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월의 버지니아 주 페어팩스 카운티 교육위원 선거를 앞두고 광역 후보로 출마한 8명 후보자들의 첫 선거 포럼이 지난 주 금요일 폴스처치에 위치한 한 이슬람 사원에서 열렸다. 이 포럼은 이슬람 교도들의 시민참여 발전을 목적으로 활동하는 ‘Muslim American Voter Engagement’ 라는 단체가 주최했다.
일반적으로 교회나 사원 등의 종교 단체가 선거에 참여하는 것은 금지되어 있다. 참여할 경우 세법 상의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 그래서 이번 포럼도 사원 자체가 주최하지 않고 장소만 제공하는 형태를 취했을 수 있다. 주최 단체의 구성원들의 면모나 그 날 포럼에서 제기된 여러 질문들을 놓고 볼 때 그 사원이 지향하는 목적의 달성에 매우 부합하는 행사로서 그 사원의 적극적 후원이 있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이 사원에서 내가 참여한 선거 포럼은 사실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예전 선거 때에도 몇 번 있었고, 선거와 무관하게 현직 교육위원으로 그 사원을 방문한 적도 여러차례 있었다. 그러나 이번 포럼에 좀 더 특별한 의미를 부여한다면 11월 선거를 앞두고 조금은 이르다 싶을 정도로 먼저 열렸다는 점이다. 특히 9월 말에 아랍계 미국인 단체들이 공동으로 선거 출마 후보자들을 모두 초청한 다른 행사가 이미 스케줄이 되어 있는데 광역교육위원 후보자들만의 행사를 따로 마련한 것은 그만큼 그들에게 교육현안이 중요한 이슈로 대두되었음을 의미한다.
과거에도 이 사원은 후보자들이나 현직 교육위원들에게 카운티 주민들과 학생들의 다양성을 고려한 교육 커리큘럼 개발을 중점적으로 요청했다. 특히 역사와 사회 과목 수업 내용을 잘 살펴봐 달라고 했다. 아랍어 등의 외국어 과목 프로그램 확대도 주문했다. 그리고 아랍계 미국인들에 대한 오해와 편견에 대해서도 좀 더 배려 깊은 교육을 해달라 요청하고는 했다. 학생들의 종교 활동에 제약이 될 수 있는 여건의 개선과 아랍계 이민자 부모들에게 좀 더 친화적인 접근도 부탁했다.
그러나 이번 포럼에서의 초점은 ‘성교육’과 ‘성소수자 학생’에 관련된 이슈였다. 이 이슈들에 대해 이슬람 교도들은 대체로 보수적인 입장을 취한다. 그러나 카운티 주민들 사이에 다양한 의견들이 존재한다는 점에 동의하기에 그들은 그러한 의견들을 모두 아우르는 정책 수립과 집행을 원한다고 한다.
후보자들 가운데 그런 정책 수립과 집행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다만 현실적으로 어느 정도까지 가능할 것인가에 대해 이견이 있을 수 있다. 특히 트렌스젠더 학생들의 화장실 사용 문제는 2017년부터 4년 간에 걸쳐 진행되었던 소송으로 트렌스젠더 학생이 자신의 바뀐 성별에 부합한 화장실을 사용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는 법원 판결이 이미 내려진 상태이다. 그렇기에 그 판결 내용에 반하는 정책 수립과 집행은 불가능하다.
그런데 이 날 포럼을 마치고 사원을 떠나는 회교도들과 한참 인사를 나누고 있는데 포럼에서 사회를 보았던 사람이 나를 찾는 것이었다. 그 사원에서 이맘 (Imam)이라고 불리는 최고 지도자와 잠깐 이야기를 나누자는 것이었다. 그 자리에는 나와 또 다른 민주당계 교육위원 후보자 한 명이 같이 했다. 그 자리에서 그 행사 사회자와 이맘이 자신들의 생각을 다시 한 번 전달하는 것이었다.
이 날 집으로 돌아오면서 자신들의 의견을 선거 출마 후보자들에게 전하고 후보자들의 정책 내용을 사원의 구성원들이 들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는 이슬람 사원과 포럼 주최에 수고한 사람들에게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또 한 편으론 우리 한인 동포 사회에서도 이처럼 각종 선거 출마 후보자들을 초청해 현안 질문도 하고 우리 한인 동포들의 생각을 적극적으로 전달하는 기회가 좀 더 많았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들었다. 과거 몇 번 그러한 노력을 기울였던 한인 그룹들도 분명 있었는데 어느 시점부터 볼 수 없어졌다.
이것은 한인 사회를 대표하는 단체들이 좀 더 관심을 가져야 할 점이다. 단순히 선거는 정치이니 피해야 된다고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한인 사회의 시민참여 의식 제고를 위해서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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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일룡 / 변호사, V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