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스터들의 사실적고 꽉 조여진 서스펜스 가득한 스릴러
2023-09-01 (금)
박흥진 편집위원
▶ 박흥진의 영화이야기 - ‘리피피’(Rififi·1955) ★★★★★(5개 만점)
4인조가 보석상을 털기 위해 보석상 윗층의 바닥을 뚫고 있다.
전형적인 프랑스 갱스터들의 사실적이요 꽉 조여진 구성을 한 서스펜스 가득한 스릴러이자 멜로드라마로 제목은 ‘거친 사나이들의 적의에 찬 함성’을 뜻하는 은어다. 전후 미국에 몰아닥친 매카시즘으로 공산당 동조자의 명단에 올라 유럽으로 피신한 줄스 대신이 감독했는데 그는 이 영화로 칸 영화제 감독상을 탔다.
늦가을 파리. 범죄로 짙은 인연을 맺은 젊은 조(칼 뫼너) 대신에 5년간 옥살이를 하고 막 출옥한 토니(장 세르베)는 산전수전 다 겪은 범죄자. 토니는 조와 조의 이탈리안 친구 마리오(로베르트 마누엘)의 권유에 따라 파리 시내 번화가의 보석상을 털기로 한다. 여기에 마리오의 친구로 금고털이 전문인 세자르(줄스 대신)가 합류한다. 토니는 먼저 자기를 배신하고 라이벌 갱스터로 몽마르트르에서 ‘황금시대’ 클럽을 경영하는 피에르(마르셀 뤼포비치)에게 간 전 애인 마리(마리 사브레)를 찾아내 옷을 벗긴 뒤 혁대로 매질을 하고 내쫓아버린다. 4인조는 경보장치가 많은 보석상을 털기 전에 치밀한 계획을 짜고 현장답사를 한다. 그리고 이들은 보석상의 주인이 집을 비우는 주말에 털이를 시도한다. 4인조는 운동화를 신고 먼저 보석상 2층의 주인집으로 들어가 마룻바닥을 뚫고 아래로 내려가 금고를 턴다. 30분 정도 진행되는 이 과정 동안 대사와 음악을 제거하고 범인들의 동작소리와 마루와 금고를 뚫는 소리 등 사실음만 살리면서 가끔 땀이 밴 일당의 얼굴을 클로스 업 하는데 긴장감에 몸이 조여든다.
범죄는 성공하나 세자르가 몰래 슬쩍한 다이아몬드 반지를 ‘황금시대’의 가수로 자기 애인인 비비안(마갈리 노엘)에게 선물한 것이 화근이 되어 토니 일당은 피에르와 그의 동생 레미(로베르 오생) 등의 공격을 받는다. 토니 일당이 2억여 프랑의 보석 절도단임을 확신한 피에르 형제는 조의 어린 아들 토니오를 납치한 뒤 보석과 바꾸자고 제안한다. 이어 양측 갱 간에 살육전이 일어나고 악인들은 다 지옥으로 간다.
영화는 파리에 바치는 영상 교향시라 부를 만치 흐리고 비 오는 늦가을 파리 시내 뒷모습을 흑백으로 샅샅이 보여준다. 이런 파리의 흐린 날씨만큼이나 잔뜩 찌푸린 세르베의 연기가 일품이다. 피곤과 우수에 절은 주름 패인 얼굴에 고독한 음성을 내는 그의 모습은 비극적 장엄미마저 지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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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흥진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