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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칼럼] 무급 인턴과 ‘행복산업’

2023-09-28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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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방의회 인턴은 무급이었다. 노동 착취라는 논란이 있어 왔다. 진보의 아이콘으로 꼽히는 AOC(알렉산더 오초아-코테즈)가 초선 의원이었을 때 이 관행을 비판하고 나섰다. 그래미상 수상 12회에 아카데미상, 에미상 등을 더하면 메이저 어워드 경력이 33회에 이르는 싱어송라이터 존 레전드도 비판 대열에 동참했다. 지난 2018년의 일인데 아이러니했고, 타이밍도 묘했다.

그 무렵 존 레전드는 NBC의 인기 리얼리티 쇼인 ‘보이스(The Voice)’에 심사위원으로 합류했다. 시즌 출연료가 1,400만달러, 세 시즌 동안 심사위원 석에 앉았다. 하지만 막상 ‘보이스’의 주인공인 출연자들은 무급이었다. 출연 기간에 숙소가 제공되고 식비가 지원됐을 뿐이다. 그가 비판하며 시정을 요구했던 의회 인턴들의 사정과 다를 바 없었다.

이번 가을 시즌 TV 방송에는 저비용 리얼리티 쇼가 줄을 섰다. 포화상태라고 이야기된다. 할리웃에서 계속되고 있는 두 파업이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영화방송 작가 노조(WGA)와 배우 방송인 노조(SAG-AFTRA)의 파업이 곧 그것이다. 리얼리티 쇼는 작가와 배우의 도움이 없어도 제작이 가능하고, 비즈니스 모델도 간단하다. 유명 연예인을 심사위원, 쇼 호스트, 코치 등으로 섭외해 출연료도 이들 몫만 신경 쓰면 된다. 지금 같은 때 여러모로 편리한 대안이다.


리얼리티 쇼에서 시청자를 사로잡는 것은 무엇보다 출연자들의 재능과 그들의 스토리지만, 이들의 출연료는 ‘빵(0) 달러.’ 그래도 무대에 서고 싶다는 이는 널려 있다. TV 노출을 갈망하는 이들 연예 지망생들은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무급 인턴이라고 할 수 있다.

또 다른 리얼리티 쇼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 ‘하우스 헌터스(House Hunters)’는 집을 사려는 사람이 부동산 에이전트와 함께 매물 주택 3곳을 둘러보고 구입하는 과정에 초점을 맞춘 HGTV의 인기 리얼리티 쇼. 주택 구매자는 보통 사나흘에 30~50시간 정도 촬영해야 한다. 출연료는 500달러. 부부나 전 가족이 출연했다고 더 주지 않는다. 매물을 안내하는 역을 맡은 로컬 부동산 에이전트에게는 수고비도 없다.

22분짜리 이 쇼의 한 회분 제작 예산은 4만5,000에서 5만달러. 회당 제작비가 150만~300만달러 라는 프라임 타임 시트콤에 비하면 판잣집 살림이라고 할 수 있다. 카메라 맨, 편집자, 음향 담당자, 분장, 의상, 헤어 스타일리스트 등 제작 인력은 모두 현지 조달. 이 예산이면 처우가 뻔하다. 노조가 결성돼 있는 LA나 뉴욕에서는 감히 제작을 꿈꾸기 어렵다.

드라마 제작의 탈 할리웃 현상이 일어나는 이유다. 대표적인 대체지가 애틀랜타. TV 드라마 시리즈 ‘The Walking Dead’와 SF 공포 시리즈 ‘Stranger Things’가 모두 여기서 제작됐다. 테네시 주 녹스빌은 리얼리티 쇼의 메카로 떠올랐다. 제작에 필요한 스태프는 모두 초 단기 계약직인 긱 워커(Gig Worker)를 쓴다. 이들의 고용상황이나 작업 여건 등이 짐작 가능하다.

UT(텍사스대학) 알링턴의 한 사회학과 교수가 미 전역의 뮤지션과 관련업체 실태를 조사한 데 따르면, 이 업계 종사자들과 연예인 지망생들이 처한 상황은 생각 보다 훨씬 열악하다. 교묘한 사기, 계약 위반, 허위 광고, 학대, 노예 계약 등의 사례도 빈번하다. 미국이라고 세계 다른 나라들과 큰 차이가 없다.

할리웃 파업은 거의 끝 단계에 접어든 것 같다. 영화 방송 종사자들의 노조가 있는 여기는 그래도 다른 데 보다 사정이 월등히 낫다. 그러나 제작사, 특히 대형 제작사는 이 바닥에서 갑 중의 갑이고, 갑은 어디서나 갑질을 하려 든다. 을에게도 행복하게 일 할 수 있는 여건이 주어져야 한다. 이들은 ‘행복산업’ 종사자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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