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성
2023-09-21 (목)
김병은 목사·췌사픽신학대학원 총장
눈을 가만히 감고 있노라면
문득
들려오는 게 있다
밤새 과일 빛깔을 더 곱게 물들이는
풍성한 가을의 소리들
억새골 텃밭에
녹두 콩 참깨 벌어지는 소리
다람쥐골에 밤 떨어지는 소리
해 저문 녘 황금들판에
벼이삭들의 겸손한 고개 인사
풀잎 사이에서 속삭이는
그리운 님의 음성
가을 햇살에 이슬 깨는 소리
먼 바다 흰 파도 소리와 갈매기 울음소리
섬돌 밑에서 밤을 지새워 노래하는
귀뚜라미의 맑고도 처량한 소리
인내와 기다림 속에 맞이하는
시골 가정의 풍성한 식탁의
화목한 이야기들
수고 없이는 얻음도 없고
준비함이 없이는
고독과 허전함이 대신한다는
가을의 성숙한 음성이
잔잔하게 들려온다
<김병은 목사·췌사픽신학대학원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