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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은 고유의 품격과 프랑스 영화인들의 애정과 기쁨이 넘쳐”

2023-08-11 (금) 글 박흥진 골든 글로브협회(GGA)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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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흥진의 Hollywood Interview - 할리우드의 유명 제작자이자 빅 스타 ‘명예 황금 종려 상’ 수상 마이클 더글러스

“칸은 고유의 품격과 프랑스 영화인들의 애정과 기쁨이 넘쳐”

마이클 더글러스

“칸은 고유의 품격과 프랑스 영화인들의 애정과 기쁨이 넘쳐”

마이클 더글러스와 아버지 커크 더글러스.


할리우드의 유명 제작자이자 빅 스타인 마이클 더글러스(78)가 지난 5월에 열린 제 76회 칸 영화제에서 명예 황금 종려 상을 수상했다. 영화계에 지대한 업적을 남긴 사람들에게 수여하는 이 상의 과거 수상자들로는 감독 베르나르도 베르토루치와 배우 조디 포스터 등이 있다. 배우 우마 서만으로부터 상패를 받은 더글러스는 수상 소감에서“이 상은 내게 과분한 것”이라면서“세계에는 수백 개의 영화제가 있지만 칸은 단 하나뿐”이라고 말했다. 영화제에서는 더글러스의 수상을 기념하기 위해 그에 관한 기록영화 ‘마이클 더글러스: 더 프로디갈 선’(Michael Douglas: The Prodigal Son)이 상영됐다. 할리우드의 명배우요 제작자였던 커크 더글러스의 아들인 마이클 더글러스는 자신이 제작한 잭 니콜슨 주연의 드라마‘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One Flew over the Cuckoo’s Nest·1975)로 오스카 작품상을 탔고 자신이 주연한 올리버 스톤 감독의 드라마 ‘월 스트릿’(Wall Street·1987)으로는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탔다. 그의 잘 알려진 또 다른 영화들로는‘차이나 신드롬’ ‘원초적 본능’ 및 ‘폴링 다운’등이 있다. 더글러스의 아내 캐서린 제이타-존스도 유명 스타이다. 다음은 더글러스가 명예 황금 종려 상을 받은 뒤 가진 기자회견의 일문일답 내용이다.

-먼저 수상을 축하한다. 상을 받은 소감은 무엇인가.

“나의 작품들은 항상 외국에서 뜨거운 반응을 받아왔다. 일찌감치 형사 드라마 TV 시리즈 ‘스트리츠 오브 샌 프란시스코’가 외국에서 호응을 받은 것이 그 한 예다. 칸을 생각하면 먼저 내 아버지가 나의 의붓어머니 앤을 만난 곳이라는 것이 떠오른다. 앤은 63년간 나의 의붓어머니로서 우린 서로 매우 가까웠고 또 나는 그를 사랑했다. 앤과 나의 친 어머니는 사이가 아주 좋았다. 따라서 난 앤으로부터 많은 좋은 점을 배웠다. 앤은 1950년대 칸 영화제 홍보담당자였다. 그래서 난 10살 때부터 칸 영화제에 대해 알았고 또 실제로 이 곳을 방문하기도 했다. 내가 이 곳을 찾을 때마다 느끼는 것은 다른 영화제들과는 달리 고유의 품격을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 칸의 특징은 영화제를 잘 운영해나간다는 것이라기보다 영화인들 특히 프랑스 영화인들의 영화제에 대한 애정과 기쁨이 넘쳐흐르는 것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다른 많은 영화제의 경우 미국 영화가 모든 것을 압도한다고 해서 반미적인 비판을 듣곤 하는데 여기선 그런 것을 느낄 수 없다. 그저 기쁨을 느낄 뿐이다. 난 늘 외국 언론의 지지자였다. 우리의 영화들이 전 세계적으로 번역될 수 있는 것에 감사한다. 칸이 우리를 하나로 모이게 하는 장소라는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 이 영화제는 코비드 질병과 전쟁을 초월해 우리를 인간으로서 보다 가깝게 이어주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칸은 내게 늘 다정하고 나를 후원하며 또 생기로 채워주는 곳이다.”


-당신은 44년 전 제32회 영화제에서 ‘차이나 신드롬’이 프리미어로 세계 최초로 상영되면서 이 곳에 처음 온 뒤로 여러 번 참가했는데 영화제와 당신의 프리미어 작품 간에 동의어가 있다면 무엇인지.

“난 영화제에 올 때마다 프리미어를 즐기곤 했다. ‘차이나 신드롬’으로는 잭 레몬이 남우주연상을 탔다. 대단한 인상을 남긴 작품이다. ‘원초적 본능’ 프리미어 때도 대단한 반응을 받았다. 그러나 영화 상영 후 저녁 만찬 때는 좌중이 쥐 죽은 듯이 조용했다. 그 누구도 어떤 반응을 보여야할지를 모르는 것 같았다. 그러나 난 단 한 번도 라이벌 의식이나 경쟁의식을 느끼진 못했다. 그저 모두들 영화에 대한 기쁨을 즐겼다. 국적을 불문하고 다들 행복했다. 여기선 정치적인 논쟁을 극히 찾아보기 힘들다. 난 유엔의 강력한 지지자로서 이 점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난 지금 세계가 분열 되고 함께 뭉치지 못하는 것에 대해 것에 대해 염려하고 있다.”

-명예 황금 종려상의 과거 수상자들로는 포레스트 위타커와 조디 포스터 그리고 알랭 들롱과 카트린 드뇌브 등이 있는데 올 해 수상자로서 과거 자신의 업적을 돌아보는 느낌이 어떤가.

“야구 용어를 쓰자면 난 상당히 괜찮은 타율의 소유자다. 모두가 홈런이라고 말 할 순 없으나 히트를 많이 했다. 타자로선 3번 타자가 되고 싶다. 난 내가 만들 작품에 대해 매우 주도면밀하게 챙기는 편이다. 물론 실패도 여러 번 했고 아무도 안 봤지만 내가 사랑하는 영화들도 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난 내 과거 활동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커크 더글러스라는 아버지 밑에서 자란 느낌은 무엇이며 아버지를 떠나 자신만의 길을 가기 위해 내린 중요한 결정은 무엇인가.

“처음에는 아버지에 대해 한 같은 것을 품었었다. 아버지는 TV 전에 활동을 시작했기 때문에 1년에 6-7편의 영화에 나오기가 일수였다. 따라서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아주 적었다. 그래서 내가 나이를 먹어 내 가정을 이루기 전까지 아버지에 대해 한을 품었던 것 같다. 그때서야 ‘아버지는 결국 그렇게 나쁜 사람이 아니야’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유명 배우의 2세에겐 좋은 점도 있다. 아버지의 친구들인 프랭크 시나트라와 그레고리 펙과 같은 사람들을 사교적으로 알게 되면서 그들을 약점과 불안정한 진짜 인간으로서 볼 수 있다는 점이다. 그들을 이해하게 된 것이다. 이와 함께 아버지가 전력을 다해 열심히 일하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된다. 아버지의 집념과 힘을 깨달을 수 있었다. 확신을 갖고 영화 한편을 만들려면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 아버지는 대단한 남자였다. 일벌레였던 아버지는 생애 후반에 가서 변화했다. 그리고 우린 매우 가까운 사이로 지냈다. 난 행운아라고 생각한다.”

-아내와 함께 영화에 나올 생각은 없는지.


“우린 ‘트래픽’에서 공연한 바 있다. 당시 아내는 딸 캐리스를 임신 중이었다.우린 앞으로 함께 영화에 나오려고 생각한다. 무언가를 찾아내야 하리라고 본다. 어쩌면 부부 싸움을 다룬 다크 코미디 ‘장미 전쟁’(War of the Roses)의 속편을 만들지도 모른다. 우리 부부가 잉꼬부부로 나오는 것을 원하진 않겠지. 그렇다면 캐서린은 명연기를 해낼 것이다.”

-아버지가 만든 영화들 중에서 당신이 신판을 만들고픈 영화라도 있는가.

“아버지가 반 고흐로 나온 ‘러스트 포 라이프’의 신판을 만들어보자는 말이 있었다. 그 영화는 너무 잘 만들어 건드리기가 힘든 작품이다. 나는 속편은 만들었지만 신판은 만들어 본 적이 없다. 난 늘 새로운 것을 만들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아카데미 상과 골든 글로브 상을 탄 사람으로서 후배 배우와 감독들에게 해줄 조언은 무엇인가.

“제일 먼저 좋은 자료를 고르라는 것이다. 좋은 아이디어가 아니라 좋은 각본을 말한다. 그리곤 배우를 비롯해 재능 있는 사람들을 고르라는 것이다. 내가 아카데미 작품상을 탄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를 만들 때 우리는 각본을 위해 많은 시간을 보냈고 그 결과 좋은 것이 창작되면서 재능 있는 배우들이 작품에 나오게 된 것이다. 좋은 각본에는 좋은 배우들이 찾아오게 마련이다. 그리고 자기가 맡은 역에 대해 너무 염려를 하지 말라는 것이다. 이 것은 내가 아버지로부터 배운 것인데 자기 역에 신경 쓰기보다는 뛰어난 배우들을 자기와 함께 공연할 사람으로 고르라는 것이다. 폴 뉴만은 이 방법을 아주 잘 이용한 배우다. 공연하는 배우가 자기 연기를 압도할 것에 산경 쓰기 보다는 그를 격려하라고 충고한다. 내가 나온 ‘원초적 본능’에서 샤론 스톤이 나보다 더 돋보인 것도 같은 이치에서다. 좋은 각본이라면 너무 자기 역에 대해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그런 각본에는 재능 있는 사람들이 따라오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자기와 공연하는 배우들보다 뛰어나려고 애쓸게 아니라 그들을 격려하고 돋보이게 하려고 노력하기를 권한다. TV 시리즈 ‘스트리츠 오브 샌 프란시스코’에서 공연한 칼 말덴이 공연하는 배우들을 자기보다 돋보이게 하려고 노력한 사람이다. 나는 그로부터 많은 것을 배웠다. 그런데 배우로서 평생 자기가 정말로 하고 싶은 역을 발견하기란 대 여섯 번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글 박흥진 골든 글로브협회(GGA)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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