시로 가 살 계획을 꾸민다(요부가 도시의 화려한 멋을 설명하면서 떠오르는 상상의 장면을 비롯해 영화는 경탄을 금치 못할 시각 미와 세트가 눈부시다.)

농부는 아내에게 뱃놀이를 가자고 제의, 배가 호수 한 복판에 이르렀을 때 배를 전복시켜 아내를 익사케 하고 사고로 위장할 계획이나 범행 일보 직전에 양심이 눈을 뜬다. 겁에 질린 아내는 배가 육지에 도착하자 전차에 올라 타 도망가고 아내 뒤를 따라 전차에 오른 농부는 아내의 용서를 구한다.


두 사람이 도시에 도착, 처음 보는 도시의 번잡함과 희한한 구경거리를 즐기는 모습이 마치 아이들 같은데 이 때 나오는 도시의 세트가 거의 초현실적이다. 사랑을 재확인한 둘은 달빛 비치는 강을 따라 배를 타고 귀가하는데 갑자기 천둥번개가 치면서 파도가 요동을 치는 바람에 배가 전복한다. 아내가 익사한줄 알고 절망에 빠진 농부에게 요부가 찾아와 함께 도주할 것을 요청하자 농부는 분노에 못 이겨 요부의 목을 조른다. 이 때 농부의 어머니가 내지르는 며느리가 살았다는 환희의 외침이 들려온다.

화면 구성, 카메라의 감각, 조명 및 이미지의 질서정연한 배열 등 시각적 아름다움과 파격적 신선함 그리고 분위기 조성이 찬란한 영화로 제1회 오스카 촬영 상을 탔다. 그리고 게이너가 여우주연상(‘제7의 천국’등 두 작품으로)을 탔고 예술적 우수작품상도 탔다. 모든 것이 나무랄 데 없이 정교하고 우아한 작품이다.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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