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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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의 시] 황소

2023-08-28 (월) 이은정/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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땡볕을 등진 묵묵한 그림자이다

되새김질 하는 입안엔
울컥, 내뱉지 못한 소리들
조용히 숙성 중이다

단단히 조여진 고삐
무성한 잡초 사이로
길게 드리운 이민살이 무게
굵은 옹이처럼 박혀있다


뚜벅뚜벅 내딛은 발목 위에는
부어오른 하루가 기울고
퇴행성 관절염을 앓는 무릎
일몰의 대문에 들어선 후에야
홍조 띤 신열이 깃발을 내린다

부드럽게 핥아주는 혀 놀림에
새끼들 곤히 잠들면
천근 눈꺼풀 껌뻑껌뻑 당기며
두고 온 바다 건너 별자리 더듬는다

국수발로 늘어선 그을린 주름살
고목같이 제자리 지키고 있다

덧난 하루에 새살이 차오르고 있는 밤이다

<이은정/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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